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초등학교 생활, 우리반 친구들을 소개합니다-2회

기사 쓰는 게 힘들다는 거 처음으로 알았다. 가급적 기사를 쓸 때마다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하려고 하는데(사실 이거는 신문사에 계시는 `진짜` 기자님들에게 배운 것이다) 그게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닌 것 같다.

기사가 나갈 때마다, 특히 우리 반 친구들 같은 경우 지적을 하곤 한다. 특히 지난번 같은 경우는 아주 불평이 심했다.

위클리서울 54호엔 얼마남지 않은 초등학교 마지막 생활을 함께 하고 있는 우리반 선생님과 친구들에 대해서 기사를 썼다. 그런데 문제는 기사가 실린 신문을 본 우리 반 애들의 쏟아진 불평이다. 먼저 문제를 삼는 친구들은 왜 일부 애들만 내보냈느냐고 심하게 항의했다. 그런데 사실  30명이 넘는 애들을 전부 기사에서 다루는 것도 문제가 있다. 그래서 나하고 친한 애들 위주로, 또 다룰만한 특징이 있는 애들 위주로 선정을 해 기사를 썼다. 그런데 기사에 포함되지 않은 애들이 불평을 늘어놓는 것이다.


#실내체육관에서 피구에 열중하는 친구들

그리고 또 하나, 기사에 실린 애들도 그렇다. 이 경우는 사진이 대부분의 이유를 차지한다. 사진이 실물보다 잘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문이 나온 다음날 아침 우리 반은 엄청 정신이 없었다. 한바탕 혼란이 일 정도였다. 그래서 <위클리서울>에 부탁, 기사를 한 번 더 쓰게 되었다. 허락해주신 <위클리서울>에 감사드린다. 자아, 그럼 시작해볼까.

먼저 내 뒤에 앉는 개탕이(조은서)다. 개탕이는 별명이 여러 개다. 조개인도 있고, 외계인도 있고, 개똥이도 있다. 히히 다 `조개`에서 비롯된 것이다. 개탕이는 나와 같은 외동딸이라서 말이 너무 잘 통하는 것 같다. 그리고 나는 편한 친구, 그러니까 나를 챙겨줄 만한 친구를 좋아하는데 개탕이는 그런 스타일이라서 너무 좋다. 그리고 말하는 데에도 재치도 있다.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친구들. 가영이, 미지, 채영이(앞 왼쪽부터)

다음은 내 앞에 앉은 손가영이다. 손가영은 특별한 별명은 없다. 손가영은 착한 것 같다. 그래서 나한테 너무 쉽게 당한다. 나는 그런 애들한테 장난치는 게 너무 재미있다.

이번에는 표정연기의 달인 자차씨(유나래)다. 자차씨는 표정을 리얼하게 잘 짓는다. 진짜 웃기다. 웃을 때도 크게 웃고 놀랄 때도 크게 놀라곤 한다. 자차씨는 주로 이가영(지난주에 힘이 엄청 센 애라고 소개해드렸다) 때문에 놀란다. 특히 이가영이 폭력적인 행동을 할 때…. 모든 애들도 다 놀라겠지만 히히 ㅡ,.ㅡ;;

다음은 나와 이름이 비슷한 하은이다. 하은이는 별로 특별한 별명이 없다. 하은이는 키가 작다. 그래서 자기보다 큰 동생에게도 자주 당하곤 한다.


#오른쪽이 힘 센 가영이. 보기에도 그렇죠?

다음은 우리 반 여자 중에서 제일 키가 큰 태진아(태희진)다. 가수 태진아의 이름과 비슷하다고 그런 별명을 갖게 됐다. 진아는 공부도 잘하고 키도 크고 날씬하다.나도 키가 작은 편은 아니지만 때로 부러울 때가 있다.

히히 그리고 올챙이(전채영)가 있다. 챙이는 공부를 잘한다. 학교 가는 길에 한번 우리 아빠를 만나서 충격을 먹었다. 왜냐하면 아빠가 챙이의 여드름을 보고 "마빡에 여드름 귀엽게 났네!" 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후로는 여드름 때문에 무지 신경 쓴다.

양파링(양지윤)도 있다. 양파링은 별명 못지 않게 항상 코믹하다. 걸어 다닐 때도 그냥 걷는 게 아니라 춤을 추며 걷는다. 그리고 항상 애들 아파에서도 이상한 춤을 춘다.


#실버 희주의 뒷모습. 모자에 말고삐가...

마지막으로 나의 실버( 내가 붙여준 별명인데, 어느 만화 영화에선가 나오는 말 이름으로 알고 있다) 희주다. 희주는 엄청 조용하다. 별명을 실버라고 부르게 된 이유는 모자에 목도리가 달려 있는데 그 끈이 양쪽으로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 끈이 꼭 말고삐 같아서 내가 "달려라, 실버~" 라고 맨날 외친다.

이번에는 우리반 남자애들을 소개하겠다. 항상 머리를 기르고 다니는 삽살개(김정한). 삽살개는 선생님 심부름을 거의 다 한다.


#남자 친구들

그리고 우리 반에서 제일 키가 큰, 송아지(송하용)도 있다. 별명은 이름 때문에 지어진 것이다. 송아지는 키가 엄청 크다. 우리 반에서 제일 작은 강경남이랑 비교하면…허걱이다. 완전 웃기다.

히히 그리고 우리반의 박사(?) 아메바(박민철)도 있다. 아메바는 완전 어른 같다. 어려운 말도 많이 쓰고 우리를 많이 놀라게 한다. 그러다 보니 때론 말이 안 통할 때도 많다.

다음은 뼈다귀 같은 박제승이다. 박제승은 축구를 엄청 잘한다. 그 마른 몸으로 어떻게 축구를 잘하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마지막 싸돼(이승철). 싸돼는 `싸가지 없는 돼지`의 약자다. 별명이 조금 심한가. 어쨌든 이승철은 뚱뚱하고 말빨이 세다. 장난기도 많다. 지난번엔 나와 심하게 다투기도 했다.

그 외에도 몇 명의 남자애들이 있지만 특정한 애들만 골랐다. 겨울방학이 시작됐다. 난 겨울방학이 싫다.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방학이 끝나면 졸업을 한다. 1년 혹은 그 이상 정들었던 친구들과 어떻게 헤어질 수 있을지 고민된다. 물론 같은 중학교로 올라가는 친구들도 있겠지만…. 그런 친구들이 조금이라도 더 많았으면 좋겠다.

다시 6학년 1학기로 돌아가고 싶다. 씁쓸했던 추억도 많지만 그래도 난 초등학교 생활의 마지막 1년, 다시 한번 해보고 싶다. 하지만 그런 기회는 없을 것 같다. 치열했던 1학기 회장선거, 그리고 이후 다녀온 경주로의 수학여행…오랜만에 치러진 가을운동회. 그리고 2학기 때 다녀온 2박3일간의 수련회. 모두 다 즐거웠다. 이제서야 친구들의 성격도 많이 알았는데 헤어진다는 건 정말 싫다. 지옥가는 것보다 더 싫다. 얼마 안 남은 시간이라도 즐겁고 소중한 더 많은 추억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정다은 기자 <정다은님은 청량초등학교 6학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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