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의원 국감자료 … 사상 첫 지하·옥탑방 통계 공개

지하방에 58만6000가구, 옥탑방에 5만가구, 판잣집에 5만가구…

통계청이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사상 처음으로 실시한 거주층별 가구조사 결과 반지하를 포함한 지하방에 무려 58만6649가구 141만9784명이, 옥탑방에는 5만1139가구 8만7766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거처종류별 가구조사에서는 4만5237가구 10만9512명이 판잣집·비닐집·움막·동굴 등에서 거주하는 것으로 밝혀져, 지하방 옥탑방 판잣집 등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에서 인간이하의 주거생활을 하고 있는 부동산 극빈층이 68만 가구 16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민주노동당 심상정의원은 통계청이 제출한 국정감사자료를 분석해보니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서울시 10가구 중 한 가구는 지하에 산다

서울시에 사는 330만9890가구 중 10.7%인 35만5427가구가 지하거주 가구이다. 서울시민 열 중 한 명이 지하실에서 사는 것이다. 인천지역 82만3023 가구의 5.4%인 4만4707가구가, 경기지역 332만9177가구의 4.8%인 15만9281가구가 지하방에 살고 있다. 서울, 경기, 인천지역 746만2090가구 중 7.5%인 55만9415가구가 지하방에 거주하는 것이니, 수도권 주민 15명 중 한 명은 지하실에서 사는 것이다.
서울시 25개구 중에서는 광진구(17.4%), 중랑구(17.1%), 은평구(15%), 강북구(14.7%), 관악구(14.4%)순으로 지하거주가구 비율이 높았으며, 노원구(3.3%), 종로구(6.3%), 강남-구로-중구(6.5%) 순으로 낮았다. 지하거주가구 비율이 10%가 넘은 곳은 15개구로 나타났다. 서울시 25개구의 구별 평균 지하방 거주자는 1만4217가구 3만3820명으로 나타났다.

성남시 수정구 5가구 중 한 가구가 지하방

경기도 내에서는 31개 자치구 중 지하거주가구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과천시(13.6%, 1만7652가구 중 2404가구)와 성남시(12.4%)로 나타났다. 성남시는 전체 30만7491가구 중 12.4% 3만8118가구가 지하방으로 전국 시군구 중 지하방 거주가구수가 가장 많았다. 특히 성남시 수정구는 전체 8만9930가구 중 20.9%인 1만8793가구가 지하방에 살고 있어 수정구민 다섯 중 한 명은 지하실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남시 중원구도 8만6839 가구 중 18.4%인 1만5970가구가 지하에 거주하고 있다.
인천의 경우 남동구(8.3%), 서구(6.5%), 남구(5.6%), 부평구(5.3%), 계양구(5.0%) 순으로 지하거주자 비중이 높았다.
한편 외국인노동자가 대다수인 국내거주 외국인 가구 중 상당수가 지하방 등 열악한 주거시설에 거주하고 있으나 이 통계에는 빠져 있어 이를 포함할 경우 실제 극빈층 가구는 더 늘어날 것이다.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국내거주 외국인은 8만4595가구 23만7417명으로 서울 2만8147가구 5만7625명, 경기 2만8766가구 7만4393명, 인천 4620가구 1만3600명 등 수도권에 가구기준 72.7% 인구기준 61.3%가 집중돼있다.

부동산 극빈층의 93%가 수도권에

부동산 극빈층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93%가 살고 있다. 가구기준으로 지하방 거주자 중 서울 거주자는 60.6%, 경기도 27.2%, 인천 7.6% 등 수도권 거주자가 95.4%에 달했다. 옥탑방도 서울 66.7%, 경기도 20.5%, 인천 1.4% 등 수도권에 88.6%가 몰려있다. 판잣집 비닐집 등을 포함한 전체 부동산 극빈층 68만3025 가구 중 수도권 거주가구는 63만3216 가구로 92.7%에 달한다. 가구원 기준으로도 전체 부동산 극빈층 161만7062명 중 92.9% 150만1542명이 수도권에 살고 있다.
특히 부동산 극빈층 가구의 58.5%, 가구원의 56.9%인 39만9530가구 92만571명이 서울에 살고 있어 수도권 중에서도 서울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방의 85%, 옥탑방의 93%가 셋방살이

지하방과 옥탑방 거주가구 중 전월세 비율은 84%로 전체가구 전월세비율 41%의 두 배에 달했다.
지하방 거주가구 중 자가비율은 14.4%로 전체가구 자가비율 55.6%의 4분 1밖에 안됐다. 반면 전세 37.9% 월세 45.7% 등 전월세 비율이 83.6%에 달해 전체가구 전월세 비율 41.4%의 두 배에 달했다. 특히 전체가구 중 월세 사는 가구는 19.0%로 다섯 중 한가구 꼴인 반면, 지하방의 월세비중은 45.7%에 달해 절반이 월세방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옥탑방도 자가비율은 13.8%에 머문 반면, 전월세 비율은 전세 37.3% 월세 46.6% 등 93%에 달했다.

집은 남는데 1700만명이 셋방살이 140만명이 지하거주

이같은 분석 결과는 통계청이 주택에 대한 센서스를 시작한 1960년 이래 45년 만에 처음으로 총주택수가 총가구수를 능가해 2005년 현재 주택보급률이 105.9%를 기록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2005년 현재 총가구수는 1249만1000가구, 총주택수는 1322만3000호로 국민 전체가 가구당 한 채씩 소유한다 해도 주택 73만2000호가 남아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자가점유율은 55.6%에 머물러(883만가구 2782만명), 전체가구의 41.4%(657만가구 1666만명)은 전월세에 살고 있다. 005년 현재 전체 세대의 5%에 불과한 다주택 보유자가 전체 주택의 21.2%를 소유하고, 상위 10인이 소유한 주택수가 5508호, 상위 30인이 소유한 주택수가 9923호에 이르는 등 주택소유의 편중이 극심한 상황이다. 집은 남아돌지만 주택소유 편중 현상이 심하여 집이 없는 1700만명이 바람처럼 뜬 구름처럼 셋방살이를 떠돌고 있고, 160만명은 지하방 옥탑방 판잣집 등에서 인간이하의 주거생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지하방 많은 수도권, 국민임대 공급계획 차질 빚어 문제 심각

한편 한국도시연구소가 2005년 4월 서울 수도권지역 지하방에 거주하는 462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지하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 마련해주기를 원하는 가장 시급한 대책으로 저렴한 공공임대주택 제공이 61.8%, 전세금 융자 14.5%, 보증금 분납허용이나 대신 지불 8.1%, 월 임대료 보조 7.9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하거주자들이 입주를 원하는 공공임대주택은 2005년 말 현재 36만호로 전체 주택의 2.7%에 불과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물론 36만호에는 이미 저소득층이 입주해 살고 있기 때문에 지하방 거주 58만7000가구를 포함한 부동산 빈곤층 68만 가구의 주거불안을 해결하려면 추가로 68만호가 필요하다. 참여정부는 이를 위해 2003~2012년까지 국민임대주택 100만호 건설계획을 세우고 참여정부 임기 안에 50만호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지하방의 95.4%, 부동산 빈곤층의 93%가 집중돼 있는 수도권의 국민임대주택 공급계획의 경우 참여정부 출범 후 올해 6월까지 계획했던 23만8131호 중 사업승인을 마친 것은 57.6% 13만7262호에 머물고 있다. 특히 지하방 가구의 60.6%, 부동산 빈곤층의 58.5%가 사는 서울은 31.8%에 그치고 있다. 반면 지하방을 비롯한 부동산 빈곤층 거주 비중이 낮은 비수도권은 원래 계획됐던 12만8605호 중 11만6580호가 사업승인을 마쳐 90.7%의 높은 진척률을 보이고 있다. 정작 임대주택 공급이 시급한 곳에는 제대로 짓지 못하고 있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집이 남아도는 시대가 됐지만 주택소유 편중이 심하고 공공임대주택이 턱없이 부족해 160만명의 부동산 극빈층은 지하실과 옥상, 판잣집, 비닐집에서 인간이하의 주거생활을 하고 있는 데, 이들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계획은 차질을 빗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심상정의원은 “햇볕도 들지 않는 땅속에 사는 극빈층이 땅 위로 올라와 살 수 있도록 하는 등 주택정책의 최우선 목표를 부동산 극빈층의 주거생활 개선에 둬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부동산 빈곤층이 입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 공급계획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마련해 우선 입주기회를 주고, 아울러 주거비 보조 정책을 병행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심의원은 또 “정부의 국민임대주택 공급 계획도 부동산 빈곤층의 지역별 거주분포에 맞게 공급되도록 시급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김범석 기자 kimb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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