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쌀 땐 '마구' 올리고 쌀 땐 '찔끔' 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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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2.02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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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통난 정유사 가격 담합 폭리에 소비자들 비난 봇물

정유사들이 연초부터 잇단 악재에 신음하고 있다. 내수 부진과 정제 마진 감소 등으로 경영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류가격 담합` 문제로 거액의 배상금과 과징금을 물게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은 공교롭게도 별도로 진행돼온 사안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정유업계가 `담합`을 일삼는 듯한 부정적인 시각이 확산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게다가 "정유사만 폭리를 취한다"는 소비자들의 싸늘한 시선도 정유업계를 곤혼스럽게 하고 있다.

국방부 납품 유류 입찰 3년간 가격 담합

업계에 따르면 SK(주)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SK인천정유 등 5개사는 지난 23일 법원으로부터 국방부에 810억원을 배상하라는 1심 판결을 받았다.
1998 2000년 국방부 군납 유류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사실이 드러나 국방부가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 따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업체가 경영 실적이 안 좋은 상황에서 거액의 배상판결이 나와 엎친데 덮친 격"이라며 "항소할지 여부 등은 판결문을 받아본 뒤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납품 유류 담합 사건`은 지난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정위는 2001년초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동안 정유사들이 국방부 납품 유류 입찰 과정에서 가격을 담합해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발표했다.
공정위는 이와 관련 정유사들에게 총 190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690억원을 경감해 줘 총 1211억원의 과징금을 거뒀다. 이후 일부 정유사들은 행정소송을 냈고 그 결과 대법원은 공정위가 이득액 규모 등을 고려하지 않고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판정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일부 정유사에 기납부 과징금 및 가산금 등 111억800만원을 되돌려주기도 했다.
이번 1심 판결은 국방부가 공정위 과징금과는 별도로 2001년 2월 정유사들을 상대로 1584억원에 달하는 민사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데 따른 것이다.
정유사들은 한국개발연구원 감정 결과를 토대로 국방부의 피해 금액이 302억원이라고 주장한 반면 국방부 의뢰를 받은 서울대 기업경쟁력연구센터는 손해액을 1140억원으로 산정했었다.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3일 참고자료를 내고 "이번 사건은 2001년 교복담합 사건에 이어 카르텔(담합)에 대한 행정적 제재와 형, 피해자에 대한 민사적 손해배상 등 공정거래법의 공적 집행과 사적 집행이 완결적으로 이뤄진 대표적 사례"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공정위는 또 "카르텔 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실수요처 또는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소송을 제기해 손해를 배상받는 것은 카르텔 근절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며 "이럴 경우 초과이윤이 어렵기 때문에 카르텔 행위를 할 실익이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시내전화 요금, 교복가격, 밀가루가격 담합 영향 미칠 듯

이번 군납유류 입찰담합 사건은 카르텔에 대한 행정적 제재 및 형벌부과와 피해자에 의한 민사적 손해배상 등 공적집행과 사적집행이 완결적으로 이뤄진 사례다.
현재 시내전화 요금담합 사건, 교복담합 사건, 용인동백지구 분양가담합 사건, 밀가루담합 사건 등과 관련해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KT와 하나로텔레콤의 시내전화 요금담합 사건과 관련해 지난 2005년 10월 시내전화 가입자 482명이 양사를 상대로 서울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현재 1심이 진행되고 있다.
3개 교복업체의 가격담합과 관련해선 공정위가 지난 2001년 5월 처분을 내린 후 학부모 3천525명이 공동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2005년 6월 지방법원에서 1인당 평균 5만8천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고, 현재 고등법원에서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공정위 측은 "카르텔 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실수요처 또는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소송을 제기해 손해를 배상받는 것은 카르텔 근절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라고 전했다.
경쟁법 선진국인 미국에서는 카르텔 피해자들의 민사소송이 활성화돼 있다. 일례로 지난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가 미국 내 D램 소비업체들에 각각 6천700만달러, 7천300만달러를 배상한 바 있다.
공정위는 피해자들이 민사소송을 적극 제기할 수 있도록 담합 입증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는 등 최대한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공정위가 SK인천정유를 뺀 4개사를 대상으로 국내시장 가격 담합 혐의 조사 결과를 곧 내놓기로 해 해당 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공정위는 2004년 8월부터 SK㈜,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가 수년간 국내 시장에서 가격담합을 해왔다는 혐의를 두고 조사해왔지만, 그동안 구체적 증거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따라 국내 시장에서 유류 가격이 적정한 수준으로 상승해왔는지를 분석, 이를 담합 입증에 활용하는 경제분석 기법을 채택하기도 했다.
권오승 공정위원장도 지난해 말 이를 토대로 "정유사 담합에 관한 증거를 찾았다"고 밝혔고, 공정위도 심사보고서 작성을 마치고 조만간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혐의가 인정될 경우 정유 업체별 과징금은 적게는 100억원대에서 많게는 900억원대로 추산돼 경영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여론 싸늘한 눈초리도 정유사들 부담

가뜩이나 내수 판매가 어려운 상황에서 여론의 싸늘한 눈초리도 정유사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소비자들은 "정유사들이 고유가 때는 기름값을 `마구` 올리고 저유가 때는 `찔끔` 내리는 수법으로 폭리를 취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19일 현재 국내 주 도입 유종인 중동산 두바이 유가는 배럴당 49.06달러에 가격이 형성됐다. 지난해 7월 배럴당 월 평균 69.2달러와 비교하면 무려 20달러 차이가 난다. 단순계산으로 하면 28%나 떨어진 셈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직접 느낄 수 있는 휘발유 주유소 가격은 변동폭이 그리 크지 않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7월 평균 1543원에서 올해 1월 3주차에는 1412.82원이었다. 약 130원 정도만 떨어져 하락폭은 8% 정도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대한석유협회와 정유사들은 "국제원유가와의 단순비교에는 무리가 있다"며 강하게 항변하고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휘발유 소비자 가격은 국제 원유가가 아닌 국제석유제품 가격에 연동되고, 적용시점도 1~2주의 시차가 발생한다"면서 "특히  당 1500원의 가격에는 60% 정도인 900원이 세금이다 보니 소비자들의 체감속도는 더딜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소비자 가격에 붙는 세금은 `배보다 배꼽이 큰` 게 현실이다.
휘발유 가격은 교통세(휘발유 526원, 경우 404원(7월 이후 454원), LPG 210원)에다 주행세(교통세액의 26.5%), 교육세(교통세액의 15%), 부가세(공장도가격+특소세+주행세+교육세의 10%) 등이 붙는다.
이를 감안해 1월 3주차(세전공장도 485.53원, 세후 공장도 1352.8원, 주유소 1412.82원) 유류가격을 기준으로 소비자들이 지불해야 하는 세금은  당 약 872.31원에 달한다. 소비자들은 주유소 가격의 61.7% 정도를 세금으로 내는 셈이다.
이에 따라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서는 지난해 9월 산업자원부에 교통세 인하를 통해 휘발유 가격을 내려줄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 휘발유 가격이 계속 인상될 경우 국내 자동차 내수판매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에너지시민연대측에서는 세금 외에도 정유사들의 불투명한 가격결정 구조와 조정계수 수치, 정유사들의 담합 등을 휘발유 가격의 문제로 지적한다.

제품가격 하락, 수출물량 감소 등 이중고

한편 정유업계의 지난해 매출은 국제유가 오름폭과 제품가격 연동으로 `70조원시대`에 접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SK㈜의 경우 2005년 과 견줘 8% 늘어난 23조6488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다른 정유사들도 매출은 소폭 상승했을 것으로 보인다. 2003년(40조382억원) 이후 해마다 10조원 이상씩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내용면에서는 실망스럽다. 주력인 석유사업의 영업이익은 부가가치가 높은 경질유 제품을 생산하는 고도화 시설 비율이 국내 정유사 평균(22.2%)보다 높은 32.4%인 S-Oil을 제외하고는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SK㈜는 4분기 석유사업 영업이익이 28%나 감소해 연간으로는 3% 줄었다. 3분기이후 정제마진 악화와 내수시장 공급과잉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2007년은 유가 안정에 따른 제품가격 하락, 정제 마진 축소로 인한 수출물량 감소로 영업전망을 짜기가 더욱 힘들다. 지난해 32.9%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던 석유제품 수출이 올해는 3.0% 감소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고도화설비 증설도 수익으로 나타나기 까지는 적어도 2 3년의 시차가 있고, 투자비도 막대해 고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강성일 기자 steel3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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