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의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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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7.10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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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CB 관련 검찰 소환 압박에 삼성카드 부당지원 소송 움직임까지

삼성카드가 지난달 27일 주식시장에 상장됨에 따라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삼성카드가 99년 당시 경영상태가 부실했던 삼성상용차를 부당지원해 회사에 1337억원의 손해를 끼친 데 대해 올해 말께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이어서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이날 삼성카드는 공모가 4만8000원보다 30% 가량 높은 6만2200원에 시초가를 형성해 장중 5만원대로 떨어졌다가 6만1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번 상장의 목적은 표면적으로는 내년 5월 말로 만기가 돌아오는 전환사채 상환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보이나 증권가에서는 그보다는 장기적으로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어 금융지주회사로 가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시 말해 삼성전자가 삼성카드 지분을 매각하고 삼성전자는 이 자금으로 삼성생명이 보유중인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여 삼성그룹의 제조업과 금융업간 방화벽을 쌓는다는 해석이다.

이건희 회장 직접 타깃

하지만 그 달아오르는 잔칫집 분위기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삼성카드 상장이 이뤄지던 날인 지난달 27일 경제개혁연대가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말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특히 이같은 움직임이 심상치 않게 여겨지는 것은 지난해 대법원이 삼성카드의 삼성상용차 부당지원을 확인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장 이전에는 삼성계열사와 이외의 외부주주가 존재하지 않았고, 이중대표소송도 인정되지 않아 소송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러나 삼성카드가 상장된 만큼 소송의 현실적 조건이 성립됐고, 이에따라 외부주주를 모아 소송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특히 이 경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직접 타깃이 된다는 점에서 그동안 삼성에버랜드 CB 문제 등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삼성그룹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9월 19일 삼성카드 및 합병 전의 삼성캐피탈이 1999년 9월 2일 계열회사인 삼성상용차가 실시한 3400억원의 유상증자 과정에서 1250억원 상당의 실권주를 인수한 것은 부당지원 행위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에 따르면, 삼성상용차는 1998년 이미 72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자본잠식상태에 있었고, 1998회계연도 감사보고서상 경영여건이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명시되고 있었다. 합병 전의 삼성캐피탈이 자체 분석한 자료에도 삼성상용차의 세전 이익을 1932억원으로 예측하고 있었을 정도로 재무구조가 취약했고 타 경쟁업체에 비해 경쟁력이 우수하다고 볼만한 객관적인 자료도 없는 상태였다.
경제개혁연대측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카드와 삼성캐피탈은 삼성상용차 측이 제공한 `추정재무제표, 미래의 투자 및 영업계획 자료`만을 근거로 매출액이 2000년부터 2002년까지 평균 100% 상당 증가할 것을 전제로 미래현금할인법에 따라 이들 실권주를 주당 1만원으로 평가해 인수했다. 삼성카드와 삼성캐피탈의 삼성상용차 실권주 인수는 명백히 삼성상용차에게 현저하게 유리한 조건의 거래로,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계열사 부당지원에도 불구하고, 삼성상용차는 1년 후인 2000년에 결국 청산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결을 통해 삼성카드와 삼성캐피탈이 계열사였던 삼성상용차를 부당지원할 목적으로 실권주를 인수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실권주 인수금액과 이에 따른 공정위 과징금의 합계에 상당하는 손해를 발생시켰다는 점이 명백히 확인되었음에도, 이에 대해 해당 이사들의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그동안 불가능했다.
상장되기 이전의 삼성카드는 그 주주구성이 삼성전자(46.85%)와 삼성생명(35.06%), 삼성전기(4.77%) 등 계열사로만 이루어져 있어,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외부주주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이중대표소송이 인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 등 상장 모회사의 소수주주들이 삼성카드와 삼성캐피탈의 이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이에 따라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삼성카드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됨으로써 당시 경영진의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다"며 "증권거래법상 주주대표소송의 원고적격이 충족되는 시점인 상장 후 6개월 경에 소수주주들의 뜻을 모아 주주대표소송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주주대표소송의 원고가 되려면 0.01%이상의 지분을 6개월 이상 보유해야 한다. 99년 당시 삼성카드의 이사진은 이건희 이사, 이학수 감사 등이다.   
그 동안에도 경제개혁연대의 삼성차 관련 소액주주운동은 근본적으로는 이건희 회장을 타깃으로 하기는 했지만, 실제로 이건희 회장이 직접적으로 문제가 된 적은 거의 없다.
그러나 대표소송이 이뤄지면 당시 이사로 등재돼 있던 이건희 회장이 직접 타깃이 된다는 점에서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 회장은 삼성에버랜드 CB 관련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의 조속한 소환조사 촉구 압력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회장 소환조사 촉구

지난달 28일 경제개혁연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주주의 법학연구회·참여연대 등 4개 단체 소속의 교수·변호사 등 전문가들은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즉각적인 소환조사와 기소를 촉구하는 내용의 공동의견서를 검찰에 제출하고, 4단체 소속 교수·변호사 등 전문가 153인의 서명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4단체는 공동의견서를 통해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사건의 총체적 진실 규명과 이를 통한 경제정의 및 법치주의 실현을 위해서는 이 모든 사태의 중심에 있는 이건희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와 기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에버랜드 이사들의 배임행위에 가담해 공범관계에 있는 에버랜드 법인주주들의 당시 이사들에 대해서도 추가기소할 것을 검찰에 촉구했다.
4단체는 검찰에 제출한 공동의견서에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사건이 이건희 회장의 지시 또는 승인 및 그룹차원의 기획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은 ▲에버랜드의 지배권을 이재용 씨에게 넘겨주기 위해 헐값으로 발행한 전환사채를 실권 후 이재용씨에게 배정·인수하게 했다는 것은 이미 1, 2심 판결에서 확인된 사실이라는 점, ▲이건희 회장 자신은 13억원 상당의 전환사채를 실권하면서 전환사채 청약 당일 딸들에게 48억원을 증여해 전환사채를 인수하게 한 점, ▲중앙일보와 에버랜드 간에 아주 근접한 시기에 거의 똑같은 방식으로 전환사채 발행을 통한 사실상 지배권 교환거래가 있었던 점, ▲대량실권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유일하게 전환사채를 인수했던 제일제당(현 CJ)에게 추가 인수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점, ▲전환사채의 발행이 회사자금조달계획과 무관하게 급하게 기획된 점, ▲전환사채 등을 통한 변칙증여에 대한 과세제도가 마련되던 시기였던 점, ▲이재용씨는 전환사채 배정 결의 이전에 전환사채 인수자금을 미리 준비했고, 삼성그룹 구조본이 이건희 회장 일가의 개인재산을 관리했던 점, ▲계열사 지분 인수와 매각 등을 통한 이재용씨 후계구도 완성과정의 일부였던 점 등을 통해 추단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또, 공동의견서는 당시 법인주주들이 현저한 저가로 발행된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실권한 것은 ▲당시 에버랜드가 매출액과 영업 이익 면에서 지속적인 신장세를 보여왔고 당기순이익도 일부 시기를 제외하고는 매년 흑자였으며, 높은 신용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던 점, ▲중앙일보, 제일모직, 삼성물산 등 법인주주들은 당시 상당한 액수의 흑자를 시현하고 있었고 전환사채 인수대금이 각 회사의 당시 재무상황에 비추어 아무런 부담이 되지 않는 반면, 현저하게 저가에 발행된 전환사채를 인수하지 않을 경우 전환사채의 실제가치에서 인수대금의 차액 상당의 손해가 발생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인수하지 않은 점으로 미루어, 공모에 가담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그룹 총수일가 사유물 될 수 없어

한편, 교수·변호사 등 4단체 소속 전문가 153명은 공동서명한 성명서를 통해 "삼성그룹이 결코 총수일가의 사유물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하고, "대한민국의 검찰이 이건희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기소를 통해 이 사건의 총체적 진실을 규명함으로써 국내 1위의 경제권력 삼성이라 할지라도 결코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민주국가의 평범한 진리에 따라 이 땅에 공명정대한 법치주의가 형형하게 살아있다는 것을 국민 앞에 반드시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53명의 전문가들은 성명서에서 이건희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 및 추가기소와 함께 ▲공범관계에 있는 당시 에버랜드 법인주주들의 이사들에 대해서도 추가기소하고, ▲이재용씨의 삼성계열사 주식거래와 관련해 고발 및 재고발이 이루어진 e-삼성 및 삼성 SDS BW사건에 대해서도 관련자를 소환조사하고 책임자를 기소할 것을 촉구했다.
대규모 구조조정까지 이뤄지며 가뜩이나 침체된 분위기의 삼성그룹이 잇따라 터지는 악재들을 어떻게 뛰어넘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김범석 기자 kimb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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