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친노그룹 사수파 '꼬마 여당' 전락 가능성

열린우리당 내에서 독특한 `개혁 목소리`로 튀던 임종인 의원이 탈당했다. 그리고 그 뒤를 이계안 최재천 의원이 이었다. 탈당 쓰나미는 여기서 그칠 것 같지 않다. 원내 대표를 지낸 천정배 의원도 29일 탈당했다. 
이미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호남의 좌장격인 염동연 의원이 `마음 떠났음`을 선언했고 정동영 전 의장 등도 `결단`을 예고한 상황이다. 이들이 모두 한 배를 탈 경우 탈당 인사는 50여명을 훌쩍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태가 심각해져서일까. 그 동안 통합신당과 탈당론에 회의적이었던 노 대통령이 "(당을 나가는 게) 나 때문이라면 내가 나가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범여권이 몇 갈래로 찢어져 당분간은 `다자구도`로 흐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우리당에 필요한 것은 내가 아니라 그 사람들이다."
여권 분열을 우려하는 노 대통령이 마침내 `백기`를 꺼내든 것일까. 그는 최근 신년 기자회견에서 탈당파에 호소의 목소리를 전했다.
직간접적으로 뜻을 전해주거나 자신에게 당을 나가라고 하면 당적정리도 하겠다는 언급과 함께였다.
그 동안 고수해왔던 `탈당 불가` 입장을 접으면서까지 노 대통령이 의원들을 잡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권에선 노 대통령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신당파들의 탈당 러시가 수그러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목소리다.

당 해체 위기 앞에서…

대통령 뿐만이 아니다.
친노그룹이 중심인 당 사수파들의 입장도 예전의 그 것에서 한 발 물러섰다. 참여정치실천연대 의원단은 기존의 기간당원제를 포기하고 기초당원제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는 당헌당규 고수를 주장해온 원외 사수파들의 강력한 반대를 불러올 것으로 보이지만 당 해체의 위기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과 참정연 등의 `양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든 측면도 없지 않다.
참정연의 한 의원은 "전당대회를 통해 당을 재정비하고 평화개혁 미래세력 대통합을 이룰 수 있는 전환점이 된다면 이를 감수할 수도 있다"면서도 "중앙위와 전당대회 무산을 핑계로 탈당하려는 시도는 정치도의상 맞지 않고 비겁한 일"이라고 일침을 잊지 않았다.
노 대통령의 `탈당 가능` 발언과 참정연의 당헌 개정 수용 방침은 일단 탈당파들의 명분을 약화시키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청와대와 당 사수그룹은 "우리는 할 만큼 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계기도 만들었다.
결론적으로 2월 전대 사수와 `열린우리당` 중심이라는 기본 줄기는 크게 변하지 않은 셈이다. 노 대통령도 "우리당을 중심으로 해서 새 당을 만들고자 하는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는 방향으로 함께 가자"면서 열린우리당이 주축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이는 "열린우리당은 이미 실패했다"고 규정한 염 의원이나 정 전 의장의 입장과는 상당한 거리감을 두고 있는 인식이다. 여당 중심의 정계개편을 고수하는 한 민주당 등이 가세하기는 사실상 난망한 상황이다.
때문에 연쇄 탈당 움직임이 잠시 주춤하기는 하겠지만 당 분열이라는 대세는 되돌리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기본적으로 탈당파와 사수파의 인식 괴리는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었다.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당 내부에 성향 차이가 있어서 같이 못하겠다고 하는데 크게 뭉쳐야 하는 것이 정당의 원칙이다"면서 "크게 뭉쳐서 가자"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의장을 비롯한 신당파들은 우리당의 실패 원인을 `당내 소수 고립주의자 때문`이라고 규정한다. 당내 소수 고립주의자라는 표현만 썼지 사실상 친노 그룹과 당 사수파를 지목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 측의 깊은 반목과 갈등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인식도 당 내부에는 적지 않게 팽배해 있다. 신당파들은 사수파 이야기만 나와도 고개를 젓기 일쑤고, 사수파 또한 신당파들에게 깊은 불신감을 감추지 않는다.
때문에 여권의 분열은 기본적으로 신당파와 사수파로 갈라질 가능성이 높다. 노 대통령과 친노그룹, 그리고 영남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꼬마 여당`과 제3지대 통합 신당의 공존이 그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근태 의장의 재야파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재야파의 선택에 따라 어느 쪽이든 상당한 무게중심이 실릴 전망이다.
지난해 말, 신당 추진에 대해 정 전 의장과 김 의장은 같은 입장을 취했지만 최근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 정 전 의장이 강경하게 `탈당 의사`를 보이는데 반해 김 의장은 "어려운 때일수록 큰 길을 가야 한다"며 "현 시점에서 탈당을 거론하는 것은 민주주의자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의 개헌과 신년 기자회견에 있어서도 상대적으로 호의적인 김 의장은 "대통합 신당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는 중앙위원회 회의와 전당대회 과정을 통해 발전된 논의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고 전대에 힘을 실었다.

대선 앞두고 또 `단일화`(?)

여당의 핵분열 가능성은 비단 두 개 그룹으로 나눠지는 것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탈당파가 모두 나간다고 해도 이들이 한 배를 타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기본적으로 염 의원과 정 전 의장이 중심이 된 `호남 그룹`과 임종인 의원 등의 성향에는 상당한 차이가 느껴진다.
때문에 `중도보수` 혹은 `통합`을 외치는 탈당파들은 민주당과 과거 고 전 총리 지지세력과의 연대에 주력하면서 범여권통합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임 의원 등은 시민사회단체 등과 연계해 `개혁` 성향이 한층 강한 신당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과 박원순 변호사,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등이 이 과정에서 제3후보로 떠 오를 수 있다.
여권의 핵분열은 기본적으로 3개 그룹이 예상되고 있지만 정 전 의장과 김 의장 등 유력 잠룡에 따라 더 한층 늘어날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
한편 노 대통령의 탈당과 여권의 분열이 현실화된다고 해도 이런 `다당제 구도`가 대선 정국 끝까지 유지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한나라당의 분위기다. 각 그룹이 대선 후보를 선출해 바람몰이에 나서겠지만 결국은 `반한나라당 단일전선`을 구축해 후보 단일화를 모색해 나간다는 것.
노 대통령이 본격적인 `당 수습`에 나선 가운데 `풍전등화`의 운명에 처한 여권이 어떻게 2월 전대를 사수해 낼지 지켜볼 일이다.
유상민 기자 uporter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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