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이영표-설기현 달라지는 위상 엿보기

3인 3색이다. 희비가 엇갈린다. 부상도 큰 원인이다.
설기현은 뜨고 있다. 최근 들어 골 맛을 보고 있지는 못하지만 활약은 여전히 뛰어나다.

이영표는 부상에다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이적설로 침잠 상태다. 최근 부상에서 회복, 경기에 출전했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진 못했다.

박지성은 우울하다. 부상 때문이다. 12월 복귀할 거라고 하지만 이후도 장담할 순 없다. 최근엔 영국 언론들의 혹평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게다가 팀은 연일 승승장구하고 있다. 박지성이 없어도 잘 나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다. 입지가 좁아질 수 밖에 없다.

설기현에 대한 호평

"설기현은 천연덕스런 유머감각과 유창한 영어실력, 축구에 대한 진지한 열정을 갖췄다."

영국 인디펜던트 신문이 일요판인 12일자 스포츠면에서 올 시즌 처음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레딩의 공격수 설기현을 거의 한 페이지 전면에 걸쳐 크게 소개하며 이 같이 평가했다.

프리미어리그 진출 이후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주며 언론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설기현에게는 낯선 평가가 아니다. 기분 좋은 요즘이다. 골은 아직 넣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몸 상태만 끌어올린 다면 언제든 골은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팽배한 상태다.

인디펜던트의 제이슨 버트 기자는 레딩의 스티브 코펠 감독이 150만 파운드에 설기현과 계약한 것은 단순히 축구에 대한 능력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영국 사회에 잘 적응하고 있는 설기현의 인간적인 면모를 조명해 관심을 끌었다.

최근 설기현의 어머니 얘기가 대서특필된 데 이은 두 번째다. 한 언론은 국내에선 이미 잘 알려진 설기현 어머니가 아들을 어렵게 키워온 과정을 세세히 보도해 관심을 끌었다.

버트 기자는 기사에서 설기현이 무표정한 얼굴로 천연덕스럽게 농담을 하고는 씩 웃는 독특한 유머감각을 가졌으며, 이런 점에서 리버풀 출신 코펠 감독과 비슷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통역사 없이 인터뷰를 못한다"는 설 선수의 농담에 당했다는 버트 기자는 설기현이 나무랄데 없는 영어를 구사하며, 영국의 한인촌인 뉴몰든의 식당을 찾아가면서도 영국의 대표적 음식인 `피시 앤드 칩스`와 기네스 맥주를 좋아한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설기현 선수는 축구에 대해 엄청나게 진지한 열정을 보이고 있다고 버트 기자는 평가했다.

벨기에에서 지낸 기간을 포함해 유럽에서 6년을 보낸 설기현은 인터뷰에서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진짜로 보여줄 때"라며 레딩에 올 때 스스로에게 "이것은 내 마지막 기회"라고 결의를 다졌다고 밝혔다.

영국에 먼저 도착했지만 그동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의 활약에 가려졌다는 점을 인정한 설기현은 "그가 할 수 있다면 나 또한 할 수 있다고 속으로 생각했다"며 "나는 겁먹지 않았으며, 그것이 내가 뛰는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설기현은 지난 12일(한국시간) 이영표가 소속된 토튼행 핫스퍼와의 경기에 출전하기도 했다. 이용표와 설기현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은 이 경기에서 설의 레딩은 이영표의 토튼햄에 3:1 기분 좋은 역전승을 거뒀다. 설기현이나 이영표 모두 공격포인트를 올리진 못했다. 설기현은 후반 30분 르로이 리타와 교체돼 나갈 때까지 75분을 소화했다.

`침잠` 이영표와 박지성

"지금 이적을 얘기하는 것은 적당치 않다. 12월 이후에나 거론할 문제다."

후반기들어 한동안 벤치 신세를 져야 했던 이영표나 박지성은 침잠 상태다. 표면적인 이유는 부상. 하지만 이영표의 경우 이적설까지 겹쳐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영표는 오른쪽 발목 부상으로 41일간의 공백 상태에서 다른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그리고 자난 9일 칼링컵 포트베일전을 통해, 복귀 신고식을 치렀고 12일의 레딩전은 78일 만의 리그 경기 출전인 셈이다. 레딩전에서 이영표는 후반 23분 저메인 데포와 교체될 때까지 68분을 뛰었다.

지난 9일 경기를 마친 뒤 이영표는 한동안 다물었던 입을 열었다. 팀의 3-1역전승 직후였고 이영표는 연장전까지 120분을 풀 소화해냈다.

이영표는 "부상 부위의 상태가 좋아졌다. 완전히 치료된 상태가 아니어서 앞으로 조심해야 한다. 역전승으로 팀 분위기가 아주 좋아졌다"고 기뻐했다.

이날 이영표는 그동안 논란이 되어온 AS로마 이적설에 대해선 "그 문제는 12월이 넘어서 이야기할 사안"이라며 "지금 그런 문제를 꺼내는 것은 적당치 않다"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박지성은 재앙이었다. 심각한 부상으로 수술을 했고 현재는 재활에 몰두하고 있지만 주변 여건이 그를 가만 놔두지 않고 있다. 주변 여건은 바로 언론이다.

"퍼거슨은 부임 뒤 공격적인 축구로 매력적인 경기를 해왔다. 그러나 로이 킨과 데이비드 베컴을 이적시킨 뒤 영입한 선수들의 성과는 매우 미진했다. 2800만 파운드를 들여 영입했던 후안 베론과 클레베르손, 에릭 젬바 등은 철저한 실패 사례였다. 박지성, 리암 밀러 등과의 계약도 `맨유에게는 재앙에 가까운 것이었다`."

지난 1일자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인 미러지 기사 내용이다. 물론 기사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맨유 취임 20주년을 분석하기 위한 것이었다. 도마에 오른 선수가 박지성 하나 뿐 아니라는 게 다행이지만 분명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물론 맨유 측은 이에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피했다. 퍼거슨 감독 또한 일체의 대응을 하지 않았다.

맨유는 1일 덴마크 코펜하겐의 파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FC 코펜하겐과의 챔피언스리그 32강 F조 4차전에서 0-1로 어이없는 패배를 당했다. 맨유는 8일엔 챔피언십리그(프리미어리그아래의 2부 리그) 최하위 사우스엔드 유나이티드와의 칼링컵 16강전에서 0대1로 패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도 맨유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12일 원정 경기로 열린 블랙번 로버스와 2006-2007 시즌 프리미어리그 12차전에서 후반 19분 터진 스트라이커 루이 사아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둔 것을 비롯 10승1무1패로 리그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이다. 퍼거슨 감독은 11일 이달의 감독상을 받기도 했다. 박지성이 없는데도 잘 나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월14일 왼쪽 발목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박지성은 지난 6일부터 공을 차는 훈련에 들어갔다. 이런 속도로 재활훈련에 박차를 가한다면 머지 않아 팀훈련에도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맨유는 박지성의 복귀전을 12월23일 열릴 애스턴 빌라와의 프리미어십 원정 경기로 보고 있다. 박지성의 복귀와 명예회복이 절실히 기다려지는 요즘이다. 박충환 기자 parkc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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