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없는 세상 추구하는 제주 해녀들의 한과 그리움

이엿사나 이여도사나 이엿사나 이여도사나
우리 배는 잘도 간다
솔솔 가는 건 솔남의 배여 잘잘 가는 건 잡남의 배여
어서 가자 어서 어서 목적지에 들여 나가자
우리 인생 한번 죽어지면 다시 전생 못하나니라
원의 아들 원자랑 마라 신의 아들 신자랑 마라
한 베개에 한잠을 자난 원도 신도 저은 데 없다
원수님은 외나무 다리 질은 무삼 한질이든고
원수님아 길막지 마라 사랑 원수 난 아니노라
낙락장송 늘어진 가지 홀로 앉은 우녀는 새야
내님 좋은 영혼이언가 날곳 보면 시시로 운다
시집 삼 년 남의 첩 삼년 언삼년을 살았다마는
열두 폭의 도당치매 눈물로다 여무왔드다
임아 임아 정한 말하라 철구 뒤에 놈우로 알마
임 없어도 날 새히더라 닭 없어도 날 새히더라
임과 닭은 없어도 산다
밤에 가고 밤에 온 손님 어느 개울 누겐중 알리
저문 앞에 청버늘 남게 이름 성명 쓰두멍 가라
만조백관 오시는 질엔 말 발에도 향내가 난다
무적상놈 지나간 질엔 질에조차 누린내 난다
강남 가두 돌아나 온다 서울 가두 돌아나 온다
황천질은 조반날질이언 가난 다시 올 줄을 몰라
강남 바당 비지어 오건 제주 바당 배놓지 말라
멩지 바당 씰바람 불엉 넋이 부모 돌아나 오게

이엿사나 이여도사나 이엿사나 이여도사나
우리 배는 잘도 간다
솔솔 가는 건 소나무 배요 잘잘 가는 건 잣나무 배요
어서 가자 어서 어서 목적지에 들어 나가자
우리 인생 한번 죽어지면 다시 환생을 못하느니라
원님의 아들아 원님 자랑마라 신의 아들은 신 자랑마라
홑베개를 베고 혼자 잠자는 원도 신도 두려울 것이 없다.
원수님은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니 그 길이 무슨 큰길이던고
원수님아 길 막지 마라 사랑 원수가 나는 아니로다.
낙락장송 늘어진 가지 홀로 앉아 우니는 새야
너는 내 임의 영혼인가 나를 보면 자꾸만 운다
시집살이 삼 년 남의 첩살이 삼 년 몇  년을 살았다마는
열두 폭의 도당치마가 눈물로 다 젖었도다.
임아 임아 정한을 말하라. 절구 뒤 절구공이로 알마.
임이 없어도 밤이 새더라 닭이 없어도 밤이 새더라
임과 닭은 없어도 산다.
밤에 가고 밤에 온 손님 어느 고을의 누구인 줄 알겠느냐.
그러니 저 문 앞의 푸른 버드나무에 이름 석자 써 두고 가소
벼슬아치가 오시는 길에는 말의 발에서도 향기가 난다
무적상놈 지나는 길에는 길에서조차 누린 냄새가 난다
강남을 가도 돌아 오고 서울을 가도 돌아 온다
황천길은 아침 한나절 길이지만 한번 가면 다시 올 줄 모르네.
강남 바다에서 비를 지어 오거든 제주 바다에 배 띄우지 마라
명지같은 잔잔한 바다에 실바람 불면 부모의 넋이 돌아나 오게

작자 미상의 민요인 `이어도타령`의 전문이다. 이 노래는 반어법과 문답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으며 임과의 이별이 없는 이상향을 추구하는 바다 여인들의 한과 그리움이 담겨 있다. `이여도사나 노래`라고도 한다. 이어도 타령은 제주도에서 해녀들이 바다에서 작업하기 위해 배를 타고 오고 갈 때에 배 위에서 노를 저으며 부르던 어업 노동요인데, 사설이 직설적이며, 역동적이고, 대체적으로 4·4조가 우세하나, 이 노래에서는 4·5조가 우세하고, 반복법을 써서 억양이 드세고 생동감을 불러일으키며, 제주도 해안에서만 전승되는 여성 노동요로 해녀들의 구체적인 생활상, 결사적인 생활 의지, 가치 있는 삶을 염원하는 소망이 나타나 있다.

그리고 이 노래는 바다에서의 죽음을 가정한 해녀의 심정이 여성으로서 지니는 고난과 남성에 대한 애정으로 중첩되어 나타나며, 죽은 후 가정해 보는 저승의 세계에서 삶의 애환이 해결되리라는 소망을 표현하고 있다. 서사에서는 사람이 한 번 죽으면 다시 살아날 수 없는 덧없는 인생임을 노래하고, 본사에서는 나무에서 우는 새를 임의 화신으로 여기며, 눈물 속에서 살아온 세월을 안타까워 하고 있으며, 닭이 울지 않아도 날이 새듯이, 임이 없어도 또 하루가 시작됨을 원망하고 있으며, 결사에서는 떠난 뒤에도 오지 않는 임을 애타게 그리워하면서 시집살이와 과부생활의 고달픔을 토로하고, 임의 넋이라도 돌아왔으면 하는 여인의 간절한 그리움이 담겨 있는 노래이다.

이어도는 문학과 예술 등 대중문화 속에서 자주 등장한다. 이청준이 1974년 9월에 발표한 중편소설 ‘이어도’가 대표적이다. 제주 출신 기자 천남석이 파랑도 탐사를 떠났다가 자살한 과정을 동료 기자들이 수색하면서 밝히는 내용이다. 이청준은 작자의 말에서 ‘대개 문학작품에 나타난 피안(피안)의 이상향이란 현세의 모든 고난과 갈등에서 해방된 복락의 땅으로 그려진다. 이어도는 제주도 뱃사람들에게 이상향이자 동시에 죽음의 섬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이 소설은 환상의 섬으로 여겨지는 이어도가 제주 사람에게 주는 위안과 가치를 그린 것으로, 죽음을 통해 섬의 존재를 증명하는 역설적 기법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청준은 이 작품을 통해 한국일보 창작 문학상을 수상했다.

가수 이상은의 노래속에서도 등장한다. 12집 `로만 토피아`에 실린 곡으로 여기서 이어도는 낭만적 사랑이 충만한 세계, 몽환적 판타지가 넘쳐나는 유토피아를 상징한다.

‘흰옷을 입은 사람들 피리소리 북소리에 젖어 / 여름날에 축제는 한창 시원한 하늘 밑에 누워 품 속에 안아지키던 흰 새는 여럿이 돌아와/심어록빛 씨앗 보라빛 열매 맺으리/ 이어도의 꿈 속에 사람들과 어우러/이어도의 꿈 속에 님의 웃음 안으리 덩실덩실’

한영애의 노래속에서도 등장한다.

‘떠나가면 돌아오지 않는/섬으로 부는 바람은 배를 띄운다/ 이어도 하라 이어도 하라/ 이어 하면 눈물 난다/내 님은, 내 님은 남기고 떠난 내 님은 보이지 않네 / 이어도 하라 이어도 하라/ 이어 하면 눈물이 난다 ’
이순애 기자 leesa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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