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실종성까지...시민사회단체 극한의 반발

미국산 쇠고기에서 뼛조각이 발견된지 한달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다이옥신이 검출돼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목소리가 절정에 이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재경부는 `작은 뼛조각 때문에 수입 물량 전부를 돌려보내는 건 납득하지 어렵다`는 태도를 보여 비난을 사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에서 발견된 뼛조각

21일 농림부에 따르면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지난 1일 미국에서 수입된 냉장 쇠고기를 정밀 검사한 결과, 국내 허용 기준치인 5피코그램(pg/g)을 넘는 6.25피코그램의 다이옥신이 검출됐다. 이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된 후 3차례 쇠고기 뼛조각이 발견된 데 이어진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에서 검출된 다이옥신은 발암성 독극물로, 쓰레기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며, 생식기능 장애와 면역 체계 이상 등 다양한 질병의 원인물질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2003년 칠레산 돼지고기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된 적도 있었다. 미국산 쇠고기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

발암성 독극물, 다양한 질병의 원인

2003년까지 국내에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에서는 다이옥신이 발견된 적이 없다. 하지만 2년 10개월 만에 수입이 재개된 뒤 들어온 두번째 물량에서 소량의 다이옥신이 나온 데 이어, 이번 세번째 물량에서는 허용량을 넘어서는 수치가 검출된 것이다.

한미 수입 위생조건에 따르면 다이옥신 등 잔류물질 검사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사실이 확인되면 해당 물량은 폐기 또는 반송되고 미국 내 작업장의 수입 승인도 중단된다. 뼛조각이 발견됐을 때와 같다.

따라서 다이옥신이 검출되더라도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전면 수입 중단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은 없다. 다만 뼛조각은 가공 과정에서 실수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지만 다이옥신은 소의 몸에 축적된 것이라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이상길 농림부 축산국장은 “만약 특정 사료가 (다이옥신 검출의) 원인이고 그 사료를 먹은 소가 한국이 허가한 다른 작업장에도 공급됐다면 추가 제재조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다이옥신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 22일 농림부에 팩스를 보내 검사 절차와 사용한 시료의 종류 등 증빙자료를 요청한 상태다.

미국측 입장에 손들어준 재경부

이와관련 주무부처인 농림부와 재경부의 갈등이 일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일단 농림부는 한-미 양국 합의사항인 만큼 원칙대로 검역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재경부는 더 큰 국익이 걸린 한미FTA협상을 위해서는 쇠고기 문제에 관해 다소 양보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김성진 재경부 차관보는 22일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농림부가) 국제사회에서 통하지 않는 조치를 취하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이성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국의 검역은 비관세장벽"이라며 반발해 온 미국측의 손을 들어준 꼴이다.

재경부가 검역당국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이상길 농림부 축산국장은 "양국 합의에 따라 원칙대로 검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 원칙을 지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뼛조각의 크기를 규정해 검역을 허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들끓는 국민들

이런 가운데 시민사회는 들끓고 있다. 뼛조각이 포함된 쇠고기에다 암을 유발하는 다이옥신이 우리 식탁 위에 버젓이 올라갈 수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과거 보건의료 및 소비자 단체를 중심으로 진행됐던 반대운동이 사회 각계단체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이 자국 쇠고기 문제를 한미FTA 협상장에서 논의하자며 한국정부에 압력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전면 중단을 촉구하고 있는 시민단체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지금 당장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범국본은 "쓰레기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이옥신은 생식기능 장애와 면역 체계 이상 등 다양한 질병을 일으키며, 1그램만으로도 몸무게 50kg의 사람 2만여 명을 죽일 수 있는 발암성 독성물질"이라면서 쇠고기 수입 중단을 강력히 촉구했다.

범국본은 재경부의 입장에 대해서도 "우리를 더욱 분노케 하는 것은 미국 정부도 아닌 한국 재경부의 태도"라면서 "광우병으로부터 결코 안전하지도 않고, 더군다나 발암위험물질까지 포함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국민의 입에 넣으려는 정부가 과연 국민의 정부냐"고 따져 물었다.

아울러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쇠고기 수입재개를 전면 재검토하기는 커녕 오히려 한미FTA 협상에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협상의 걸림돌이 될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며,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삼아 한미FTA를 체결하려는 것에 반대한다"고 했다.

이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는 단순히 통상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사안"이라며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광우병 위험 쇠고기의 무책임한 수입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오종렬 범국본 공동대표는 "한번 국내로 반입된 미국산 쇠고기는 언젠가는 반드시 국민들 입으로 들어가게 되어있다"며 "미국인들조차 광우병 위험을 경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정부는 수입을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편집국장도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광우병 위험요소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미국산 쇠고기를 우리 식탁에 올려놓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미FTA 5차협상이 종료된 이후에도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한 미국의 통상압력은 도를 넘고 있다. 미국이 자국 쇠고기 수입 문제를 내년 1월에 있을 한미FTA 6차 협상장에서 논의하자고 공식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양국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를 FTA 협상에서 다루지 않겠다고 합의한 바가 있어 더욱 파문을 낳고 있다. 양국은 올초 한미FTA 4대 선결조건에 합의하면서 이 문제를 논의하지 않기로 의견을 일치한 바 있다.
우리 정부는 아직까지는 `미국산 쇠고기와 한미FTA는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미FTA 갈등과 불이익만 초래

한편 범국본은 지난 21일 민주노총에서 `한미FTA협상 중간평가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한미FTA 협상을 지속할수록 국내 갈등과 불이익만을 초래한다며 더 늦기전에 한미FTA 협상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간평가 보고서 총론에는 ▲ 한미FTA 협상에서 미국이 초강세를 보이는 서비스, 투자, 지적재산권 등 이른바 신통상이슈에서 한국측은 사실상 속수무책임 ▲ 상품분야에서는 4대 선결조건과 더불어 끝난 것으로 보였지만 광우병으로 부활한 쇠고기, 그 외 자동차, 섬유의류 카드를 가지고 겨우 게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 ▲ 쇠고기, 무역구제, 의약품 부문의 요란한 마찰음에도, 이미 저울은 기울었고, 판을 새로 짜지 않는 한 돌이킬 수 없는 상황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한 ▲ 미국 측 양보의 여지가 매우 좁다는 것이 확인되었고, 미 민주당의 의회 주도로 협상 체결의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간평가보고서 부록에선 각계 전문가 20여 명이 지난 1년간 진행한 다섯 차례의 한미FTA 협상을 19개 분과, 51개 쟁점에 걸쳐 구체적인 협상 내용을 평가했다.
한편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최근 한미FTA저지 시위 참가자에 대한 검찰의 무리한 구속영장 청구가 도리어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있다며 이를 중단해야 한다는 항의서한을 정상명 검찰총장과 임채진 서울중앙지검장 등에게 보냈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검찰은 불법시위에 대한 엄단이라는 형사정책적 목적과 수사편의라는 이유로 수사과정에서 지켜야 할 국민의 기본권마저 훼손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구속을 형벌의 일종으로 사용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실질적으로 확립해야 할 것과 법치주의를 도리어 훼손하는 무리한 구속영장 청구를 중단할 것 등을 촉구했다. 김창환 기자 kimch12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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