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숭인동 길레스토랑 익산떡의 육자배기로 풀어내는 情

<위클리서울> 매주 월요일 밤에 인쇄한다. 화요일 수도권 전철역에 뿌려진다. 무가지 형태다. 엄밀하게 얘기하면 원래는 무가지가 아니었다. 여주간지들처럼 1000원짜리 신문이었다. 그런데 바뀌었다.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쏟아져 나오는 무가지들과 범람하는 인터넷 때문에 얼어붙은 가판시장. 때문에 좀더 많은 독자님들과 만나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본다. 우리나라 사람들 공짜 좋아한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전철역 등에 쌓여 있는 <위클리서울> 한 부를 가져가면 곧 1000원을 버는 셈이니…. 여타 일간 무가지들처럼 아직 발행부수가 많진 않지만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어렵게 가판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많은 분들에게 한가지 고민을 더 얹어드리는 것 같아 죄송할 따름이다.

잠시 삼천포로 빠졌다. 다 이유가 있다. 숭인동 길레스토랑에 가면 <위클리서울>과 만날 수 있다. 신문이 발행될 때마다 화자가 직접 적지 않은 양의 신문을 갖다 놓기 때문이다. 고정독자들 많이 생겼다. 간혹 바쁜 일이 있어 챙기지 못하면 "신문 왜 없느냐"고 따지는 손님들도 있다는 익산떡 얘기다. 그래서 빼놓지 않고 갖다 놓는다. 익산떡의 주방이기도 하고, 안주 전시장이기도 한 메인 마차의 한쪽 귀퉁이가 신문 자리다.

요즘 그 옆엔 막걸리 통이 놓여 있다. 서울막걸리 통이다. 막걸리 통 안에 막걸리는 없다. 대신 그 안에선 소중한 사랑이 새록새록 커나가고 있다. 그 사랑, 돈이다. 막걸리 통엔 "여기에 모아지는 돈은 전부 근육병 환우를 돕는 데 사용됩니다"란 글귀가 붙어 있다. 맞다. <위클리서울> 몇 주 전부터 연중기획으로 근육병 환우 돕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 계기 역시 숭인동길레스토랑이 만들어줬다. 거기에 화자 일행처럼 단골들이 몇 있다. 그중 한 분은 출판사를 운영하는 사장님이다. 기독서적을 전문적으로 출판한다. 요즘 어려운 경제 때문에 사업이 그리 잘되진 않는다는 전언이다.

그런데 그 사장님은 근육병 환우들이 있는 `더불어사는집`(바로 위의 기사 참조)에 봉사를 하러 다닌다. 길레스토랑서 막걸리 마시던 화자, 우연히 환우들의 얘기를 전해듣게 되었고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연중기획으로 캠페인을 벌이게 된 것이다. 

그리고 막걸리 통도 바로 그런 일환으로 <위클리서울> 신문 옆 자리에 눌러앉게 된 것이다. 익산떡이 제안했다. 그리고 막걸리 통에 사랑이 들어갈 통로를 뚫은 것도 익산떡이다. 오래되진 않았지만 막걸리 통 안에는 조그마한 사랑들이 계속해서 쌓이고 있다. 신문을 가져가는 사람들이 알아서 쌈짓돈을 집어넣고 있는 것이다. 때론 신문을 가져가지 않는 사람들도 돈을 넣는다. 7000원어치 술을 마시고 1만원을 집어넣는 이들도 있다. 눈물 겨울 정도다.

화자도 막걸리를 마신 뒤 남은 잔돈은 가급적 그 통 안에 집어넣으려 하고 있다. 현재까지 막걸리 통 안에는 얼만큼의 사랑이 쌓였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게 뭐 중요한 일이겠는가. 사랑은 크기가 문제가 아니다. 행위 자체가 소중한 것이다. 

익산떡네 길레스토랑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난한 서민들이다. `가난`이란 말엔 `돈`의 의미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그들 모두에겐, 이 세상 어느 부자도 갖지 못한 큰 사랑이 있다. 진짜 부자인 그들이다. 그래서 세상은 살만 한 것이다. 오늘도 화자는 익산떡네 길레스토랑에 간다. 거기서 느낀다. 이 세상, 아직은 살만한 곳이란 걸…. 이거 오늘 <위클리서울> 자랑 너무 많이 했나? 다음호 계속 정서룡 기자 sljung99@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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