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대 이상설…이승엽 홈런왕 목표 최대 걸림돌

이승엽(31, 요미우리 자이언츠)과 이병규(33, 주니치 드래건스)가 꾸준한 활약을 보이는 가운데 이들의 시즌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둘에 대한 일본 현지의 반응은 `매우 조심스럽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 매스컴과 야구팬들의 `안심`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지난해 41홈런을 치며 일본프로야구 최고의 슬러거로 공인받은 이승엽에 대한 우려의 시각 그리고 개막전 이후 9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벌였던 이병규를 바라보는 시각은 아직까지 명쾌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는 것으로 집약된다.

이병규, 일본 투수 공략형 스윙 완성이 과제

일본 언론은 이병규가 지난 3월 시범 경기에서 극도로 부진하자 `적토마가 잠을 자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잠을 자는 척 하고 있는 것일까`라고 의문을 던졌다.
일본의 야구 전문가들은 이병규의 타격에 대해 아직까지 별다른 언급을 하고 있지 않다.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장단점을 꼬집기에는 다른 타자들과 차별화된 특징이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앞서는 것 같다. 처음 대해 보는 낯선 투수들을 상대로 개막전부터 9경기 연속으로 안타를 쳤다는 것에 대한 가치를 낮게 평가할 수는 없지만 일본프로야구에 적응하는 데 평가를 내릴 만한 정도는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주니치에서 1군 타격 코치는 허수아비나 다름없다. 현역 시절 타격 3관왕을 3번이나 차지해 `미스터 트리플 크라운`이라는 별명이 붙은 대타자 출신의 오치아이 히로미쓰 감독이 사실상 타격코치를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치아이 감독이 지난 4월 4일 도쿄돔에서 열린 요미우리전에 앞서 개막 후 4경기 연속 무안타의 침묵에 빠져 있던 지난 시즌 홈런왕 타이론 우즈에게 30분 이상 직접 타격 지도를 한 게 결코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오치아이 감독은 이병규가 극도의 부진에 휩싸였던 스프링캠프 막판 몸이 앞으로 쏠리는 것에만 주의하라고 처음으로 조언을 했다. 시즌 개막 이후 오치아이 감독은 아직껏 이병규의 타격에 대해서 `노코멘트`다. 오치아이 감독은 시즌 두 번째 경기인 3월 31일 나고야돔 야쿠르트 스왈로스전과 4월 8일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전에서 이병규를 공동 MVP로 선정하는 등 그의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측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오치아이 감독은 개막 이전부터 이병규가 `슬로 스타터`라는 점에 수긍을 하면서 낯선 무대에 적응할 수 있게 충분한 시간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원론적인 얘기이지만 이병규로서는 얼마나 빨리 지금의 임기응변식 스윙에서 벗어나 일본 투수 공략형 스윙을 완성할 수 있느냐가 가장 큰 숙제이다. 최근 한 TV 해설가는 이병규가 9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안타를 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내용"이라며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이병규로서는 한 번쯤 새겨들어 볼만한 얘기다.

이승엽, 어깨부상 인대가 문제?

이승엽의 컨디션은 아직 정상이 아니다. 하라 다쓰노리 감독은 최근 이승엽의 스윙과 관련해 "이따금씩 좋은 안타를 쳐내고 있지만 본래의 스윙은"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승엽 역시 자신의 스윙이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공을 끝까지 보지 못한 채 몸을 빙그르르 돌리면서 헛스윙을 하는 장면은 정상 컨디션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어깨도 심상치 않다. 이승엽은 지난 22일 한신전에서 또 교체됐다. 올시즌 들어 벌써 세번째다.
사실 개막전부터 상태가 좋지 않았다. 이승엽은 지난달 30일 요코하마와의 개막전에서 첫 홈런을 터뜨렸지만 7회 대타 오다지마 마사쿠니로 교체됐다. 당시 이승엽과 요미우리 구단은 "갑자기 쌀쌀한 날씨에 경기를 치르다보니 컨디션이 안 좋은 것"이라며 "부상이 아니라 단순 통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후 며칠 동안 왼목 부위에 테이핑을 하고 경기에 나섰던 이승엽은 최근 연속 안타를 치며 회복세를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 21일 한신전에서 다시 교체됐다. 3타수 1안타를 기록한 뒤 네번째 타석에서 대타 후루키 시게유키로 바뀌었다. 이어 22일에도 역시 세 타석을 소화한 뒤 교체됐다. 이유는 역시 왼 어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라 다쓰노리 감독은 지난 21일 경기 후 "7회 타석에서 이승엽이 스윙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내일 이후로는 괜찮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22일에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져 이승엽의 어깨 상태가 썩 좋지 않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미 경기에서 이승엽이 휘두르는 스윙폼에서 상황은 여실히 드러난다. 이승엽은 개막 이후 대부분 가볍게 밀어치기로 안타를 만들어냈다. 풀스윙으로 공을 힘껏 당겨 치는 모습은 좀처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승엽은 지난 시즌 후반에도 왼 무릎 통증을 안고 출전해 세 타석만 소화하고 교체되기를 반복했다. 결국 시즌 종료 후 수술을 받고 겨울 동안 재활에 힘을 쏟아야 했다.
아직 정확한 통증 원인이나 상태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현재로선 어깨 통증이 이승엽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각에선 근육이 문제가 아니라 인대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승엽에 대한 우려는 현재의 몸 상태뿐 아니라 상대 벤치의 경계심이 지난해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높아졌다는 점에 기인한다. 일본의 각 구단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요미우리 4번타자로서 두 번째 시즌을 맞은 이승엽에 대해 연구를 많이 했다.
이승엽은 홈런왕 경쟁과 관련해 "7, 8월 여름 승부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개막 초반의 몸 상태와 상대 벤치의 분위기로 볼 때 이승엽에게는 시즌 초반인 5월까지가 최대 고비가 될 수도 있다. 박충환 기자 parkc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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