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기획> 감사원, 정부산하기관 감사 보고서 3

일반 사기업에서도 발생하기 힘든 일들이 정부 산하기관에서 버젓이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지난 달 감사원이 발표한 <정부산하기관 경영혁신 추진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상당수 산하기관의 도덕 불감증이 위험수위를 오르내리고 있었다.
예산 집행, 조직·인력 관리를 비롯 계약관리 및 복리후생 등 거의 전 부문에 걸쳐 115건의 위법, 부당 사례가 지적됐다.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일삼는가 하면 고위 간부를 통한 인사 청탁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비자금을 조성해 노조 집행부 등에 향응을 제공하고 개인용도로도 사용한 상식 밖의 일도 발견됐다. 감사원의 정부산하기관 감사 결과들을 매주 연재한다.

감사원이 정부 산하기관의  주기능과 주업무에 이어 메스를 든 것은 지배구조와 관리체계에 관한 문제점이었다.
기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감사조직 등 내부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여부와 주무부처에서 지도, 감독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지를 중점 감사했다"며 "정부사한기관을 대상으로 한 경영평가, 관례체계의 적정성도 다뤘다"고 설명했다.
감사 결과 한국청소년수련원 등 몇몇 산하기관은 자체 감사담당 부서가 없는 등 내부통제시스템이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고 일부 부처의 지도, 감독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통제시스템 `마비`

정부산하기관들은 개별 설립 근거 법률에 따라 설립되고 업무도 다양한 만큼 지배구조 및 내부통제시스템도 다양하다.
기관장 선임방법의 경우 대통령 임명(18개), 장관임명(33개), 자체 선임 후 장관 승인(28개), 자체 선임 후 장관보고(1개), 기타(7개) 등 여러 제도가 혼용되고 있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42개 실지감사대상기간 중 독립된 감사조직이 없는 기관이 6개(14.3%), 감사에게 감사부서 직원의 인사동의권이 없는 기관이 6개(14.3%), 일상감사를 실시하지 않는 기관이 9개(21.4%)로 내부 통제시스템이 다소 취약한 실정이었다.
한국청소년수련원 등 3개 정부산하기관에는 독립된 자체감사 부서가 없거나 일상감사를 실시하지 않는 등 내부통제시스템이 마비되어 회계부정 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한국청소년수련원은 내부 규정에 자체감사업무를 감사대상 부서인 기획조정팀에서 수행하도록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별도의 감사 규정을 마련하지 않고 있었다.
또한 1998년 설립된 이후 2006년 4월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일반, 특별 및 일상감사 등 자체감사를 실시한 적이 없는 등 사실상 내부통제가 전무한 실정이라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감사원은 그 결과 계약관계 법령 및 내부 규정 등을 위반한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련원은 2004년 4월 발주한 일부 공사가 분할계약금지 대상인 단일공사인데도 분할해 수의계약했으며 2004년 10월 발주한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스킨스쿠버 건축공사`도 수의계약 과정에서 문제가 적발됐다.
감사원은 한국청소년수련원 원장에게 독립적인 자체 감사기구를 신설하고 정기, 일상감사 등을 실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부처, 산하기관 예산 무단 전용

주무부처에서 산하기관 감독을 소홀히 하는 반면, 산하기관 예산을 자체 예산처럼 사용하는 등 독립성을 훼손한 사례도 발견됐다.
요업기술원은 한국산업기술평가원 부설기관으로 별도의 이사회가 설치돼 있지 않은 대신 산업자원부 생활산업국장, 기획예산처 산업재정기획단장 등을 당연직 위원으로 하는 운영위원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요업기술원 운영위원회는 기술원이 2000년 설립 당시부터 별도 지급할 필요가 없는 수당을 지급근거도 없이 지급하고 있는데도 이를 확인하지 않고 방치해 왔다.
감사원은 산업자원부 장관에게 요업기술원 경영통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도록 하는 등 지도, 감독 업무를 철저히 하기 바란다고 주의 조치했다.
한편 정보통신부는 자체예산으로 수행해야 할 연구용역과제를 한국전파진흥원에 지정, 통보해 편법 집행하도록 했다. 산하기관 예산이 정보통신부 예산으로 무단 전용되는 등 회계질서 문란 사례라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다음호 계속 김범석 기자 kimbs@naver.com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