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어카는 '콜∼록' 골목길 모퉁이 돌아 사라진다
리어카는 '콜∼록' 골목길 모퉁이 돌아 사라진다
  • 승인 2007.12.2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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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기획> 겨울이 두려운 사람들 8회-환경미화원편

"쓰레기 아저씨!!"

유년 시절 한번쯤은 재잘거렸음직한 환경미화원을 비화한 용어다. 기자도 어린 시절부터 그러한 인식의 토양에서 자라왔다. 허리를 굽히는 작업의 특성상 양반·상놈이라는 문화에서 비롯된 시선들이랄까. 이 시선의 폭력은 잠재해 있던 환경미화원들에게 `그저 남들이 버린 쓰레기를 줍는` 식이라는 콤플렉스를 더 가중시키는 역할을 한다. 세상이 변했다지만, 그런 인식은 여전하다. 세상은 변한 게 아니라 변한 척 했을 뿐이다. 보라. 이런 업종을 바라보는 현 국민적 의식 내지 인식은 외환위기로 이후 실직·실업자가 늘어난 것에 토대한 것은 아닌가. 당장 먹고 살고 힘드니 그저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말로 정당화시키지 않았는가. 국민적 의식은 크게 달라진 바 없는데 보기 좋은 말로 포장할 뿐이다.        

 

상황이 어찌됐건 실로 직업에 귀천이 없어서인지, 환경미화원 응시자가 눈에 띌 정도로 부쩍 늘었다. 최근 대졸자 30%가 응시했다는 소리도 나온다. 대졸자 포함 어느 지역에선 총 1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예비군훈련장에서 모래주머니 메고 50m 달리기, 모래주머니 오래 들기, 300m 달리기 등 체력 테스트도 만만치 않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응시자 대부분 최선을 다했지만 일부는 체력 테스트 과정에서 중도 포기한다.

대학을 졸업한지 얼마 안 된 김씨(26세)는 "특별한 장애가 없는 한 체력검사는 사실 별 의미 없다"고 말한다.

"전 아직 젊어서 그런지 그렇게 고되지는 않아요. 월급도 남들만큼 받고,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운동도 되고 좋잖아요."

긍정적인 김씨도 사회적 인식에 대해선 여전하다고 입을 연다. 

"청소하다보면 요즘 애들은 아예 대놓고 놀립니다. 그럴 때 저는 애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려 노력해요."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이렇게 말한다.
"이를테면, `얘들아, 우리 아저씨들은 너희들이 생각하는 그렇게 더러운 사람들이 아니란다. 우리 같은 사람들 때문에 세상이 깨끗해지는 거란다` 하고요.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알아먹는 애들이 많아요. 오히려 어른들이 문제죠."



그는 아이들을 지도해야 할 어른들이 더 큰 문제라고 말한다.
"한번은 음식쓰레기를 치우고 있는데 아주머니가 제 위치에 안 버리고 음식이 든 봉투를 아무 데나 휙 던지고 가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아주머니, 음식봉투는 여기다 버리셔야죠` 하고 말했더니 글쎄 아주머니는 `그럼 총각이 그 쪽으로 들고 가면 되겠네` 하며 인상을 찌푸리며 뒤돌아서 가시더라고요."



환경미화원 근처에는 오는 것조차도 싫어하는 듯 보였다는 김씨의 설명이다.
당당한 김씨도 아직 어려서 그런지 사진기에는 쑥스러워 한다. 뭐 그렇게 자랑할 것도 없는데 사진기에 찍히는 건 과장스러워 싫다는 투다.



그러나 환경미화원에 관한 심각한 문제는 지금부터다. 60대 박모씨는 "내 경우엔 오후 3시에 나와서 새벽 6시에 퇴근하는데 오늘은 음식 쓰레기를 치우는 거다"라고 말한다.

기자는 그저 "어떠…세요"하고 질문을 던진다.
"난 하청업체 소속이야. 구청 직원들이랑 차별화 되지. 월급도 얼마 안돼. 보일러 안돌리고 옷 껴입고 양말 신고 자는 날도 많아. 하물며 일할 때는 겨울이니 당연히 춥지. 추워서 유니폼 안에 옷을 껴입지. 그러면 새벽에 땀이 식어. 그때가 고생이야. 봄 여름 가을은 그래도 선선하니 할만해. 겨울엔 정말이지 뼈마디가 쑤시지."

박씨는 청소전문 하청업체 소속이라 월급이 그리 많지 않다.
"겨울철 보일러가 가장 큰 적이지. 알잖아. 국가에서 돈 주는 것도 아니고 대행업체서 이런 일 하면 돈 얼마 안된다는 거. 구청 소속은 들어가기도 힘들고 조건도 까다로와. 근데 여기 소속은 언제 잘릴지도 몰라. 요즘 대행업체들이 많이 덤비거든. 그럼 우린 또 우리 같은 사람들끼리 경쟁해야 되고 결국 우리들 중 몇은 길바닥에 내다 앉는 일이 벌어지는 거지."

박씨의 얼굴에는 혹한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땀방울이 송이송이 맺혀있다.
"하루에 12시간 넘게 일하다보면 새벽이 다 돼서야 땀이 식어. 그때는 죽을 맛이지."

쉬는 시간도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우린 쉬는 시간 같은 거 없어. 주어진 거 다하려면 빡빡하지. 대행업체도 계속 생겨나는데, 경쟁에서 이기려면 하자 없이 주어진 일을 마무리 해야돼"하고 말한다. 해고되는 환경미화원들은 밤낮으로 냄새나는 음식물쓰레기를 성실하게 치우던 사람들이라는 게 박씨의 얘기다.



박씨에 따르면 하청업체 소속은 주로 음식물 쓰레기를 치운다고 한다. 그것도 무게가 많이 나가는 `놈`들로. 젊은 사람도 짊어지기 힘든 뭉치들을 손으로 빙글빙글 돌리며 리어카에 싣는다.

60대 정모씨도 마찬가지다. 리어카를 끌고 어디론가 바쁘게 움직인다. 그의 등에는 모 대행업체 상호가 적혀있다.

"춥지 않으세요?"하고 물었다.
그는 "이렇게 빨리 끌어야 몸에서 열이 나잖아"라면서, 숨소리 씩씩거린다. 자신의 몸으로 보일러 가동하는 소리 같기도 하다. 어느덧 목과 손목의 옷 틈새에서 허연 연기가 피어오른다. 그는 옷을 던지듯 벗어서 땀을 턴다.

그는 욕을 하며 "이게 문제라니깐. 몸에 습기 차면 감기 걸리잖아"라고 말한다.
월급사정은 어떻느냐는 물음에 "구청 소속은 편할지 모르지만 우리는 대우가 틀려. 옷을 봐 옷을. 빈티 나잖아. 걔들은 돈도 많이 받아. 공무원이잖아 공무원! 우린 하루 종일 밤새도록 일해도 걔들의 반이나 받을까"하고 푸념을 늘어놓는다.

"이 옷 입고 가면 식당엘 가도 받아주질 않아. 고급도 아닌 2500원짜리도 그래. 식당주인은 손님들 눈치 보며 자리 없다고 하지. 그 덕에 밥값을 아끼기는 하지만. 나중엔 아예 옷을 두겹 입고 다니다가 식당 갈 때는 옷을 리어카 밑에 숨겨둬. 겨울이 좋다면 그런 게 좋은 거지. 어차피 추우니 옷을 껴입어도 되거든. 허허."

세월이 좋아져 환경미화원도 준공무원이라는 사람들의 인식이 어찌보면 허상이라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국가소속과 하청업체 소속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요즘 환경미화원도 준공무원이래`하고 얘기하는 관심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준공무원과 하청업체 소속들을 동일시하는 선상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무관심에 특히나 하청업체 소속 환경미화원들의 소외체감은 더 올라 갈 수밖에 없다.

최저생계비보다 조금 많은 월급. 최악의 노동조건. 게다가 `쓰레기 아저씨`라는 여전한 인식.



돌아누우면 뼈마디 시린 아픔, 숨을 쉬면 하얀 입김, 돌아누우면 불안한 겨울날들로 아득한 그들. 볕보다 긴 겨울밤, 시린 고독은 밤새 그들의 발목에서 어깨까지 무겁게 엄습한다. 뜨거운 땀은 곧 습기가 되고 만성 감기로 이어진다. 리어카는 콜록 콜록 거리며 어두운 골목길 모퉁이를 돌아 이내 사라진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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