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보이지 않는 재건축·재개발 비리 연루 일파만파 확산

SK건설이 재건축·재개발사업 비리와 관련해 유죄판결을 받으면서 창사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건설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K건설 외에도 코오롱건설, GS건설, 삼성물산 등 내로라하는 대형 건설업체들이 재건축·재개발 비리와 관련해 검찰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어 그 결과에 따라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 60년을 맞아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건설산업. 하지만 건설업계는 잇따라 터져 나오는 재건축비리로 얼룩져 지금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SK건설 8개월간 영업정지 유력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민병훈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시공사 선정 청탁 등 명목으로 SK건설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신모씨 등 정비사업체 대표 5명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씩을 각각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들에게 금품을 준 혐의로 기소된 SK건설 송모 상무와 장모씨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이모 부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정비사업체가 SK로부터 받은 돈의 성격이 정비사업체의 재건축 시공사 선정 업무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고 유죄 판단 사유를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정비사업체 대표들이 건설사로부터 직접 돈을 받은 것이 아니라 회사에 자금을 빌려주도록 한 것이므로 `제3자 뇌물 제공죄`를 적용했으며 뇌물의 액수도 대여금 전체가 아닌 그로 인해 얻은 금융이익으로 한정했다.
이는 재건축·재개발 조합의 각종 업무를 대행해주는 정비사업 전문 관리업체(정비사업체)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건설회사가 자금을 지원해 준 것을 `뇌물죄`로 처벌한 첫 판결이다.
정비사업체는 재개발ㆍ재건축 조합의 비리를 막을 목적으로 2003년 개정된 도시정비사업 관련 법제에 따라 시공사 선정 등 조합의 각종 업무를 의무적으로 대행하는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건설사가 시공사 선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자본이 취약한 정비사업체에 사업자금을 빌려주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며 이번 판결은 그러한 관행의 불법성을 인정한 것이다.
또 재판부는 서울 모 지역 재개발사업 추진위원장에게 1억원의 금품을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된 SK건설 직원 이모씨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으며 SK건설 법인에는 벌금 10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재개발 추진위원장은 조합장처럼 공무원에 준하는 직위가 아니어서 금품거래에 뇌물죄를 적용할 수 없지만 재판부는 건설공사 시공과 관련해 이해관계인의 부정한 금품 거래를 금지하고 있는 건설산업기본법을 적용했다.
건설산업 기본법은 이해당사자간 부정한 금품거래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영업정지 조치가 뒤따른다.
영업정지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 이후 관할 지자체인 서울시가 행정처분으로 내리게 되며 기간은 벌금액수에 따라 정해지는데 SK건설의 경우 8개월간 영업정지가 유력하다.

대부분 사업 정지 회사 유지 불투명

SK건설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경우 토목공사 수주와 주택 건설, 분양등 대부분 사업활동이 사실상 정지돼 회사로서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조차 불투명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SK건설은 지난해 매출 3조730억원(시공능력평가 9위)을 올려 사상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는 해외 플랜트 수주 증가 등으로 4조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질 경우 이같은 매출액은 반토막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면 SK건설은 매출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국내에서 모든 영업활동을 중단해야 한다. 즉 토목과 아파트 건축 등 SK가 국내에서 벌이는 모든 수주활동이 금지돼 말 그대로 개점 휴업상태로 수개월을 보내야 한다는 것. 영업정지가 현실화되면 수조원대의 매출 손실이 불가피하게 된다.
다만 해외건설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현재 SK건설의 주요 해외진출분야는 중동 플랜트 부분으로 SK건설 측이 해당국가에 별도법인으로 진출한 곳은 수주를 비롯한 영업활동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아직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선례가 없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업부분이 금지될지 여부 등은 좀더 구체적인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
SK건설측은 일단 이번 판결 결과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기로 했다.
대법원의 확정 판결까지 수개월 이상이 소요된다는 점과 행정처분 권한을 가진 서울시의 판단기간까지 고려하면 실제로 영업정지가 내려지기 까지는 최소 1년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 기간동안 SK측은 대법원 판단까지 최대한 시간을 끄는 동시에 벌금액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SK건설 관계자는 "항소심과 대법원 판결을 통해 형량을 낮추는데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며 "상급법원 판결에서 형량이 낮춰지면 영업정지 기간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오롱건설도 사면초가

코오롱건설도 무리한 재건축·재개발 수주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대구에서 시작된 검찰 수사가 전국 사업장으로 확대된데다, 최근 몇 년간 싹쓸이 한 재건축 ·재개발 물량이 미분양되는 바람에 실적 악화를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과 업계에 따르면 대구지검 특수부는 지난 7일 코오롱 건설 인천 및 부산지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전격 실시했다.
검찰은 코오롱건설의 공사 수주 관련 장부와 컴퓨터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대구에 한정됐던 코오롱건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전국 재개발 재건축 사업권까지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코오롱건설이 지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대구지역 재개발 사업 수주를 위해 도시정비업체 대표에게 1인당 4억~6억원씩 뇌물을 줬다는 혐의를 잡고 지난 5월 31일 영업본부장과 팀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코오롱건설은 이에 변호인단을 구성, "도시정비업체들에게 준 돈은 뇌물이 아닌 선수금 성격의 단순 대여금"이라며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했다. 임직원에 청구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됨에 따라, 혐의를 벗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도 있었지만 검찰의 전방위 수사 확대로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특히 이번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선 영업정지 등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1년 이내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면 모든 관급공사 수주는 불가능해진다. 이미지 실추로 민간부문에서도 정상적인 수주활동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 2004년부터 현재까지 코오롱건설의 관급공사 수주액은 약 9630억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수사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관련 책임자 처벌이나 소정의 벌금을 물리고 경고하는 정도의 `통상적 예`를 넘는 수준으로 처벌이 가해질 것이란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코오롱건설은 지난 2004년 이후 대구에서만 1000억원대 이상 규모의 7개 사업장을 비롯해 서울 6곳과 부산 5곳 등 모두 27곳의 재개발사업을 수주해 왔다. 이 같은 공격적 수주가 `독`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경우 많아

검찰은 또 지난 5월21일 서울 성북구 보문3구역 재개발추진위원회에 돈을 건넨 혐의로 GS건설 관계자를 기소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당시 GS건설 측은 재개발추진위원회 운영비 명목으로 6200만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역시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으로 벌금형이 내려질 경우 영업정치 행정처분이 내려질 수도 있다.
이밖에 이수건설과 경남기업, 삼성물산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형 건설업체들이 재건축·재개발 비리와 관련 건설산업기본법을 위반해 검찰수사를 받고 있거나 재판에 계류 중이다.
지난 2005년 건설산업기본법이 개정되기 이전에는 이같은 재건축·재개발 비리를 회사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 할지라도 해당 건설사에 직접인 제제를 가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2005년 법안이 개정되면서 법안을 위반한 업체에 대해 1년 이하의 영업정지나 등록취소 처분을 내릴 수 있게 돼 현재 재건축·재개발 비리와 관련한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으로 수사를 받거나 재판에 계류된 업체는 초비상이 걸린 상태다.
이들 건설업체들이 SK건설과 같이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대거 영업정지 처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되면 건설공사 수주 및 시공, 주택 분양 등 거의 대부분 사업활동을 할 수 없게돼 회사 매출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강성훈 기자 ksh124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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