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그룹, 2007 대선 플랜 가동

범여권의 대통합 논의가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열린우리당 내 친노 성향의 대선 주자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와 김두관 전 최고위원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김혁규 의원도 6월말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등이 `소통합`이냐, `대통합`이냐를 놓고 고심하는 가운데 친노 그룹의 이같은 움직임은 청와대의 의중이 상당부분 반영됐다지배적인 분석이다. 특히 그동안 "대통령은 생각 없다"고 했던 이 전총리의 출마 선언은 적지 않은 후폭풍을 남기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 이어 범여권 주자 중 2위를 달리며 정동영 전 의장측을 당혹스럽게 했다. 범여권에서조차 이 전 총리와 친노그룹의 잠재력에 놀라움을 표시할 정도다. 특히 이 전 총리 카드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조합`이라는 차원에서도 상품성을 평가받고 있다. 정치권에선 친노 성향 대권주자들의 동시약진이 청와대의 `대선 플랜`과도 깊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범여권 인사들은 한나라당 후보를 따라잡는 시점을 대체로 7월 부터로 예상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친노 그룹들도 생각은 비슷하다. 통합 논의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지만 이 시기를 허송세월하면 역전하기 힘들다는 인식은 마찬가지다.
최근 들어 친노 성향의 대권 주자들이 연이어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명숙 전 총리는 지난 18일 대선 출정식을 갖고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통할 때 갈등은 해소되고 변화가 시작된다"면서 "국민과 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3기 민주개혁 정부 건설"

같은 날 이장 출신으로 군수를 거쳐 행정자치부 장관까지 지낸 김두관 전 최고위원도 대열에 함께 했다.
그는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출판 기념회 겸 대선 출정식에서 "민주세력 무능론, 참여정부 실패론에 대항해 싸울 것"이라며 "3기 민주개혁 정부에서 성숙한 민주사회를 건설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정치권의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것은 이해찬 전 총리의 대선 출마였다. 한 때 열린우리당 3룡으로도 불렸던 그지만 이른바 `황제골프` 파문으로 총리직에서 물러나며 사실상 대권에서 멀어졌던 그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통령 특보로 임명되며 부활하기 시작한 이 전 총리는 올 초 방북을 통해 과거의 위상을 되찾았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얼마 전까지만 대선 출마 가능성을 일축해 왔었다.
이 전 총리는 지난 19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자리에서 "검증된 후보로 검증된 대통령이 돼 참여정부가 잘 가꾼 대한민국을 세계일류로 도약시키겠다"면서 "17대 대선에서 기필코 승리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정치권에선 이 전총리의 대권 도전이 범여권 내 구도를 손학규 대 정동영 대 이해찬의 3자 구도로 급변시켰다는 데 이견이 없다. 특히 그는 상대적으로 노 대통령을 높이 평가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DJ를 비롯 동교동계와의 관계도 원활하다는 점에서 전현직 대통령이 만들어낸 최상의 후보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이 전 총리의 측근은 "정치생활을 20여년 해왔기 때문에 음으로 양으로 도와주는 분들이 많다"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이 전 총리의 지지세력은 친노그룹 386세대 의원들이 핵심을 이룬다. 의정연구센터(약칭 의정연) 소속인 이화영 윤호중 한병도 서갑원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한나라당 이길 사람은 오직 나"

하지만 친노그룹의 진짜 후보로 충청권의 이 전 총리가 아닌 영남권의 김혁규 의원을 지목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김 의원은 오는 28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지만 지난 봄부터 도전 의사를 숨기지 않아 왔다.
그는 "영남 출신으로 경남지사 시절부터 영·호남 화합을 위해 노력해 왔고 이념적으로는 합리적 진보면서 실사구시를 추구해 왔다"면서 "한나라당 후보를 이길 사람은 나뿐"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그동안 누차 강조해온 영남 득표력을 고려했을 때도 김 의원은 적임자라는 평가다.
이 외에도 `노무현 지킴이`를 자처하는 신기남 전 의장도 대선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최근 "노 대통령에 대해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고 성과도 많다"면서 "앞으로도 노 대통령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노 성향 대선 주자들이 연이어 부각되고 있는 것과 관련, 범여권의 한 인사는 "임기 말과 퇴임 후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청와대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면서 "노 대통령에 대한 고정 지지율이 만만치 않은 만큼 향후 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에선 참여정부평가포럼 인사들과 전현직 청와대 인사들을 비롯 친노성향 인사들 중 일부가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물밑에서 준비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오진석 기자 ojs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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