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CIA 요원, 가짜 검사, 가짜 대통령의 딸 등 '짜가 세상'

검찰도 고개를 흔든 드라마틱한 사건이 지난해 적지 않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찰청은 지난해 말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법한 실제 사건들을 정리, 발표했다. 가짜 CIA요원을 속인 가짜 검사, 딸로 위장해 인터넷 사기에 뛰어든 40대 엄마까지 상식을 뛰어넘는 사건들이 눈길을 끌었다. 다음은 여기에 소개된 주요 사례들이다.

▲ 강도짓 하다 `이중생활` 덜미
유부남 K씨(36)는 자식까지 있는 몸이었지만 2006년 5월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A씨(27)에게 총각 행세를 하며 지속적인 성관계를 가졌다. 급기야 두 사람은 결혼식까지 올리게 됐는데 K씨는 집안에 돌아가신 분이 있다며 혼자서 결혼식에 참석해 위기를 넘겼다.
A씨의 환심을 사기 위해 많은 빚을 지게 된 K씨는 결혼식 후 돈을 구하기 위해 명동에서 강도짓을 하다 구속돼 `이중생활`까지 들통나게 됐다. 당시 강도 피해자는 위장용 가방을 들고 다녔기 때문에 K씨가 정작 빼앗은 돈은 1만3천원에 불과했다.

▲ 옛 애인 주전자에 청산염
대학생인 D씨는 옛 애인이 헤어질 것을 요구하자 연애할 때 가지고 있던 열쇠를 이용, 피해자의 집에 3회에 걸쳐 몰래 들어갔다. 청산염을 주전자 등에 타는 등 애인을 살해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두려움을 느낀 옛 애인이 열쇠를 바꾸자 지상 5층까지 가스관을 타고 올라가 창문으로 침입하는 등 갖가지 방법으로 3회 강간까지 했다.
조사 초기 D씨는 청산염 관련 범행을 부인했지만 공학계열을 전공하며 장학생이었던 점을 의심, 집중 추궁한 끝에 결국 자백을 받았다.

▲ 부인, 내연녀와 한 모텔 성관계
O씨는 내연에 관계에 있는 B여성과의 관계를 부인이 알아채자 간통죄를 모면할 생각으로 세 사람이 한 모텔 안에서 성관계를 가졌다. 처음에는 부인이 이를 거부했으나 O씨의 끈질긴(?) 설득과 협박, 회유로 결국 3명이서 같이 한 방에 든 것.
이 같은 사실은 O씨의 성격과 자녀문제로 이별을 결심한 B여성이 폭행, 협박, 상해, 공갈 등으로 O씨를 고소하며 밝혀졌다. 결국 검찰 조사 중 부인과 이혼한 O씨가 B여성과 결혼하며 처벌의사를 철회했다. 하지만 O씨의 죄질이 불량해 상해에 대해선 벌금 100만원을 구형받았다.

▲ 가짜 검사에게 속은 가짜 CIA 요원
H씨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동아시아 담당관을 사칭하며 `해외펀트 투자` 명목으로 19억원을 편취해 구속됐다. 하지만 뛰는 자 위에 나는 자 있다고 했던가.
자신을 부산지검 검사라고 사칭한 C씨는 "구속된 남편이 석방되도록 도와주겠다"고 H씨의 부인에게 접근해 청탁교제비 명목으로 8회에 걸쳐 7천5백여만원을 수수했다.

▲ 내연녀 딸까지 유인 후 강간
신문지국을 운영하는 K씨(40대)는 내연녀의 딸로 미모가 뛰어났던 Y양(18세)에게 평소 흑심을 품고 있었다. 평소 스튜어디스가 되고 싶어 하던 Y양이 희망학과에 지원했다 떨어지자 K씨는 자신을 해당학과 교수라고 속이며 전화를 걸었다.
이 전화에서 K씨는 Y양에게 "이미 추천이 끝났으니 벗은 몸을 한번만 보여달라"고 요구하며 으슥한 골목길로 유인했다. 그는 또 약속 장소에 나온 Y씨에게 벗은 몸을 보여달라고 한 뒤 다시 며칠 뒤 전화를 걸어 `나체사진 공개`로 협박했다.
이후 K씨는 피해자를 설득, 실제 관계를 맺었고 나중에는 `동영상`까지 요구하는 간 큰 면모를 보였다. 이 같은 엽기적인 행각을 의심한 Y양의 신고로 K씨는 결국 덜미가 잡혔다.

▲ 남자 사우나 강제추행 사건
P씨는 사우나에서 자신의 옆에 누워있던 J씨를 발견하고 슬며시 반바지 위의 성기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시도했다. 잠에서 깨어나 놀란 J씨는 자신의 정액을 뱉으며 웃고 있는 P씨의 얼굴을 보고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J씨는 자신의 처와 성관계를 하는 꿈을 꾸고 있었다고.

▲ 치질환자, `비데 절도사건`
평소 치질을 앓고 있던 A씨는 비데가 절실했으나 경제적인 이유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과거 일했던 건물에 설치된 비데를 보고 뜯어가 집에 설치했다. 하지만 A씨의 차량 번호가 찍힌 CCTV를 통해 결국은 발각돼 `행복한 나날`에 종지부를 찍을 수 밖에 없었다. 검찰은 범행 동기와 피해가 회복된 점을 들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 잘못된 의학상식, 어린 딸 사망
30대 미혼모였던 B씨는 철저한 채식주의자였다. 생후 7개월된 딸에게도 모유나 분유 등 정상적인 유아식 대신 과일즙 등 식물성 음식만을 먹여 결국에는 사망에 이르게 했다.
사망 당시 딸은 7개월 여아 평균 체중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3kg에 불과했다. 검찰은 딸의 사망으로 B씨의 정신적 충격이 컸던 점 등을 들어 기소유예 처분했다.

▲ 유엔본부 비밀요원 행세
J씨는 유엔본부에서 국내에 파견한 요원으로 행세하며 청와대에 권총을 차고 들어갈 정도의 권세가로 사칭했다. K씨 등을 비롯 피해자들로부터 수수한 금품만 3억여원에 이르렀다. 한 전직 조직폭력배에게는 전과사항을 없애주겠다는 명목으로 3천만원을 받았다.

▲ 박 전대통령 숨겨진 딸 사칭
B씨는 한국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갔다. 성장한 뒤 회사를 세워 이사직을 염임하던 중 알게 된 피해자에게 자신을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숨겨진 딸이라고 속이며 접근해 미화 100만달러를 받아 도박자금으로 모두 소비했다.
B씨의 사기 내용이 허황되고 신빙성이 없었지만 이를 믿은 피해자는 거액을 B씨에게 줬다.

▲ 남편 간호 위해 `인터넷 게임`
40대 중반의 여성인 K씨는 웨딩사업을 하다 많은 채무를 지고 사기죄로 전국에 수배돼 남편과 은둔생활을 하고 있었다. 간암 말기였던 남편이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자 K씨는 인터넷 게임을 통해 게임아이템을 되파는 방법을 택했다.
K씨는 20대 딸의 인적사항을 이용해 게임을 했고 이를 통해 알게된 20대 남성 O씨와 사진과 전화를 주고받는 등 연인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던 중 K씨는 돈이 급히 필요하다며 O씨에게 86만원을 빌린 뒤 이후 연락이 두절되면서 사기로 고소됐다.
조사 과정 중 K씨는 자신이 부끄럽다며 한없이 부끄러움의 눈물을 흘렸다. 검찰은 K씨 사연이 안타까운 점이 없지 않지만 O씨의 정신적 충격이 컸던 것을 감안 벌금 30만원을 구형했다. 검사실의 따뜻한 배려에 감동한 K씨는 조사 완료 후 감사의 편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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