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소환, 결국 물건너 가나
이건희 회장 소환, 결국 물건너 가나
  • 승인 2007.06.29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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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매각 서건 어디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매각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소환을 대법원 판결 이후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경우 이 회장에 대한 조사가 상당 기간 늦어질 수밖에 없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성명을 내고 "건국 이후 수천만 건의 형사사건 중 공범에 대한 대법원 판결 때까지 주범에 대한 수사를 중단한 사건이 단 한 건이라도 있었느냐"며 검찰의 몸 사리기를 강력 비판했다.

`검찰 위에 군림` 이건희 회장

이 회장은 지난 1996년 11월 에버랜드 이사회가 최소 주당 8만5000원인 CB 125만4777주를 주당 7700원이라는 헐값으로 재용씨 남매 4명에게 배정하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고발됐다.
검찰도 그동안 허태학·박노민 전·현직 사장 공판에서 CB의 저가 발행은 경영권 이전을 위한 행위로 "삼성그룹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지시나 의사를 따르지 않는다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최고위층의 지시와 공모가 있었음을 강하게 주장해 왔다.
검찰은 2005년 10월 1심 재판부에서 허씨 등의 유죄를 인정되자, 이 회장 공모 부분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했으며 지난 5월 29일 열린 항소심 재판에 앞서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과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등 나머지 피고발인도 대부분 소환 조사했다. 또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도 서면조사 했지만 유일하게 이 회장에 대해서만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허씨 등에 대해 1심에서 단순히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한 것과는 달리, 특경가법상 배임으로 인정했고 피고발인들에 대한 공소시효가 7년에서 10년으로 늘어 검찰도 그 만큼 수사 기간을 확보했다.

이 회장 소환여부·시기 불투명

검찰은 일단 사건의 명확한 사실 규명을 위해 이 회장의 소환이 필요하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실제 소환 여부나 시기 등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사건을 지휘하고 있는 김홍일 3차장 검사는 지난 20일 "항소심 선고가 내려졌기 때문에 이 회장을 소환 조사해서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한지, 최고 법률심인 대법원 판결 후 그 결과를 보고 조사를 하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적절한지 고심하고 있는 게 검찰의 현재 입장"이라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그는 또 "1·2심에서 벌어진 법리논쟁 대부분이 이사의 임무와 임무 위배 2가지였고 이 문제로 3년 정도가 걸렸다. 우리가 고려할 요소는 이에 대한 법적인 논리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 차장 검사는 "상고를 했기 때문에 상고이유서를 작성해야 하고 피고인 측이 상고이유서가 넘어오면 답변서를 만드는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이행하면서 법률적인 재판에서 법원이 보고 있는 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안영욱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19일 모 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시간적인 여유가 생긴 만큼 더 신중해도 나쁠 것이 없다`는 등의 발언에 대해 "어떤 결론을 말한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방법과 절차를 놓고 고민하고 계신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이 대법원 판결 이후 소환 방안을 선택할 경우 이 회장에 대한 조사는 그 시기를 기약하기 어렵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대법원 판결 때까지 조사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만약 대법원에서 항소심 판결을 뒤집을 경우 또 다시 소환이 늦춰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검찰 논리대로라면 서울고법의 재판결(파기환송심) 결과까지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전날 상고심 재판을 2부에 배당했으며 주심이 정해지는 대로 본격적인 심리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참여연대 "이 회장 고발된지 무려 7년"

이에 대해 시민단체와 일부 정치권 등이 불끈하고 나섰다.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소장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교수)는 `에버랜드CB 변칙증여` 사건 핵심 인물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대해 `기소 시점을 미룰 것`이라는 안영욱 지검장의 발언을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다.
참여연대는 21일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회장의 오른팔 격인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도 조사했고, 알려진 바로는 이 회장 아들이자 에버랜드 사건의 수혜자인 이재용 상무도 서면조사했으나 유독 이 회장만은 소환조사는 커녕 서면조사도 한 적 없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또 "이 회장이 핵심 인물로 고발된 지도 무려 7년"이라며 "허태학, 박노빈 두 임원을 법정에 세운 지 벌써 3년6개월이 지났는데도 삼성그룹 총수를 법정에 세우는데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지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참여연대는 특히 안 지검장이 "이 회장을 지금 기소하나 허태학 씨 등의 대법원 판결 후에 기소하나 문제될 게 없다"는 발언에 대해 "살인자를 공소시효 만료 직전까지 자유롭게 놓아두다 막판에 기소해도 아무 문제 없다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범죄자를 기소해 사법정의를 세워야할 검사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은 아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노회찬 "검찰, 스스로 양치기 소년 만들어"

노회찬 민주노동당 대선 경선후보도 "평등권을 규정한 헌법에 도전하는 행위"라며 이 회장 소환을 강력 촉구했다.
노 후보는 이날 "검찰은 그동안 2심 판결 후 또는 곧 소환할 방침이라고 여러 번 확인해놓고서도 계속 거짓말을 하면서 스스로를 양치기소년으로 만들고 있다"면서 이같이 비판했다.
노 후보는 이어 "법원의 판결을 지켜본 후 입장을 정하겠다는 것은 검찰 조직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혐의가 있다면 수사해야 하는 것이 수사기관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노 후보는 특히 이 회장이 에버랜드 사건의 몸통임을 강조한 뒤 "이 회장을 조만간 소환하지 않으면 법무부장관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를 직무유기로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검찰은 일반사건과 삼성사건의 무게는 다르다는 말도 했다. 이는 평등권을 규정한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하는 발언"이라면서 "법 집행기관이 헌법까지 무시하면서 이 회장을 옹호하는 것을 보면 검찰은 역시 이 회장의 장학생"이라고 비꼬았다.
일부에선 안 지검장의 발언과 관련 이 회장 소환이 실질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고 이같은 말을 슬쩍 흘린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7년이나 끌어온 사안인데 아직도 확고한 태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데다 이번에도 시간끌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의 태도가 주목되는 지금이다.  김범석 기자 kimb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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