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에서의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네팔에서의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 승인 2007.05.0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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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해외단기봉사를 다녀와서

                                                                                
학교를 졸업한 후 결혼을 하고, 어느덧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내 나이 서른 셋, 삶이 참 평범하고 이기적인데다 지루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 딸아이의 돌잔치를 치르면서 이렇게 내 가족만, 내 살림만 챙기면서 살아도 되나 싶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때 G마켓과 굿네이버스에서 해외단기봉사자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발견했습니다. 활동 경비를 전액 지원해 준다는 내용은 전업주부인 제게 꼭 해보고 싶던 일을 할 수 있는 귀한 기회로 보였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벗어나 준비 시간을 갖고 떠난 네팔, 나를 위한 시간이 아닌 다른 이를 위한 시간은 설렘과 기분 좋은 긴장감을 돌게 했습니다.

네팔에서 우리의 역할은 상글라 호스텔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인근 쿤치포컬 학교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발꾸마리 학교에 울타리를 쳐주는 작업 등의 일이었습니다. 일주일의 시간으로 얼마나 큰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솔직히 의심스러웠지만,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준비물을 챙기는 팀원들의 힘을 뺄까봐 말을 아끼곤 했습니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시골마을에 도착했을 때. 아이들은 대나무 울타리 너머로 꽃목걸이를 든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환영식은 꽤 운치 있고 재미있었습니다. 낡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민속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아이들을 보며 걱정 되던 마음은 눈녹듯 사라지며 즐거웠고, 해지는 오후에는 어색하게 콜라 한 잔씩 나눠 마시는 스탠딩 파티가 흥겨움을 더해주었습니다.



이튿날, 우리는 교육 프로그램을 위해 한 시간 가까이 산비탈 흙 길을 걸어갔습니다. 도시의 교통수단에 길들여져 있던 자원봉사자들은 그 길을 가리켜 ‘실미도’라 불렀지만, 현지의 아이들은 60。가 넘는 경사가 무섭지도 않은지 맨발로 질주하고 있었습니다. 뽀얗게 흙먼지가 앉은 까만 발의 아이들과 함께 진행한 수업은 티셔츠 꾸미기와 구강교실 같은 특별활동이었습니다. 물감으로 색칠을 처음 해본다는 아이들은 처음에는 아크릴 물감을 앞에 놓고선 어리둥절해 했지만, 이내 붓으로 쓱쓱 히말라야 산을 그리고, 산 위에 무지개를 그려놓으며 흡족해 하였습니다.



일주일의 프로그램이 다 마쳐갈 무렵, 마음에 걸렸던 계단 난간 설치를 하루만에 완성한 일은 두고두고 뿌듯합니다. 대다수의 팀원들이 서울에서 계획해 갔던 일들 중 하나인 울타리 작업에 열을 올리던 시간, 건축을 전공한 남학생과 공군 중사출신의 복학생 등 3명의 특공조가 조직되어 아이들의 생활공간에 대나무 계단 난간을 설치했습니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계단을 오르내리게 됐다는 생각에 한국에 두고 온 제 아이만 생각하던 이기적인 엄마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생각해보니 우리가 아이들에게 받은 게 너무 많다고 느꼈습니다. 일주일 내내 크게 웃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고, 아침 체조 후 티타임 때 우리가 먼저 차를 받았고, 송별회 때 선보인 민속춤도 아이들한테서 배웠고, 짝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노래도 배웠습니다.

헤어지던 날, 눈시울을 붉혔던 자원봉사자들의 어깨를 타박타박 두들겨 주던 아이, 어쩌다 한 번 찾아온 손님이 가는 것이 무에 그리 서러운지 펑펑 눈물을 쏟던 아이, 아예 호스텔 안으로 도망치듯 사라져버린 아이…. 저는 제 마니또였던 파르바띠와 라빈에게 그저 건강하고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 밖에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네팔에서의 일주일은 내 가슴에 따뜻한 메시지로 내 가슴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사랑은 나누는 것, 나누었을 때 그 사랑은 더욱 커진다는 것입니다. 이 메시지를 실천하려면 전보다 더 피곤하고 힘들게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아이들과 보낸 일주일이 그 어떤 시간보다 길고 행복했다는 것, 그리고 평화롭고 풍요로웠다는 것을 오래 기억하려고 합니다. 상글라에 도착했을 땐 가슴 한켠이 먹먹하기만 했는데, 돌아올 때는 작은 희망의 원리를 발견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함께 웃을 때 행복하다는 사실 말입니다. 

정진영 기자 <정진영님은 G마켓 2기 봉사단입니다. G마켓이 후원하고 굿네이버스가 주최한 `2007 G마켓 네팔 해외봉사단` 소속으로 지난 3월 5일부터 13일까지 8박9일간 굿네이버스 네팔지부 상글라지역을 방문해 지역주민과 아동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펼치고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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