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한반도 대운하 강행, "미친 짓이라는 데 왜?"

이명박 당선자측이 한반도 대운하 강행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각계 운하 관련 전문가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견해가 지배적인 가운데 전문가들은 물동량 전환효과도 없거니와 사계가 뚜렷한 한국의 현실과 맞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수질문제도 대두됐고 만만치 않은 공사기간과 비용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이 당선자 측은 "경부운하는 제 2의 국운융성의 길"이라며 "국내외 학자 6∼70명이 10년간 기술적 검토를 마쳤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독일의 마인-도나우 운하를 예로 들어 경부운하의 모델로 삼겠다고 밝히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운하의 나라 독일의 하우프 전 교통부장관은 "운하는 바벨탑 이후 인류가 저지른 가장 무식한 사업"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반도 대운하 구상은 크게 경부운하, 경인운하, 호남운하로 나뉜다. 이중 가장 큰 물길은 한강에서 낙동강 하구까지 이어지는 경인, 경부운하다. 호남운하는 영산강 지류를 따라 건설될 것으로 보인다.
이 당선자 측은 "운하가 완성되면 한반도 물류수송의 가격이 최대 4조 5000억원 이상 줄어들 수 있다. 경쟁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또 경부축 서울-부산 물동량의 80%가 경부운하를 통해 소화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각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근거가 모호하다"며 "이명박 캠프에 참여한 학자들의 전망도 모두 제각각이다"고 지적했다. 물류수송 가격과 관련 고려대 곽승준 교수는 3636억원, 세종대 이상호 교수는 1294억원이라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한양대 홍종호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무엇보다 운하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분은 운송시간"이라고 지적했다. 경부운하의 총 연장길이가 550km인 것을 감안, 이 당선자 측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는 마인-도나우 운하의 운행속도를 그대로 따라간다고 해도 최소 72시간, 즉 만 3일이 걸린다는 설명이다. 물동량 전환효과와 관련해서도 홍 교수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결국, 트럭으로는 두 세 단계면 이뤄지는 운송절차가 운하로 오면 10단계에 걸쳐 이루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운송업에 종사해온 현장 전문가들에 따르면 복잡한 운송절차까지 감안했을시 부산항에 들어온 컨테이너가 서울의 최종목적지에 도착하는 데까지 최소 100시간은 걸린다. 플랑코 운하 컨설팅 회사 페터 리이켄 대표는 "배에서 물건을 풀어서 옮기는 데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든다"면서 "시간을 중시하는 빠른 산업기반에서 3∼4일을 버틸 여유가 있는 건가"라며 의문을 표했다.
운하는 역사적으로 배 이외의 다른 운송수단이 없었을 때 의미가 있었다. 세계적 추세는 운하는 이제 자동차, 철도와 경쟁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견해와 맞물린다. 한국 역시 다를 게 없다. 페터 리이켄 대표는 "도로운송수단을 통해 빨리 운반해야 하는 하이테크 산업이 발전했는데, 굳이 배로 운반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전했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경쟁력이 없고 비용면에서 불리한 경부운하를 화주들이 선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물도 모자라고, 바다가 있는데…

민노당 심상정 의원은 "우리나라는 강의 경사가 심해서 하상계수(연중 최소 유량과 최대 유량의 차이)가 크다"고 언급했다. 하상계수가 크면 안정적인 수심을 확보하기가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 또 강우량은 6월에서 9월 사이에 3분의 2 이상이 집중돼 있다. 게다가 경부운하가 통과할 낙동강 중상류 지역은 3대 과우지역으로 비가 많이 안오는 지역이기도 하다. 충분한 수심을 확보하려면 인공적으로 댐이나 수중보를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갑문용수 조달도 문제로 대두된다. 배가 300m 높이의 조령산맥을 넘어가려면 그때마다 갑문을 닫고 수위를 높이거나 낮춰야 한다. 심 의원은 "따라서 19개의 갑문과 연간 14억 4000만톤의 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당선자는 갑문용수를 충주댐에서 조달하거나 새로운 댐을 건설할 계획인데, 홍수때가 아니라면 이 정도 물을 상시적으로 공급받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인-도나우 운하를 총괄하고 있는 독일 연방수로국 뉘른베르그 지부 슈테파리 텝케 부국장은 "운하는 기본적으로 흐르는 물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하천보다도 잘 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슈테파리 부국장은 "얇은 얼음일 경우 쇄빙선으로 물길을 내서 운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단단한 얼음일 경우 운행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전하면서 "지난해 독일의 경우 석달 동안 물길이 얼어서 배가 다니지 못했다"고 밝혔다.
페터 리이켄 대표는 "한국은 반도국가인데 왜 해운을 이용하지 않나"며 "해운운송이 자유로운 반도국가, 즉 3면이 바다인 한국이 오히려 부럽다"고 얘기했다. 

식수, 마음놓고 마실 수 있을까

환경파괴와 관련해서도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다. 이 당선자 측은 "운하는 하천 생태계를 보존하는 기능을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대운하반대시민연합 신용국 사무처장은 "기존의 생태계 말살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신 처장은 "이 당선자 측은 마인-도나우 식의 콘크리트 제방을 피할 수 없는 운하를 계획하고 있다"며 "이는 강바닥의 흙을 죽은 흙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소치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선진국인 네덜란드나 독일을 따라하는 것도 좋지만, 좋은 건 안따라하고 왜 나쁜 것만 따라하느냐"고 꼬집었다.
신 처장은 오염된 지역은 많지만 국민과 정부는 그것이 자연히 정화되는 과정을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연을 건드리면 결과적으로 자연은 반드시 몇 배의 재해로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는 얘기다.
환경파괴는 곧 식수의 오염으로 이어진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어느 나라 가도 수원지에 운하를 띄우는 나라가 없다"면서 "네덜란드나 독일의 경우 식수는 90%가 지하수다"고 지적했다. 슈테파니 텝케 부국장도 "운하의 물은 거의 정체된 상태이기 때문에 식수원으로 절대 사용할 수 없다"고 전했다.
선박에 주입되는 기름은 질이 가장 낮은 것이다. 게다가 기차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3배에 달한다.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은 "독극물 운반 화물선이 한강이나 낙동강 운하에 전복하면 3000만 인구의 식수는 어떻게 되느냐"며 "운하의 물은 식수원으로 절대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낙동강, 한강에 절대 운하를 만들면 안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갑문 건설 기간만도 4년 걸려

슈테파니 텝케 부국장은 "갑문 20개를 만든다는데 갑문 건설 기간만도 4년이 걸릴 것이다"며 4년 안에 경부운하 전체를 완공하겠다는 이 당선자 측의 주장에 반론을 제시했다. 슈테파니 부국장은 "171km 구간의 마인-도나우 운하는 정치적 논란에 휩싸여 공사가 중단된 11년을 제외하고도 20년이 더 걸렸다"며 "550km의 운하를 판다면 모든 기술력을 동원해 전 구간에서 동시에 공사를 진행한다고 해도 10년 이상은 걸릴 것이다"고 내다봤다.
골재를 팔거나 민자를 유치하면 정부예산이 거의 들지 않을 것이라는 이 당선자측의 전망에 유승민 의원은 "골재를 판다고 하는데 캐내는 비용, 옮겨 파는 비용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그리고 금방 1년 만에 골재가 쏟아지면 가격이 폭락하기에 팔 수가 없다"고 전했다. 그는 "또 민자를 유치한다는데 이건 국민에겐 도움이 안 되고 건설업자 호주머니만 불리는 거다"고 꼬집었다. 독일 환경보호연맹 만프레드 크라우스 수질 담당도 "강 바닥에 금이라도 박혀 있냐"며 비꼬았다.
경부운하 반대의견에 맞서 이 당선자 측 학자들은 엉뚱한 반론들을 제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재 `박석순 어록`으로 네티즌들에게 화제(?)의 인물로 지목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박석순 교수는 "애를 가지지도 않았는데 이게 남자아이인가 여자아이인가를 논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하는 한편 운하를 건설하면 물이 고여서 썩는다는 의견에 "선박을 운행하면 산소가 공급된다. 배의 스크류가 돌면서 물을 정화시킨다"고 응답해 전문가들과 각계 각층의 시민들로부터 비난을 샀다. 교원대 기술교육학과 정동양 교수도 "지금 공사비가 17조니, 15조니, 20조니 하면서 자꾸 바뀌는 것을 두고 부실 공약이라고 하는데 현재는 논의 단계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대운하 강행 의지, 부동산 투기로?

한편 각 언론사에서 한반도 대운하의 조기착공 보도가 나오면서 낙동강 인근 땅값이 들썩였다. 경북지역 부동산업계와 현지 주민에 따르면 한반도 대운하 여객·화물터미널 설치 예정지와 배후지는 최근 들어 땅값 상승 기대심리로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화물터미널과 여객터미널이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상주시 함창읍 금곡리와 하갈리 일대는 3.3㎡에 3만∼3만5000원씩 하던 논의 경우 대선 이후 6만∼7만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충청권의 한반도 대운하 통과 예상 지역과 여객, 화물터미널의 설치 예정지와 배후지 땅값도 폭등했다. 여객, 화물터미널과 대단위 물류유통단지가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금면 장천, 가흥리 일원은 지난해 말부터 산이 3.3㎡당 15만원에서 30만원, 밭은 7만원에서 15만원으로 배 이상 올랐다. 또 인근 앙성면 복은·복탄·양촌리와 소태면 영죽·조천리 일대의 산과 밭이 배 이상 올랐으며, 낙동강 수계와 연결이 유력시되는 살미면 토계리와 인근의 수회리 등도 최고 2배까지 땅값이 급상승했다.
이밖에 이명박 당선인의 고향인 포항시 북구 흥해읍 일대는 신항만 건설로, 경산·영천·구미·대구시 수성구 일대는 경제자유구역 지정 영향으로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 빠른 시일내 운하와 인접한 경기도 일대도 땅값 폭등의 영향권에서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고 부동산업계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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