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4개국 정상회담' 개최설

지난 2.13 합의 이후 한반도 정세가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남북한과 미국, 중국을 아우른 4개국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달에도 남북경추위 회의가 평양에서 열리고 적십자 회담이 금강산에서 개최되는 등 남북관계도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일정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여기에 5월에는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기다리고 있고 5월말에는 21차 남북장관급 회담이 기다리고 있다.
상반기로 예상되는 남북열차 시험운행과 6·15 평화행사는 후반기 거대 이벤트를 점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2007년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낙관적 전망이 여기저기서 분출되고 있다.
일단 핵심은 남북정상회담에서 남한과 북한, 미국과 중국이 참여하는 2+2 형식의 4자 정상회담으로 모아진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최근 전북대에서 행한 특별 강연에서 "동북아 안보협력을 위한 장관급 회담이 열려야 하고 4자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의 프로세스를 진행시키는 일도 예상할 수 있다"고 불을 붙였다.

"올해는 2차 해빙의 해"

DJ는 이어 "2007년은 6·15 정상회담에 이은 제2차 해빙의 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올해야말로 한반도에서 오랜 숙제인 북핵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낙관적인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는 또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도 "금년 안에 열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제반조치와 남북교류협력 추진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상한다"고 가능성을 높게봤다.
문정인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도 "현 시점에서는 남북 정상회담보다 남북한과 미국, 중국 등이 나서는 4자, 또는 러시아와 일본까지 포함하는 6자 정상회담의 가능성이 더 크다"면서 "정부가 한반도 평화체제와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체제 구축과 관련 4자 혹은 6자 정상회담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거들었다.
4자 정상회담 성사가 거론되는 것은 2·13 합의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지난해 10월 북핵 실험은 동북아 안보질서를 변화시키며 한반도 정세를 급랭시키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지난 2월 6자회담에서 2·13합의가 이뤄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북핵 시설에 대한 후속 조치가 논의됐고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양자대화가 시작됐다.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신고 및 핵시설 불능화가 다음 단계로 얘기됐고 한반도 비핵화, 북·미 관계 정상화, 북·일 관계 정상화를 위한 5개 실무그룹 구성이 논의됐다.
2·13 합의 60일 이후 6자 장관급 회담이 열릴 예정이며 이 과정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도 진행될 계획이다.
특히, 4월말에는 `한반도 항구 평화체제 포럼`이 구성될 것으로 보이는데 일단 남북한과 미국, 중국의 외무장관이 회담을 가진 뒤 뒤이어 4개국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부시, 임기 안 종전 열망"

4개국 정상회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것은 중심을 이루는 남북과 미국의 대내 정치 환경도 한 몫 기인한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내년 12월 대선에서 공화당 재집권이 불투명해 마음이 조급하다. 이미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패함으로써 의회 주도권을 상실한 상황이다. 이라크 등 중동현안도 여론에 밀리고 있어 그 이외의 외치 성과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한반도 종전 선언은 부시 정부에게도 상당히 끌리는 카드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를 내년 상반기 종료하겠다는 것이 부시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고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부시 대통령이) 임기중에 한국전 종전을 선언하려는 강한 열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의 `2008년 회계연도 업무계획 보고서`에는 북핵 폐기 시한을 2008년 상반기라고 명시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경제난이 심화되고 있어 체제불안을 막기 위한 타개책이 필요하다. 국제적 고립을 탈피하고 남북 경협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한국 대선에 영향력을 끼치려 한다면 테이블에 나오는 것이 급선무다.
노무현 대통령을 포함한 범여권도 12월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터라 대북정책에 있어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고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면 대선 판세를 되돌리는 것도 가능하다는 게 열린우리당 인사의 말이다.

윤병세 방미, 왜?

하지만 4자 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사전 정지 작업이 필요하다.
외교가에선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이 이뤄진다면 2개월 내에 어떤 형식으로든 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서 남북정상회담 보다 라이스 장관의 방북을 더 희망했던 것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6자 회담의 추가 로드맵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힐 차관보의 방북이 4월 안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고, 이후 6자 외무장관 회담을 거쳐 5, 6월경 라이스 장관이 방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라이스 장관의 방북과 함께 한미 정상회담도 4자 정상회담의 준비단계가 될 가능성이 높다.
4월 말이나 5월 초 6자 외무장관 회담이 열리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협의도 본격적으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6월 정도 쯤이면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될 개연성이 크다. 이 시기 한미정상회담이 예상되는 또 다른 이유는 시차적인 문제 때문이다.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오는 9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만날 예정에 있다.
때문에 외무장관 회담이 끝난 후 6월 경 한미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최근 윤병세 안보정책수석이 미국을 방문했는데 한미정상회담 문제도 의제의 하나로 다뤄졌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말이다.

"가장 바람직한 모델"

한나라당의 한 정보통은 "5, 6월경 노 대통령이 방미해 한미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부시 대통령이 답방할 경우 4자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종전선언`이 모색될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전 방북했던 이해찬 전 총리는 "북핵 폐기 로드맵이 구체화하는 시점에서 남북한과 한국전쟁 참전국인 미국, 중국 정상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협상을 개시하는 것을 충분히 고려해 볼만하다"고 언급했다.
무엇보다 4자 정상회담은 남한 정부에 주는 부담을 줄이고 실행력을 높이는 데 있어서도 장점을 갖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평화협정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참전국인 4국이 모두 참석해 조인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모델"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남북 정상회담은 12월 대선을 앞두고 `정략적`이라는 논란을 불러올 소지가 크고 북미 회담은 `남한 왕따`라는 또 다른 비판을 불러올 수 있다.
2·13 합의로 난기류를 탄 한반도 정세는 6자 외무장관 회담, 한미 정상회담을 거쳐 4자 정상회담 개최로 연결된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별도로 추진될 개연성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4개국 정상이 머리를 맞대 한반도의 전쟁 기운을 종식시킬 수 있다면 2007년은 기념비적인 한 해가 될 것이다.
이순애 기자 leesa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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