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상의 삶의 향기>

민족의 대 이동이 시작되었다. 길게 늘어선 자동차들의 모습에서 민족의 근원을 생각하게 된다. 누가 시키셔 하는 일이라면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보고 싶어서,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이 앞서기에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혼란이 일어날 법도 한데 질서정연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바로 스스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역사를 돌아다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하늘에 제사를 올렸다는 기록에서 천손임을 알 수 있고 가무를 즐겼다는 점에서 흥의 민족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한울님의 자손이란 예의를 숭상하고 이런 정신은 조상 숭배로 이어진 것이다. 명절에 부모님을 찾는 것은 어찌 보면 백의민족으로서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뉴스 화면에 보이는 귀성 행렬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섬진강 매화 마을에서 본 꽃봉오리가 떠오른다. 아직은 일러 꽃을 피워내지는 않았지만(2007년 2월 11일) 붉은 빛깔이 얼마 남아 있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봉오리 안에 가득 넘쳐나고 있는 봄의 기운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그 힘을 견디지 못하고 금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보였다.

피어나지 않은 매화 꽃봉오리 안에는 희망이 살아 숨쉬고 있다. 오늘은 섣달 그믐날이다. 한 해를 마무리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 보다는 다가오는 새해를 준비한다는 의미가 더 크다 하겠다.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세상의 모습이 확연하게 달라진다. 피어나지 않은 꽃봉오리만은 본다면 실망하겠지만, 피어날 꽃을 본다면 환해질 수 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단점이 있다. 물론 장점도 있고. 다른 사람들보도 모든 면에서 잘할 수는 없다.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다른 사람이 잘하는 일도 있고 마찬가지로 내가 더 잘하는 일도 있다. 비교 열등, 즉 자신의 약점에 너무 의식하게 되면 문제가 커진다. 자신감을 상실하게 되고 위축될 수밖에 없다.

부모님을 찾을 때 내세울 것이 별로 없을 수 있다. 그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 그런 이유로 인해서 소심해질 이유는 없다. 결혼이 늦었다고 하여 위축될 까닭이 없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당당해져야 한다. 이런 자신감 넘치는 태도가 부모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다.

꽃봉오리가 곧바로 꽃을 피워낼 수 있듯이, 활기 넘치는 태도가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한다. 자신의 역점을 너무 의식하여 자꾸 소심해진다면 그 것을 절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다른 사람이 걸어간 길을 따라 갈 이유는 하나도 없다. 자신의 길을 개척하여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

매화 꽃봉오리 안에는 내일이 숨쉬고 있다. 약점을 가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자신만이 잘하는 일로 그 것을 충분히 보충할 수 있다. 지금 현재의 모습이 가장 소중하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단점을 단점으로 인정하면 되는 것이다. 내일의 모습은 자신감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꽃봉오리에서 봄을 느낀다. 




정기상 기자 
keesan@hanmail.net  <춘성(春城) 정기상님은 한국아동문학회,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월간 아동문학 신인상, 월간 문학세계 신인상, 녹색문학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전북 대덕초등학교 교사로 재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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