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치테러 경계령'

지난해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의의 테러를 당한 당시 박근혜 대표의 사례는 정치권에 커다란 충격을 남겼다. 한나라당은 올 대선을 앞두고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끊이지 않고 제기해 왔다.
특히 한나라당은 지난해부터 강화되기 시작한 북한의 대한나라당 공세에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테러공포`와 이를 방지하기 위한 움직임들을 살펴봤다.


올 대선 정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치테러 가능성은 모두 3가지다.
이관희 경찰대 교수는 이와 관련 ▲남북 관계로 인한 정치테러 가능성 ▲남남 좌우 갈등으로 인한 정치테러 가능성 ▲개인 신념, 잘못된 가치관, 정신 이상 등에 의한 정치테러 가능성을 꼽았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올 대선을 겨냥, 한나라당을 직접 거명하며 `반보수 대연합` 투쟁 지침을 공식적으로 천명해 왔다는 게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 그룹의 주장이다.
올 초 1월 4일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한나라당의 재집권 책동은 결코 남조선 내부 문제로만 될 수 없고 나라의 평화와 통일, 민족의 사활과 관련된 문제"라며 남측 대선에 개입할 뜻이 있음을 이미 분명히 했다는 것.
이에 앞서 지난해 지방선거 직전에도 북한은 조평통 평의로 "한나라당이 승리하면 미국에 추종하는 `전쟁머슴 정권`이 들어설 것"이라며 한나라당을 바짝 긴장시켰었다.
북한의 대선 정국 개입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은 후보자에 대한 정치 테러도 완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최소 몇 개월은 무방비"

다음으로 예상되는 정치 테러 가능성은 좌파 진보 단체와 우파 보수 단체의 극심한 갈등에서 비롯된다. 정치권 인사들은 그 동안 유지됐던 양강 이번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며 그 강도도 역대 최고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현안을 둘러싼 여러 시위 현장에서 양측의 몸싸움은 진행되고 있고 대선에서도 비슷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양천구 소재 <자유북한방송>으로 배달된 손도끼와 경고장 등도 상징하는 바가 크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5월 20일 발생한 박 대표 피습사건은 세 번째 테러 가능성의 대표적인 경우다. 경찰청 수사결과에 따르면 당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던 지충호씨가 국민적 관심을 끌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개인적인 사고나 상황이 테러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제도적 대책 마련 목소리가 제기됐지만 아직까지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현행 <경찰관 집무집행법>에 따르면 `요인경호`를 경찰의 직무로 규정하고는 있지만 대선후보자의 경우 후보 등록 이후에만 가능하다. 때문에 정당의 후보가 된 후 4, 5개월은 무방비 상태에 놓일 위험이 있다는 것.
전문가들은 만약 이런 현행법의 허점을 이용해 각 정당의 대선 후보자들에게 `정치테러`가 자행된다면 엄청난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요인 경호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동영도 ‘극우단체에 정치테러’
 
한편 지난 2월엔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이 ‘극우단체로 추정되는 괴한들에 의해 정치테러 당했다’는 주장을 한 적도 있다.
정 전 의장측에 따르면 2월 6일 대구 방문 일정이 있던 정 전 의장은 KTX를 타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그런데 집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괴한 여러 명이 대기 중이었다. 이들 괴한은 서울 홍은동 정 전 의장 집에서부터 서울역까지 정 전 의장의 차량을 추격하며, 고함을 지르고 심한 욕설을 퍼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 전 의장은 당시 대구를 방문, 기자회견 자리에서 “대명천지에 극우단체의 발호를 보고 충격을 받았는데, 아마도 1월 달에 있었던 정동영 팬클럽의 모임에서 국가보안법에 반대하는 노래를 부른 것 때문에 그러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정 전 의장의 이 같은 추정은 괴한들이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등을 외치며 시위를 벌인 이유 때문이다. 정 전 의장은 지난달 22일 자신의 팬클럽인 ‘정통들’ 출범식에 참석, 어린 아이들로 하여금 국가보안법 폐지 내용이 담긴 노래를 부르게 해 극우 세력들로부터 강한 비난을 받았던 바 있다.
정 전 의장은 당시“이것은 또 하나의 정치테러라고 생각한다”며 “법질서에 따라서 조치를 취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요인경호법` 제정 시급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요인경호법` 제정안을 11월 발의했고 이후 금년 2월 임시국회 통과를 합의했으나 아직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이 법안에는 주요 정당의 대통령 선거 후보자로 결정되면 각 정당의 요청에 의해 경찰의 체계적 경호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외에도 국회의장, 대법원장, 국무총리, 헌법재판소장을 명시했으며 정당의 요청이 있는 주요 정당 대표자와 위해가 우려되는 중요 정치인들도 경호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한편에서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공직선거법`을 개정, 대선후보가 사망 또는 심신상실 상태에 빠질 경우 대선일을 최대한 연기해 후보자를 대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중선관위 관계자도 "대선에서 후보자 신변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요인경호법안은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입법의 정당성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유상민 기자 uporter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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