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숭인동 길레스토랑 익산떡의 육자배기로 풀어내는 情

아참, 잊은 게 있다. 익산떡 입에서 나온 "그럴 거면 내려가 버리라고 했어…"라는 말이 나오게 된 사연. 그래서 내려간 바깥 양반이 하루에 열댓번도 더 전화기 들여다보게 된 사연.

이쯤되면 독자님들도 궁금하실 게다. 칼로 물베기라는 부부싸움이 일어난 것까지는 알겠는데, 왜 부부싸움이 일어났고 그래서 바깥 양반이 내려가게 됐는지를 말이다. 화자의 실수다.

그 뒤엔 아주 중요한 사건이 자리하고 있다. `중요한`이라는 단어 앞에 `아주`라는 특강조어까지 붙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단순히 어느 한 서민 가정의 부부 싸움의 원인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너무 큰 사회적 모순이 또한 있기 때문이다.

바로 게임이다. 도박이다. 바로 한때 이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그래서 숱한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게 하고, 그래서 일부 사람들 배를 풍선만큼 부르게 했던….

전에도 얘기한 적 있다. 신문사가 자리한 이곳 종로구 숭인동 일대는 유독 서민들이 많이 산다. 이곳 일대에서 장사를 하거나 사업을 하는 사람들도 모두 서민들이다. 이곳엔 경마장 장외발매소가 두 곳이나 있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한가해져야 할 시간, 이곳은 찾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대한민국의 99%를 차지한다는 서민들이다. 장외발매소가 문을 열지 않는 평일, 스크린경마장이 문을 연다. 사시사철 말발굽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거기다 한때를 풍미했던 `바다이야기`와 그 비슷한 류의 게임장들이 한 집 건너 하나씩 눈에 뜨일 정도로 들어섰다. 우후죽순, 이란 말은 바로 이런 걸 가리키는 것일 게다. 게임이나 도박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화자의 생각에 "저렇게 많이 들어서는데 모두 다 장사가 잘될까"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으니…. 그런데 다들 잘됐다. 최소한 `바다이야기` 파문이 터지기 전까진…. 그리고 상품권 로비다 뭐다 해서 사회가 시끄러워지고, 뒤늦게나마 경찰의 단속이 심해지면서 바다이야기는 물론 우후죽순 들어섰던 여타 비슷한 류의 사행성 게임장들도 바닷속으로 침몰했다. 그래서 그게 끝인 줄 알았다. 그런데 끝이 아니었다.

일부는 간판만 내린 채 버젓이 영업을 계속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버젓이 영업을 하는 그 사람들도 피해자다. 국가가 앞장 서 벌려놓고 수억원씩을 들여 시설을 갖춘 채 마악 영업을 하려니까 문 닫으라는 꼴인데, 화자가 그 주인이라도 미치고 환장할 판이다. 나쁜 국가다. 그래서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본전 뽑아보려고 간판 내리고 은밀하게라도, 불법적으로라도 하는 것이다.

익산떡네 부부싸움의 원인 거기에 있었다. 익산떡 바깥 양반이 그 게임장을 몇차례 찾았던 것이다. 까짓거 남자가 게임장 몇차례 찾을 수 있다. 부부 싸움 일어난 건 그 때문 아니다. 돈을 땄으면 별 일 없었을 게다. 그런데 바깥 양반 돈을 잃은 것이다. 익산떡 화 난 것이다. <다음호 계속> 정서룡 기자 sljung99@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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