<포착> 경운기와 바다, 그리고 배

전북 고창에 위치한 동호해수욕장. 철 지난 해수욕장은 한적하기만 합니다. 해가 뉘엿뉘엿지는 저녁 무렵, 그 한적한 바닷가 모래사장에 경운기 한 대가 털털털 거리며 등장했습니다. 서해안 바닷가에선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죠. 조개잡이 가는 어민들을 태우거나, 잡은 고기 등을 싣고 오기 위한 목적인데요. 바닷속이 아닌 바닷가에서만 활동을 하는 건 물론이지요. 기계에 바닷물이 닿으면 고장이 나기 때문입니다.

어라? 그런데 동호해수욕장의 이 경운기는 뭔가 다릅니다. 재빠른 속도로 바닷가 모래사장을 가로지르더니 그대로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겠습니까.

바닷가에 있던 몇몇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경운기로 쏠립니다. 혹 경운기를 모는 저 사람, 자살을 하려는 것 아냐? 잠수함 경운기도 아닐 테고….

경운기는 그런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전진합니다. 경운기 운전을 하는 사람과 손잡이 정도만 물 위로 보이고 나머지는 완전히 물속에 잠겨버렸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경운기가 멈추어 서더군요. 왜 일까?

잠시 뒤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바다 저쪽에서 경운기를 향해 다가오는 한 척의 조그마한 배. 경운기 뒷 짐칸으로 배가 쑤욱 들어갑니다. 그제서야 경운기는 다시 바다를 빠져 나옵니다. 짐칸엔 배가 실려 있습니다. 아하, 배를 실어내오기 위한 것이구나. 그런데 경운기가 바닷물에 닿으면 안될텐데…. 나중에 알아보니 바닷물이 닿아도 이상이 없게 특수제작된 경운기가 있다는 군요. 어쨌든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정명은 기자 jungme@naver.com


#바닷속에서 배를 실은 채 나오는 경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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