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손학규 이재오 트리오에 전국 조직 결성

한국 정치사를 수십년간 주름잡던 3김이 퇴조한 이후 우리 정치권의 주역은 4.19 세대로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들은 지난 2002년 대선을 전후로 87년 항쟁 주역이었던 386 세대들에게 주도권을 넘길 수밖에 없었다.
최근 정치권에선 지난 1964년 한일 협정 반대에 나섰던 세대들이 주목을 받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들이 모여 결성한 6.3 동지회의 지난해 총회는 흡사 `대선출정식` 분위기였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학생운동권 출신이지만 현재 이들의 주축은 대부분이 한나라당과 가까운 것으로 전해진다. 그 중심에는 현재 고공질주를 하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MB)과 이재오 최고위원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말 열린 6.3동지회의 정기총회는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의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인사말을 남겼고 이재오 최고위원이 회장으로 추대됐다.
이 모임의 전임 회장이기도 한 이 전 시장은 이 자리에서 "6.3 학생운동이 법적으로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게 된 만큼 6.3 세대는 국민 앞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면서 "이제 힘을 모아 우리나라의 희망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6.3 세대가 특별한 희망을 가지고 모이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 "힘을 모아 희망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의미심장한 발언도 남겼다.

박근혜에 반감

손 전 지사는 여기사 한 발 더 나아가 "한나라당이 집권해 나라를 바로 세우고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며 "대한민국을 행복한 선진국으로 만들 확실한 계기를 2007년 대선에서 반드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선배님과 함께 대한민국을 반드시 바로 세우겠다. 세대와 지역과 이념을 아우르는 통합의 정치, 통합의 리더십을 구축하기 위해 온 몸을 바치겠다"는 게 그의 말.
이수성 전 총리는 두 사람을 `훌륭한 사람`으로 표현했고 신용하 서울대 명예교수는 "내년이 아주 중요하다"고 방점을 찍었다.
이들 외에도 한나라당에선 안상수 김애실 문희 박찬숙 진수희 의원 등 소속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에선 유인태 행정자치위 위원장과 강창일 의원만이 참석했으며 회원인 김근태 의장과 김덕규 문희상 의원 등을 불참했다.
정치권에선 전현직 회장인 이 전 시장과 이 위원을 볼 때 이 모임이 MB의 전위조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손 전 지사와 김 의장도 포함돼 있지만 MB의 파워가 훨씬 크게 미치고 있다는 후문이다.
더욱이 6.3 동지회 회원들은 기본적으로 유신체제에 반감을 갖고 있는 터여서 이들은 자연스레 박근혜 전 대표에 반대하는 성향으로 흐를 것으로 보인다.
전임 회장인 이 전 시장은 현재 고문을 물러나 있지만 이 위원 등 동지회 곳곳에 MB측 성향이 짙은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고문으로는 이 전 시장 외에 한나라당 김덕룡 의원, 서청원 전 대표, 이원범 박정훈 현승일 전 의원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손 전 지사 외에 자문위원을 맡은 이들은 김덕규 국회부의장,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문희상 의원, 이부영 전 의장 등이다.

대선 전위 조직 가능성


6.3 동지회는 올 봄부터 조직 확대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전국적으로 16개시도지부를 결성하고 회원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모임의 색채가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흐를 경우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열린우리당 소속 회원들도 만만치 않은 만큼 MB의 일방 독주가 대선 막판까지 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상민 기자 uporter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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