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 본격화…유통 차단 운동도 본격화


#사진/KBS

`미국산 쇠고기의 유통을 차단하라!`
미국산 쇠고기 유통을 저지하기 위한 범국민적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9일 KBS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이 방송되면서 이같은 기류는 전국적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민주노동당과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가 곧 시중에 등장할 미국산 쇠고기의 유통을 저지하기 위해 본격적인 시민운동에 돌입했다.
일단 이들은 이미 1차로 수입이 재개된 미국산 쇠고기를 모두 구입해 국민들의 식탁에 오르는 것을 막는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구입 비용은 시민들을 상대로 한 모금운동을 통해 마련하기로 했으며 검역 중인 수입 쇠고기 9톤을 모두 사들여 폐기처분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노동당과 범국본은 이와 함께 수입과 유통, 급식업자 등을 상대로 미국산 쇠고기를 사거나 팔지 않겠다는 내용의 협약서 체결을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미국산 쇠고기 유통업체 등을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린다는 방침이다.
김동규 민중연대 정책국장은 "수입업체와 유통업체, 급식업체 등의 리스트를 정리하고 있으며, 협약서 체결을 제안하는 공문을 보낸 뒤 그 결과를 기자회견을 통해 대중에게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17일부터는 직접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홍보하며 모금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또 시민들이 이같은 운동에 쉽게 동참할 수 있도록 계좌 입금과 휴대전화 소액 결제 방식으로도 모금에 나서고 있다. 광우병을 우려하는 시민들의 참여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KBS의 이 지난달 29일 미국산 쇠고기 생산 실태와 광우병의 위험을 고발하는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을 방영한 데 이어, 30일에는 2003년 12월 이후 2년 11개월 만에 미국산 쇠고기 9톤이 전격 반입됐다. 정부는 `철저한 검역`을 다짐하고 있지만 일반 소비자의 광우병에 대한 우려는 방송 이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일단 다시 한번 광우병에 대해 간략하게 짚어보자.
광우병이란 소에게 치명적인 질병으로서 이 병에 걸린 소는 뇌가 퇴화되며 비틀거리거나 체중이 줄어드는 것과 같은 증상을 나타낸다. 뇌가 스펀지(해면)처럼 변한다고 해서 기술적인 명칭은 `우해면양죄증`이라고 하며, 1980년대 영국에서 이 병이 크게 확산된 바 있다.
사람도 오염된 고기를 먹거나 이 병에 걸린 사람의 혈액을 수혈 받으면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곱병(CJD)이라는 유사한 병에 걸릴 수 있다. 이 변종 CJD는 언제나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치명적인 병으로 알려져 있다.
광우병에 걸린 소의 뇌와 척수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므로 이들 부위가 가장 위험하다. 중추 신경계통의 부산물은 육류 가공제품과 섞일 수 있으며 이 경우도 위험하다. 또한 광우병원균은 압력솥에서 삶아도 살아 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들어 소에게서 나타나는 광우병 증가세가 주춤한 것은 사실. 그러나 인간광우병의 위험성은 오히려 더 높아지고 있다. 지난 2월 9일 영국에서는 수혈로 인한 3번째 인간광우병 전염 사례가 확인됐다. 적혈구, 혈장, 혈소판 등이 모두 인간광우병의 매개가 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가디언>은 3월 27일 "인간광우병이 수혈이나 외과 수술 장비를 통해 과거에 알려진 것보다 더 쉽게 전염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경고했다.
국내에서도 2000년대 이후 인간광우병으로 의심되는 환자가 여러 명 있었다. 2001년 3월 서울대병원은 한 36세 환자를 인간광우병 환자로 판명했다. 그러나 유족의 반대로 부검을 못해서 최종 판단은 유보되었다. 즉 `비공식`적으로는 이미 한국도 인간광우병 발생국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인 것이다.
KBS는 지난달 29일 방영한 에서 △광우병의 실체 △인간광우병의 치명적 증상 △미국산 소 사육과 검사 실태 △수입 기준의 문제점 등을 집중 해부했다. < KBS스페셜>팀은 특히 동종식육의 사례와 닭, 돼지 등 교차오염의 가능성, 미흡한 살균시설을 방영하면서 미 의회조사국과 농무부 감사보고서 등의 관리기록도 제시했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한 이강택 PD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던 지난 8월부터 이 프로그램을 준비했으며, 10월에는 미국을 직접 방문해 미국 축산자본이 운영하는 `공장형 농장(factory farm)`, 쇠고기 수출작업장, 동물성 사료 제조공장 등을 직접 둘러봤다. 그리고 이 PD는 "나는 지옥에 다녀왔다"고 한마디로 심경을 표현했다.

국민기만 행위

농림부는 즉각 반발했다. 방송이 나간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문제없다’는 글을 국정브리핑에 올리는 한편, 설명자료를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이번에는 위험물질이 없는 소만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30개월 이하)에 따라 엄선해서 들여오는데 KBS스페셜은 마치 광우병의 우려가 있는 소를 들여오는 것 같은 인상을 줬다”며 “미국은 96년 이후 동물성 사료를 먹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형 기업들은 대부분(99%) 자가 사료 공장을 운영하면서 옥수수·어분·대두·전분 등으로 사료를 만들며 닭이나 개, 소 등의 사료를 다 각각의 전용시설에서 생산하고 있어 교차오염의 위험이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도 이강택 PD는 “미국의 쇠고기 사료금지 기준이나 검사가 얼마나 요식행위에 불과한가에 대해 미 의회조사국 농무부 등이 제시한 자료를 근거로 방영한 것”이라며 “또한 정부가 제시하는 OIE 기준이라는 것은 미국의 입김에 따라 좌지우지돼온 것으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뒤에는 그나마 기준이 완화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문제제기한 내용은 대부분 지난해 3차례 전문가회의 때 제시된 것임에도 미국과의 협상시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광우병의 위험성과 그 실태, 미 축산업계의 실상 등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다가 그 일부가 드러나니 이제야 ‘안전하다’고 해명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미국 잇따른 압력

이렇듯 광우병에 대한 우려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도 미국은 연일 우리 정부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미국 농무부 램버트 차관보는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한 한국 국민의 높은 관심은 이해하지만 지나치게 불신하는 것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램버트 차관보는 또 1월 합의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을 철저히 준수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국이 검역 기준을 기존의 한·미 합의 수준 이상으로 강화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그는 이날 농림부 민동석 농업통상 차관보를 비공개리에 만나 미국 정부가 국제수역사무국(OIE)에 제출한 광우병(BSE) 국가 위험등급 평가 내용에 대해 설명하며 안전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OIE는 가축의 질병과 예방에 대한 국제적 위생 규칙을 만드는 단체로 광우병 발생 여부를 기준으로 청정국가와 발생국가 등으로 등급을 매기고 있다.
현재 청정국가로 인정받은 곳은 핀란드·스웨덴 등이며 한국은 자생적 발생이 보고된 적 없는 `잠정적 비발생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미국은 발생국가 등급을 받았다.
미국은 10월 초 그동안의 미국 내 광우병 안전조치를 근거로 OIE에 새로운 등급평가를 신청했다. 이어 최근 주요 쇠고기 교역 국가들을 잇따라 방문해 안전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OIE의 잠정 평가 결과는 내년 2월 나오며, 60일간 회원국 의견수렴을 거쳐 5월 말 OIE 총회에서 평가가 확정된다.
이에대해 농림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물량 전체에 대한 검사(전수 검사)를 당분간 계속 할 계획이다. 이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는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창섭 농림부 가축방역과장은 "당초 미국산 쇠고기의 네 번째 수입 건까지 전수 검사를 할 예정이었지만 소비자의 우려를 고려해 안전성이 확보될 때까지 계속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10월 30일 수입돼 현재 검역 과정을 거치고 있는 9t 분량의 미국산 쇠고기의 경우 X-선 이물질 검사 등에서 이상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나면 다음주 중 통관을 마치고 시장에 유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림부는 수입산 살코기에서 척수 신경절 등 광우병 위험 물질이 발견되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다시 전면 중지하고, 일반 뼈 조각 등 단순 이물질이 나오면 미국의 해당 작업장에 대해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농림부의 이런 조치에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검역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불안한 검역체계

정부는 최근 검역 수준을 높였다며 방사선 투시기를 이용한 공개 검역 시연(試演)회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쇠고기에 방사선을 조사(照射)하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 법률에 위배된다는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과 한우협회 등 시민단체들의 항의로 시연회가 중단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농림부는 지난 16일 오후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인천지원 검역창고에서 한 업체로부터 대여해 온 X-레이 투시기인 `식육이물검출기`로 수입재개 결정 이후 처음으로 국내에 반입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뼛조각이 들어있는지 여부를 알아내기 위한 검사를 시연하려고 했다.
농림부는 이와관련 "(수입이 금지된) 뼛조각 등 이물을 정밀히 검출해내기 위해 첨단 검역장비인 식육이물검출기 12대를 올해 안에 긴급 구매해 전국의 검역시행장 12곳에 설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16일 임경종 국립수의과학연구원 인천지원장이 진행한 시연회는 미국산 쇠고기 검역 현황 및 검역 절차에 대한 설명과 함께 수입된 쇠고기에 대한 개봉검사, 절단검사, 해동검사, 식육이물검출기를 이용한 이물질 검출 시연 등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식육이물검출기로 시연에 들어가기 직전에 전영한 한우협회 경북도지회장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설명만 하고 질문은 왜 받지 않느냐, 쇠고기에 광우병이 있는지를 어떻게 육안으로 구별할 수 있느냐"며 큰소리로 항의하면서 시연회가 15분 만에 중단됐다.
강기갑 민노당 의원은 "축산물가공처리법에는 식육에 대해 방사선 검사를 할 수 있는 규정이 없고 원자력법에도 위배된다"면서 "방사선 검사는 불법으로, 시연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시연회에 참가했던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국장은 "우리나라 원자력법에는 쇠고기에 방사선을 조사해도 좋은지, 얼마만큼 조사해도 좋은지에 대한 규정 자체가 없다"면서 "이런 법체계에 대한 보완도 없이 쇠고기에 방사선을 조사한 다음 의무적으로 부착하게 돼 있는 `방사선 조사 라벨`도 붙이지 않은 채 시중에 유통하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심지어 이날 농림부가 한 업체로부터 대여해 왔다는 식육이물검출기에는 당연히 붙어 있어야 할 `검사필증`도 붙어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KBS 이강택 PD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일본과 비교해보면 한국 정부의 대응은 아쉽기만 하다. 일본 정부는 국내 450만 마리에 해당하는 모든 소에 대해서 광우병 검사를 실시하고, 고기를 구입하는 소비자가 해당 고기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후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자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일본 국민은 이마저도 못 믿겠다며 수입재개가 허용된 지 두 달이 지난 지금도 60% 이상이 미국산 쇠고기를 기피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어떤가? 그 흔한 공청회 한번 열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면 병원급식, 학교급식에는 광우병 위험이 있는 값싼 미국산 쇠고기가 무방비 상태로 공급될 게 뻔하다. 한국 정부는 뒷일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는가?"
우려되는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김범석 기자 kimb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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