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어느 때인데, 깽판 놓기에 북침 전쟁 연습까지…
지금이 어느 때인데, 깽판 놓기에 북침 전쟁 연습까지…
  • 승인 2007.10.2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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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남북정상회담 평화무드 깨는 미국의 이중 작태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는 상황에서 때아닌 악재가 돌출, 비난을 사고 있다. 그 악재란 첫째, 미국측의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강행하자는 제안이고 둘째, 훈련비용의 상당 부분을 한국측이 부담해야한다는 조건이다. 이는 앞에선 손 내밀고 뒤에선 전쟁연습에 몰입하는 미국측의 전형적인 이중적 작태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얼마전 노무현 대통령은 "마침내 이 금단의 선도 점차 지워질 것이다. 장벽은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60여년 전 외세에 의해 강제로 잘린 분단의 장벽을 넘은 대통령의 평화와 번영의 염원이 담긴 말이다. 북측에 대한 남한의 일방적 선입견에 대한 반성도 있었다. `북 개혁 개방` 이라는 표현에 대한 자기반성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귀환길에서 남북경협의 대표적 상징인 개성공단에 들러 남북 노동자들을 격려하며 "북 개혁 개방이라는 말을 쓰지 않겠다"고 얘기했다.

지금이 어느 시기인데…

노 대통령은 또 "조심성 없는 말이었던 것 같고 적어도 우리 정부는 앞으로 그런 말을 안쓰겠다"고 밝혔다. 공존원리라는 북측에 대한 인식전환을 꾀한 것이다. 
평양에서 지난 2일에서 4일까지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을 취했다. 분단의 역사를 마감하는 새로운 평화의 역사를 창조하는 길에 들어섰다. 이 같은 격변의 시기,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 동북아 중심국가를 통한 한민족 중흥의 역사적 시기에 온 국민은 남북관계 인식에 있어 대 전환이 요구된다. 남북정상회담 수행원으로 평양을 다녀온 권오규 부총리는 "그간 경험으로 볼 때 남북은 서로 충분히 신뢰한다기에는 미흡한 면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이제는 북측이 변하고 있고 변할 의지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해 우리측의 인식전환에 도화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관계 또한 희망적이다. 북측은 미국과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정상화의 길을 모색하는데 이르렀다. 테러지원국 삭제와 경제제재 해제, 대규모 경제 지원과 사회문화 분야 교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을 통한 북미관계 정상화가 가시권에 들어서고 있다.

"깽판 놓고 삥 뜯기"

이런 상황에서 며칠전 우리는 미국측에게 뒤통수를 제대로 얻어맞는 일이 발생했다. 한미연합훈련 강행을 제안해 온 것이다. 일각에서는 "일종의 깽판 놓기다, 북침 전쟁연습이다"며 비난을 퍼붓고 있다.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진일보한 걸음을 떼고 있는 한반도 정세, 정상회담 취지에 크게 어긋나는 행위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미국측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의 분담비용을 터무니없이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국방부는 미국측의 `협박`으로 지난해의 31억원보다 50%나 늘어난 47억으로 책정한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미국의 입장에서 한반도가 통일된다면 막대한 손실을 보기에 통일을 가로막고 있다는 설이 어제오늘 일도 아니지만 이제는 갈 때까지 가서 대놓고 들이미는 식이라는 지적이다. 사실 이보다 더 문제인 것은 한미연합군사훈련시 `상호군수지원협정`이 미국의 일방적인 협박으로 이루어졌고 다시말해 불법 부당한 처사라는 것이다.
범민련남측본부는 지난 15일 이를 비난하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결의문에 담긴 내용을 요약해보면 대략 이러하다.
1988년에 체결된 이 협정만으로는 돈을 요구할 수가 없다. 협정에는 `모의지원`이라는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10년이 지난 1998년에 미국이 생각해낸 것이 `시행약정`항을 집어 넣자고 제안한 것이다. 시행약정이란 한미연합훈련시 상호 군수지원 항목을 한미가 합의해서 결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지원항목을 늘릴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이 장치부착만 성공하면 `모의지원`항목을 `상호군수지원협정`에 집어넣을 수 있게 된다. 미국의 시행약정 요구, 물론 우리 국방부의 반발과 설득이 오갔지만 소귀에 경읽기다.
미국은 시행약정 체결후 얼마 안돼 모의지원 체결에 돌입한다. 그들 나름 합법적인 절차를 밟는 것이라 정당화시키기 위해서다. 그러나 미국은 성급했다. `모의지원` 이나 `시행약정`은 고사하고 그 이전 `상호군수지원협정`에서 미국의 명백한 불법행위가 입증되었다. 이유인 즉  상호군수지원협정에 의한 군수지원은 우리 국방예산의 한계를 넘어서 지출되므로 국회비준을 받아야 승인되는데 미국은 국회비준을 거치지 않고 체결해버린 것이다. 그러므로 최초의 조약체결자체가 불법이었기에, 이 모든 것은 무효가 된다. 서류상 미국 나름의 합법성을 고수하려 했지만 도장 하나 빠진 각서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주장은 단호하다. 그저 삥 뜯는데 이유 없다는 식이다.

"전쟁연습의 불법성 용인"

미국이 한국의 요청을 거부한 것은 반대로 한국의 경제적 능력을 감안할 때 유사시 필요한 각종 군수물자의 조달을 미국에 의존하지 말고 한국이 스스로 맡아야 한다는 논리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은 한국이 평시에 자원과 재정을 적절히 배분해 유사시 예상물자 소요에 대비하도록 권고하는 한편 전쟁 발발 시 초기 30일 동안 소요될 탄종과 탄약을 한국이 파악해 자체적으로 마련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미국은 1984년 한미가 CRDL과 WRSA가동 등 전시 군수물자 지원을 위해 체결한 관련 협정을 일단 계속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답변했으나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렵다. 2004년 5월 폴 울포위츠 당시 미 국방부 부장관이 조영길 국방부 장관에 보낸 공식서한에서 "기존 협정은 수정 또는 종결시켜야 할 협정"이라고 이미 못을 박았기 때문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한국과 전시지원을 위한 어떤 종류의 새 협정도 체결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갈수록 안보책임의 많은 부분이 한국군에 넘어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미연합군사훈련과 모의지원과 관련 범민련측은 "연합연습 비용을 분담하는 것은 한미연합사 전쟁연습의 불법성을 용인하는 것이자 그에 적극 가담하는 것"이라며 "더욱이 연합연습은 한국 방위를 명분으로 하나 사실은 미국의 국익을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전쟁연습을 세계 최대 규모로 벌이면서 군사교리를 시험, 개발하고 세계군사패권을 위해 자국 군대의 전투력을 기르고 세계전쟁전략을 가다듬으며 한국군을 종속시키는 장으로 삼는다.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판단되는 이 시기에 한미연합군사훈련은 경제적으로나 한반도 평화유지에 있어서나 우리에겐 상당한 불이익으로 작용할 게 명약관화하다. 훈련강도는 위험수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훈련의 강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결국 국민의 혈세는 불법부당한 방식으로 미국에게 흡입될 것으로 보인다.

위험한 장난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의 황윤미 사무국장은 "북침전쟁연습의 위험성이 상상하는 것보다 수위가 높다"고 말한다. 황 국장은 "두 나라 군사 당국자는 이 연습이 `대북 억제를 위한 방어연습` 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북을 겨냥한 선제공격 연습이며 따라서 북으로서는 전쟁위협인 것"이라고 확신했다.
황 국장은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2005년 폭로한 `2002년 전략기획지침`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연습은 북한 정권 붕괴와 북한군 괴멸을 통한 통일여건 조성을 작전목적으로 하는 작전계획 5027-04에 따라 최대한 실제와 같이 진행되는 지휘소 및 야외 기동훈련"이라고 얘기한다. 그는 "연습에는 전형적 공격형 전력인 미국 핵항공모함과 신속정밀타격능력 및 원거리 작전능력을 보유한 스트라이커 여단이 참가하고 있다"며 "게다가 2004년과 2005년의 연합전시증원 및 독수리 연습은 군사분계선 바로 코 밑인 임진강 도하훈련을 하는 등 공격 위주의 군사연습을 하고 있음이 증명되고 있다"고 충고했다.
아울러 "이 연습은 불평등한 한-미 상호방위조약조차 위배하는 불법적인 것"이라며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기초해 설치된 한미연합사가 대북 선제 내용의 작전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따른 전쟁연습을 벌이는 것은 `남한 방어`를 목적으로 `외부로부터의 무력 공격에 한해` 발동하도록 되어 있는 방위조약의 범위를 뛰어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범민련남측본부 최복열 대외협력국장은 "미국의 이러한 행위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협한다. 북침전쟁연습이라는 훈련자체는 당연히 불법이며 훈련을 감행한다면 북측의 입장에서는 남과 북이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있음을 뒷받침해주는 중요한 근거가 되므로 정상회담 자체에 찬물을 끼얹는 식"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11월에 있을 `국방장관회담`에서 북침전쟁연습에 대한 문제가 완화되기를 기대하고 내년 3월에 있을 RSOI 훈련이나 독수리훈련, 을지포커스렌즈 연습 등에 관해 한미가 재검토 해야할 것" 이라고 얘기했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은?

▲을지포커스렌즈 연습
- 형태 : 종합지휘소 연습
- 목적 : 한국방위 위한 충무계획 및 직계 5027 수행절차 숙달
- 내용 : 한미 연합 위기관리 절차, 전시전환 및 한미 군사 협력 절차, 미 증원군 전개 지원 절차, 계엄 및 이낫작전 수행 절차

▲연합전시증원 연습
- 형태 : 지휘소 연습
- 목적 : 미 증원군의 한반도 전개절차 숙달, 한국군의 전시지원 임무 숙달
- 내용 : 미 증원군 이동관리 및 부대추적 절차, 전시지원 절차, 공항 항만 방호 및 연합 선박통제, 한국국적 선박 동원 절차, 공동운영기지 개소

▲독수리 연습
- 형태 : 야외 기동훈련
- 목적 : 연합 특수작전 및 후방지역 작전 능력, 공중 지상 해상 합동 작전능력 향상
- 내용 : 연합공중전력/해양기동 훈련, 해상 대 특수작전부대 훈련, 전구 유도탄 방어, 중부 요충지/전술 집결지 방어

▲해군 연합훈련
- 형태 : 해상 훈려
- 목적 : 한반도 주변 해역의 다양한 위협 제거 위한 연합작전 능력 향상
- 내용 : 대 잠수함 해양탐색, 잠수함 훈련, 기뢰전, 구조전, 특수전, 폭발물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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