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박, 그들 뒤에 두명의 검은 그림자가 있나니…

정인봉 변호사의 이명박 전 서울시장(MB) 공개 검증이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정 변호사가 지난 15일  당내 경선준비기구인 `국민승리위원회`에 제출한 ‘이명박X 파일’에는 조선·동아일보의 기사와 인터넷 자료, 1999년 4워 9일의 대법원 판결문, 96년 10월 22일의 법제사법위원회의 회의록 등 평이한 내용이 들어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정 변호사가 “(공개하면 이 전 시장이)아플 것이다”라고 말한 부동산 관련 폭로는 당시 이 전 시장이 해외로 도피시켰던 비서관 김유찬씨가 운영하던 `서울 IBC 주식회사`의 등기부등본이었으며, 새롭게 의혹을 제기한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증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정 변호사에 의해 발원된 논란은 이제 인터넷으로 옮겨가면서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두 사람에 관한 `검증론`에 있어 거론되는 화두는 여러 가지이지만 특히 쟁점이 되는 문제는 두 가지다. 박 전 대표는 과거 퍼스트 레이디 시절 고 최태민 목사와 관련된 사안들이 최근 회자되고 있다. 이에 반해 이 전 시장은 김경준씨와 관련된 문제가 의혹의 대상으로 떠 올랐다. 두 쟁점을 살펴봤다.


한나라당 빅2가 벌이고 있는 `검증 전쟁`은 이미 중앙선관위의 신경을 곤두서게 만들 정도로 뜨거워진 상황이다.
일각에선 정 변호사의 "다른 자료는 없다"는 부인에도 "너무 허무맹랑하다"며 "뭔가 큰 것이 더 있지 않겠느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정 변호사가 한 발 물러선 게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검증 화살은 이미 정 변호사의 활시위를 떠난 상태이다. 인터넷으로 옮겨붙은 검증 불꽃은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르고 있다. 
특히 수백억원대의 금융사고를 일으키고 미국으로 도주한 김경준씨 관련 문제는 이 전 시장을 향한 공세에서 빠지지 않고 있다.


■ MB, 김경준 사건 관련 의혹
친박 진영이 제기하고 있는 `김경준 사건`과 관련 이 전 시장은 지난 2002년 검찰 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의혹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친박 진영 내에서 확산되고 있다.
김 씨는 현재 500억원대의 사기 및 횡령 혐의로 미국의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인물이다. 이 시장과 관련된 사건 등 각종 소송에 연루돼 있지만 두 사람은 한 때 같은 입장이었다는 점에서 의혹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일명 `에리카 김 의혹`이라 불리는 여자문제와도 얽혀 있는 이 사건은 어찌보면 `제2의 김대업 조작 폭로전`으로 번질 수도 있는 민감한 사안이 될 수도 있다는 게 MB캠프측의 시각이다. 사건의 경위는 다음과 같다.
지난 1995년 이 전 시장은 에리카 김이라는 재미교포변호사의 서울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이후 1999년 조세 회피지역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BBK`라는 투자자문회사가 설립됐고, 이 회사의 한국지사 대표를 에리카 김의 동생인 김경준씨가 맡았다.
2002년 2월 이 전 시장은 김경준씨와 동업으로 각각 30억원씩을 내 `LK이뱅크`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공동대표를 맡았고 이 전 시장 큰형과 처남이 최대주주인 `다스`도 2000년에 190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BBK는 광주의 광은창투를 인수해 `옵셔벌벤처스`로 상호를 바꾼 후 김씨를 대표이사에 임명했다. 외국계로의 매각소식에 광은창투 주가는 폭등했고 이에 김경준은 보유주식을 매각해 차익을 챙기는 동시에 회사자금 384억원을 빼내 위조여권으로 미국으로 빠져나갔다.
이에 이 전시장과 `다스`는 각각 30억원(LK이뱅크 투자금)과 140억원(BBK투자금)의 피해를 봤다며 미국에서 김경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김씨는 미국에서 체포돼 구금된 상황. 하지만 최근 김 씨의 국내 송환설이 나돌면서 이 전 시장에게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김씨는 6월 안팎으로 국내에 송환될 것이라는 소문이 정치권에선 나돌고 있다.
김씨는 LA연방법원에서 "이 전 시장의 정치게임에 놀아났다"면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에는 국내 송환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지만 지난달 기각됐다.
재미교포 1.5세대로 알려진 김씨는 시카고, 펜실베니아 대학을 거쳤으며 모건 스탠리 증권사 경력을 가진 엘리트로 전해진다.
또다른 의혹을 사는 에리카 김 변호사는 그는 옵셔널벤처스의 사외이사로 등재되기도 했으며 법률자문 역할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김씨보다 두 살 많은 에리카 김이 김씨를 이 시장에게 소개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에리카 김은 초등학교 때 미국으로 이민해 코넬대 정치학과를 나왔으며 UCLA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27세의 젊은 나이에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유명인사에 뛰어난 미모로 인해 당시 `뉴스메이커`로 부상했던 인물이다.
김 씨가 국내에 송환될 경우 이 전 시장과의 관계가 본격적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위기다.


■ 박근혜-고 최태민 `의혹`
이 전 시장과 마찬가지로 박 전 대표 또한 `과거사`가 집중 공세의 대상이다. 특히 박 전 대표와 미묘한 인연으로 맺어진 최태민 목사는 여전히 인터넷 상에 오르내리며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다.
베일 속에 가려졌던 이들 관계가 본격적으로 부상하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김재규 전중앙정보부장에 의해서였다.
10·26 이후 김 씨는 한동안 재판을 받으면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사생활에서만큼은 굳게 입을 다물었다. 오히려 여자 관계를 말하려던 부하를 재판정에서 제지했을 정도.
하지만 1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뒤 항소심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지 민감한 부분을 증언하기 시작했다. 1980년 1월 28일, 김 씨가 옥중에서 작성한 항소이유보충서가 그 첫 발단이었다.
쾌지에 쓴 16장의 항소이유보충서의 세 번째 단락에는 간접적이지만 박 전 대통령의 가족에 대한 사항이 언급됐다.
김 씨는 여기서 구국여성봉사단과 관련한 큰 딸 근혜양의 문제를 언급하며 이렇게 적었다.
“구국여성봉사단은 처음에는 총재 최태민, 명예총재 박근혜 양이었다. 많은 부정을 저질러 국민, 특히 여성단체들의 원성이 돼 왔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큰 영애가 관여하고 있다는 한가지 이유로 아무도 문제 삼지 않은 것이다. 이런 사실을 중정에서 조사하여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나, 오히려 총재에 박근혜, 명예총재에 최태민으로 개악시킨 일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변호인단에 따르면 이 같은 항소이유보충서가 받아들여지기도 전에 항소심 판결은 이미 선고됐다. 역시 ‘사형 판결’ 이었다.
때문에 이 내용은 김재규의 상고이유서에 참고자료로 사용될 수밖에 없었다. 내용은 조금 바뀌었다.
“1978년 중에 대통령의 큰 딸 박근혜를 등에 업고 새마을구국여성봉사단이란 이름 아래 수많은 협잡과 사기행각을 하는 최태민의 비행을 조사하여 대통령에게 시정을 건의한 바, 대통령은 근혜 말에 동조하여 이를 믿지 않으려 했다. 간곡하게 그 시정을 권고하여 대통령이 친히 관계자를 조사하여 바로 최태민을 사임시킨 일이 있었다.”
변호인단은 또 상고이유서에 “큰딸 근혜양은 새마음봉사단 총재로 지방을 순회하며 충효사상을 계몽하는 바로 그 자리에서 할아버지, 아저씨 나이 또래의 교육자 고위관리들로부터 90도의 큰 절을 받았다”는 내용도 담았다.
박 전대표와 최 목사와의 문제로 박 전 대통령과 차지철 당시 경호실장, 그리고 김씨가 갈등을 빚었다는 사실은 근래 김계원 당시 비서실장의 증언에서도 확인된다. 박 전 대표와 최 목사는 90년대 초반 육영재단 내부 갈등을 놓고서도 세간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그 분이 저를 많이 도와주셨다. 저에게는 고마운 분이고 그래서 음해도 많이 받았다”고 두둔한 바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최 목사의 사위가 지금도 박 전대표를 측근에서 보좌하고 있고, 70년대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인사가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여전히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유상민 기자 uporter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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