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직장 동료들과 떠나는 정기 산행 후기-소요산 편

지난해 6월 직원들과 술자리를 함께 하다가 서울 성동구청 지적과 직원들끼리 한 달에 한 번씩 만이라도 같이 등산을 다니는 것이 어떻겠냐는 과장님의 제안에 시작된 산행. 처음 시작할 당시만 해도 `길게 잡아 두세 번이면 흐지부지될 걸?` 하는 뭇사람들의 못미더움을 불식시키고자 다들 열심히 노력한 결과 매번 7~8명씩은 모여 아직까지 최소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맑은 공기 마시며 잠시나마 속세를 벗어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지난해 가을 준비했다가 실행에 옮기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고자 소요산 산행을 준비했다.

전날 밤 늦게까지 놀아달라 칭얼대는 아들 녀석 덕분(?)에 늦게 잠든 것 때문인지 일어나 보니 7시54분…으악~~~큰 일 났당~!!
8시40분까지 창동역에서 동료들하고 만나기로 약속을 해놨는데….

씻는 둥 마는 둥 대충 챙겨 후다닥 택시를 붙잡아 기사 아저씨 닦달해서 창동역에 도착하니 8시40분이다.

부지런한 조민호 계장님은 수유리에서 버스를 타고 벌써 소요산으로 출발했고, 먼저 도착한 정호산 주임과 조금 후 이원형 주임, 안인숙 씨, 김동성 주임이 차례대로 도착하고 8시59분 창동발 소요산행 전철에 올랐다.

이번 달부터 산행에 동참한 이종해 주임을 전철 안에서 만남으로써 오늘 약속된 7명이 모두 모이게 되었다.

지난해 말 전철이 개통되기 전까지는 구 의정부북부역에서 통일호 기차로 갈아타거나, 수유리에서 버스로 가는 방법이 있었으나, 비록 배차시간이 30분에 1대 정도지만 전철이 개통되면서 한번에 소요산역까지 갈 수 있어서 `많은 사람이 찾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는데, 워낙 단풍으로 유명한 산이어서 일까? 의외로 겨울철 등산객들이 적어 편안히 앉아서 소요산역까지 갈 수 있었다.

소요산역에 먼저 도착한 계장님과 합류한 후, 매표소 쪽에 가까워질수록 무엇이든 비싸진다는 것을 몇 번의 산행에서 체득한 경험으로, 역 건너편 슈퍼마켓에 들러 생수, 컵라면 등 잡다한 걸 샀는데 예상하지 못한 가격에, 설레임에 찾아온 등산객들을 상대로 넘 폭리를 취하는 것 같아 등산을 시작도 하기 전 다소 미간을 찌푸리게 한다.

소요산유원지 쪽으로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다들 아침식사를 거른지라 길옆 포장마차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오뎅국물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1차 봇짐(?)을 풀었다. 막걸리와 김밥 그리고 오뎅국을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해치우고는 다시 출발…. 그러나 다시 우리의 발길을 붙잡는 게 있었으니 바로 쫀득하고 매콤한 게 소주 한잔 생각나게 만드는 돼지껍데기 볶음…. 넉살좋은 아주머니에게 소주까지 구입해서는 늦어진 산행을 재촉한다.


#소요산 일주문 앞에서 산행을 시작하기 전에….

일주문을 지나 조금 오르니 4년 전 가을에 왔을 때 시원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떨어지던 원효폭포는 엄동설한에 자취를 감추고, 그 바로 옆 계단을 오르니 원효대사가 좌정하고 고행수도 했으나 도를 얻지 못해 투신자살하려는 순간에 이르러 도를 통할 수 있었다는 전설이 서려있는 백운암이라는 사찰을 볼 수 있었다.


#뒤쪽으로 보이는 암자가 백운암이다.

계곡 옆으로 놓여있는 계단을 따라 조금 오르니 자재암(自在庵)이 보이고, 그 앞쪽으로 3m가량 높이의 아담하게 얼어붙은 청량폭포가 눈길을 붙잡는다.


#청량폭포

지난번 경험에 의하면 소요산 산행은 실질적으로 자재암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이곳에서부터 하백운대까지의 코스가 가장 힘들게 느껴졌던 것을 떠올리며 조금씩 호흡을 조절하며 한 발 한 발 내딛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연발 터뜨리는 "아이구 죽겠다~!"라는 정호산 주임의 투정을 즐기며 오르고 오르다보니 숨이 턱까지 차 오를 즈음 하백운대(해발440m)에 다다를수 있었다.


#오를 땐 느림의 미학을 보여주지만 내려갈 땐 날다람쥐 같은 정호산 주임.


#왼쪽부터 작년 첫 산행부터 한번도 안 빠지고 필자와 함께 하고 있는 이원형 주임, 아침마다 산에 운동하러 다닌 덕분에 왕성한 체력을 자랑하는 김동성 주임, 작년 처음 산행을 시작할 때는 무척이나 힘들어 했었는데 이제는 제법 산행에 능숙해진 안인숙 씨, 이번 처음 산행에 동참했지만 꿋꿋이 잘 올라와 준 이종해 주임.

이정표 앞에는 제법 높은 돌탑이 있다. 누가 처음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유구한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이들이 돌멩이 하나 하나에 소망을 담아 정성껏 올려놓았을까?` 생각하니 경건해지기까지 한다. 가족과 동료, 그리고 모든 이들의 건강을 빌어보고….


#이달 말 히말라야 등정을 앞두고 있으나 잦은 술자리 때문에 체력이 걱정인 조민호 계장.

하백운대에서 중백운대(510m)를 거쳐 상백운대에 이르는 길은 가파른 절벽이다. 작은칼을 수만 개 세워놓은 듯 뾰족한 바위들로 이루어져 있다. 흡사 도봉산 포대능선을 작게 축소시켜 놓은 것 같다. 그러한 바위틈 사이로 뿌리를 뻗고 수많은 세월 동안 온갖 시련을 겪어내면서 아름답게 자신을 승화시켜 경외롭기까지 한 노송들의 멋진 자태는 지나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좌측 북쪽으로 보이는 연천, 전곡의 눈 덮인 평화로운 들녘을 감상하다보니 어느새 상백운대(559m)다. 계속되는 뱃속에서의 신호에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펴고는 컵라면에 물을 붓고 김밥과 돼지껍데기 그리고 잘 익은 김치에 수통에 담아온 양주와 소주까지 꺼내놓으니 황제의 밥상이 부럽지가 않다. 지나는 등산객들의 부러운 눈길을 안주로 하고 목을 타고 넘어가는 짜릿한 알코올과 뜨거운 커피까지 한 잔 하고 나니 얼었던 몸이 나른하게 풀린다.


#왼쪽 아래가 필자랍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나한대(571m)와 의상대(587m)를 거쳐서 하산할 계획이었으나 황제의 밥상 덕분에 시간이 지체되어 다소 아쉽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고 선녀탕 쪽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하산 길은 계곡 쪽이라서 그런지 너무 미끄러워 준비해간 아이젠을 착용해야만 했다. 처음 아이젠을 착용한 이종해 주임은 아이젠을 착용하고서도 불안해 해 친절한 김동성 주임이 손을 잡아주고서야 안심하는 모습이다. 올라갈 때 가장 힘들어하던 정호산 주임은 하산 길에서는 정반대로 날다람쥐 마냥 제일 빠르다. 자재암까지 내려와서는 이가 시릴 정도로 시원한 한 모금 약수로 알코올로 인한 갈증을 달래고는 뒷풀이 막걸리집으로 향했다. 식당 아주머니의 푸짐한 서비스 덕분에 저렴하지만 배부르게 막걸리와 파전 등으로 얼은 속을 녹이고, 다음달 산행을 기약하며 서울행 전철에 몸을 실었다. 정기룡 기자 <정기룡님은 서울 성동구청 지적과에 근무하는 공무원입니다. 앞으로 한 달에 한 번 동료직원들과의 산행이 있을 때마다 후기를 독자님들에게 들려드릴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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