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상의 삶의 향기 폴폴> 모양성에서

 

“모양성은 변함이 없구나.”
제 43 회 모양성제가 펼쳐지고 있는 축제 현장에 도착하니,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모양성이다. 담장이 넝쿨이 타고 올라가는 성벽의 돌들은 예전이나 변함없이 건재하고 있었다. 비바람에도 끄떡하지 않고 눈보라에도 의연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성곽이 믿음직스럽기만 하다. 호국 의지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어서 든든하였다.

모양성은 고창 읍성이라고도 부른다. 조선 시대 단종 때 축성되었다고 하니, 성곽은 그 자체에 오랜 세월을 담고 있는 것이다. 서해의 외진 곳에 전라 감영 소속의 백성들이 모두 힘을 합쳐 축성한 성이기에 더욱 더 그렇게 견고한지도 모르겠다. 한 두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졌다면 진즉 무너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제주도를 포함한 전라도 백성들의 호국 의지가 하나로 뭉쳐서 이룩한 성이기에 믿음이 간다.

어린 시절 사적 145호인 모양성은 놀이터였다. 모자는 보리 모이고 양은 볕양이다. 양지바른 땅이어서 보리가 아주 잘 자라는 고장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수많은 인물을 배출한 고창고등학교의 상징도 바로 보리다. 이곳에서 자란 보리알들이 13 도 전역에 퍼져 나가고 지구촌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는 것이다.

고창은 선사 시대의 유적인 고인돌의 고장으로도 이름을 날리고 있다. 유네스코 지정 문화재로서 고창읍 죽림리에 산재되어 있는 수많은 고인돌들은 선사시대에 이곳이 문화의 꽃을 피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거대한 돌을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고창은 방장산의 정기를 이어받아 선사시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운 사람들이 나고 살아온 유서 깊은 고장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사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었다. 산업화의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농촌이 피폐해짐에 따라 살기가 어려워지게 된 것이다. 20 만 고창 군민을 외치던 때가 엊그제인데, 이제는 그 것은 전설이 되어버린 것이다.

흐르는 세월에도 본래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모양성을 바라보면서 행복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행복이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일에 찾을 수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어린이의 재롱에서 행복이 피어나고, 따뜻한 말 한 마디가 바로 행복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행복은 말이 아니라 실천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양성을 바라보면서 양보가 손해 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손해 보는 것 같은 배려는 잘대로 손해가 아니라 나중에 더 큰 이익과 함께 돌아온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모양성 주변에 조명 시설이 확보되어 밤에는 화려한 불빛을 자랑하고 있는 모습이 그 것을 역설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오랜만에 찾은 모양성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에는 유년 시절의 꿈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추억이 되었지만,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는 보물이 된 것이다. 행복이란 바로 내 마음 안에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변함없이 지키고 있는 모양성을 바라보면서 행복을 만끽하였다.<춘성(春城) 정기상님은 전북 대덕초등학교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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