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를 통해 사회와 관습에 저항한다
고어를 통해 사회와 관습에 저항한다
  • 승인 2007.07.2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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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영화제> 인터뷰-인육만두 충격적 영상 허먼 여우 감독

제1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 2007)에 `고어의 제왕`이라 불리우는 `허먼 여우`(홍콩) 감독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대표작인 <팔선반점의 인육만두>를 비롯 <에볼라 신드롬>, <중국식 흑마술>, <흑백도>, <성공작자십일담> 총 5편의 작품이 `판타스틱 감독백서`라는 타이틀의 특별전으로 열리고 있다.


 
1993년 세계적인 컬트영화가 돼버린 <팔선반점의 인육만두>의 충격적인 영상으로 수많은 관객들을 충격에 빠지게 했던 홍콩에서 영화감독 뿐만 아니라 유명한 촬영감독으로, 시나리오 감독으로도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이 작품으로 후에 <무간도>로 알려진 `황추생`이란 연기자를 발굴해 내며 수많은 영화제의 남우주연상을 휩쓸게 된다.

허먼 여우 감독은 단순히 고어적 영상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타자와 약자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제도와 관습과 대한 저항의 메시지와 비판을 포함하고 있다.

<중국식 흑마술>은 공권력과 관계된 경찰(기득권)과 그것과는 또 가장 거리가 먼 범죄자들을 통해 흑마술(주술)과 범죄영화의 조합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전해준다.
범죄자와 권력이 폭력을 독점하는 불공평성을 고어적 영상과 메시지를 담아 뛰어난 상상력으로 그로테스크하면서 독창적이고 기발한 방식으로 보여 주고 있다.

`고어의 제왕` 허먼 여우가 <중국식 흑마술>의 상영 후에 관객과의 대화를 가졌다.
영화상에서 피가 난무하고 사지절단의 과격한 시도를 하는 감독의 외모 치고는 상당히 여성적인 느낌이 묻어났다.
 

#허먼 여우 감독

-고어 영화의 연출을 하면서 힘들진 않았는지? 엔딩 크레딧이 거꾸로 올라가는데 특별한 의도가 있는지?
"20여년간 작품을 연출하면서 한 편 한 편 매번 힘들다. 하지만 적응이 돼서 괜찮다. 이제는 어려움이 없으면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진다(웃음). 엔딩 크레딧이 거꾸로 올라가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두진 않았다. 크레딧이 다 올라가려면 시간이 걸리니까 지루하지 않게 하기 위한 것도 있다."

-영화를 보면서 미국영화 `세븐`의 느낌이 나기도 했다. 혹시 영향을 받은 건 아닌지? 작품 속에서 아기가 잔인하게 죽는 장면이 인상적이였다. 서양에서는 아이의 죽음은 금기시 된걸로 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세븐`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이다. 무의식중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을 수는 있으나 직접적인 영향은 없었다. 주인공 캐릭터간의 갈등구조가 참조가 됐을 수는 있겠다. 서양의 공포영화에서는 성인은 죽음은 관대하지만 아이의 죽음은 금기시 된 게 사실이다. 영화 속에서 아이의 죽음을 묘사한 것은 `죽음 앞에서 나이는 무관하며, 죽음 앞에서 인간은 모두 공평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만나보니 잔인한 고어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외모같지 않고 섬세해 보여서 놀랐다. 실제 성격은 어떤지? 홍콩에서 장르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서 상업적으로나 힘든 점은 없는지?
"실제 성격은 내 입으로 얘기하는 게 쑥스럽지만 주변 사람들의 얘길 들어보면 나쁘지 않은거 같다. 스탭들도 저 감독 `소리 많이 지르지 않아`라고 얘기하는걸 보니 성격이 좋은 것 같다. 홍콩은 자본주의 사회이자 소비의 도시이다. 장르 영화를 만드는 점은 물론 힘이 든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작품을 패키징(상업적으로)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잘 패키징하면 소규모 시장이 있을 것이다. 투자자에게는 거기에 맞는 패키징이 중요하다. 장르영화로만 앞세우는 게 아니라 이런 프로젝트가 있고 `돈을 벌어다 준다`고 얘기하고 잘 패키징 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문화적으로 영화는 고급영화이다. 틈새를 찾아 다가간다면 충분히 거기에 맞는 관객도 찾을 수 있다."

-몇 년 전 부천영화제에서 자원봉사를 했던 팀들이 오랜만에 만나 함께 영화를 보러왔다. 그런데 첫 선택한 영화가 <중국식 흑마술>이다.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보기 힘들었지만 보고나니 새로운 영상에 독특한 감동을 받았다. `흑마술`이란 소재를 영화로 본 것 역시 처음이다. 어떻게 `흑마술`이란 소재를 영화화 하게됐나?
"영화를 만들기 위해 사전조사를 철저히 했다. 이 작품은 어찌보면 귀신영화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귀신은 믿지 않지만 세상은 법으로만 해결되지 않는 일들도 많다. 그런 문제들을 귀신과 부두를 통해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램을 가졌었다."

 -김진원 감독의 `도살자`란 작품을 보는데 홍콩여성 관객이 잔인한 장면에서 소리를 지르고 기겁을 하더라.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이런 작품이 한국에서 개봉할 수 있는가?`라고 묻더라. 홍콩에서 <중국식 흑마술>이 극장에서 상영됐는지?
"홍콩에서도 이런 고어한 영화들을 다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팔선반점의 인육만두>는 3~5분 정도 잘린 채 개봉됐고,이 작품은 18세 이상으로 무삭제로 개봉했다."

1997년으로 홍콩에서 최고의 대안 영화감독으로 선정이 되기도 했던 허먼 여우 감독은 고어 영화만을 고집하는 건 아니다. 이번에 공개된 <흑백도>는 홍콩느와르 영화이며,<성공작자십일담>에서는 전환기에 접어든 홍콩 섹스 산업에 대해 선보인다.

"제도화 되고 표준화 된 작품은 만들고 싶지 않고 창의성 가득한 다양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허먼 여우는 고어, 공포, 느와르, 드라마 등 장르를 넘나들며 제작자이자 배우, 각본가, 촬영감독으로 왕성한 창작욕을 불태우고 있다.

고어 영화란 장르를 통해 폭력과 권력에 대항하며 사회 시스템과 관습적 제도에 대한 저항 을 멈추지 않는 그는 진정한 예술가이다. 박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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