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기름유출 사건 주원인 단일선체 유조선 도입 잇따라

지난해 12월 7일, 사상 최악의 원유 유출사고가 태안에서 발생한 이후 단일선체 유조선에 대한 위험성이 전세계적으로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정유사들이 또 다시 단일선체 유조선을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또 사고 이후 장기용선을 제외한 순수 스팟시장에서의 단일선체 이용율이 여전히 매우 높은
것으로 집계되는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2011년부터 단일선체 유조선이 국내 해역에서 운항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한 것을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 이후 8척 중 6척 단일선체 용선

지난달 27일 조선·해운조선업계 시황전문 조사기관인 영국의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7일 사고 이후 올 1월 9일까지 우리나라 정유사가 용선한 VLCC급 유조선은 총 8척이며 이중 단일선체가 6척이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태안 기름유출 사고 이후인 지난해 12월 12일 국내 A업체는 2척의(1989년 제조 27만8000DWT, 1990년 제조 28만5729DWT) 단일선체 용선을 체결하고 지난 1월 3일과 10일 우리나라로 출발했다.
B업체도 12월 12일 용선계약을 체결(1992년 제조 28만4533DWT) 1월 11일 우리나라로 출발했다.
올해 들어서도 국내 관련업계의 단일선체 계약이 잇따르고 있다.
C업체의 경우 올 들어서만 최소 2척(1991년 제조 26만1212DWT, 1993년 제조 27만9989DWT)의 단일선체 유조선을 용선하고 각각 1월 19일과 24일 중동지역을 떠나 우리나라
로 들어왔다.
D 정유사 역시 최소 1척(1992년 제조 28만1천598DWT)의 단일선체 유조선을 지난 1월 8일 계약, 1월 28일 우리나라를 향해 출발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태안에서 발생된 원유 유출사고에서 확인됐듯이 단일선체의 경우 화물창과 외벽사이에 2.5∼3미터의 공간이 있는 이중선체보다 더 큰 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실제 지난해 12월 8일 유럽에서 유조선과 컨테이너선의 충돌 사고가 발생했지만 사고 유조선이 이중선체여서 원유 유출사고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장기 용선의 경우 대부분 이중선체로 계약을 체결했지만 스팟 시장의 경우 이중선체를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 업체가 원유 운송을 위해 지난 2006년 이중선체  VLCC 9척을 발주했지만 오는 2009년 말 인도받을 예정"이라면서 "이처럼 선박 발주는 최소 3년 전부터 준비가 필요한 가운데 국내 업체들이 이중선체를 급구한다는 소식은 운임 급등으로 이어졌다"고 억울함을 호
소했다.

가장 많은 사용국가 한국

태안 기름유출사고 피해를 키운 주범으로 지목된 단일선체 유조선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국
가가 한국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국이 태안 기름유출사고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단일선체 유조선의 최다 사용국가라는 내용을 담은 통계 자료가 지난달 18일 공개됐다.
환경운동연합이 이날 공개한 `30만t급 이상 유조선(VLCC)의 도착지` 통계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단일선체 유조선의 사용 횟수가 173회에 달해 인도(112회), 중국(94회), 일본(35
회)을 크게 앞질렀다.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단일선체 유조선 사용 횟수는 2005년과 2006년에는 각각 127회와 155회여서 사용 횟수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중국(2005년 128회→2006년 94회→2007년 94회), 일본(96회→88회→35회), 미국(14회→4회→0회) 등 대부분의 나라들은 반대로 사용 횟수가 줄어들고 있다.
반면 한국 정유회사들의 이중선체 사용 횟수는 2005년 80회에서 2006년 60회, 2007년 43회로 점점 감소하고 있어 중국(76회→117회→145회), 일본(25회→30회→35회), 미국(228회→253회→297회) 등과 비교하면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환경연합이 공개한 자료는 영국의  선박 자문회사인 클락슨즈가 업계에 발표한 월간 연구보고서에 포함된 것으로 통상 유조선의 도착지는 기름의 구입처가 속한 국가와 같다.
`30만t급 이상 유조선`은 최대 30만t에 달하는 초대형 유조선으로 태안 사고의 허베이 스프리트호도 여기에 속한다.
환경연합은 "2011년으로 예정된 단일선체 유조선의 사용 금지 방침을 2009년으로 앞당겨 시행해야 한다"며 "정유업체들이 추가 비용을 핑계로 이중 선체의 사용을 꺼리고 있지만 이들이 매년 걷어들이는 순이익을 고려하면 이는 극히 적은 부분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환경연합은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정유업계는 단일선체 유조선을 이중선체 유조선으로 교체할 경우 2005년을 기준으로 연간 1619억원의 추가 수송비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같은해 4대 정유업체의 순이익이 3조3473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분의 1도 안되는 액수"라고 설명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005년 이후 한국의 단일선체 유조선 이용 횟수가 늘었다"며 "때문에 해양사고가 발생하면 언제든지 기름 유출 사고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은 이어 "2011년으로 예정된 단일선체 유조선의 사용 금지 방침을 2009년으로 앞당겨 시행해야 한다"며 "정유업체들이 추가 비용 때문에 이중 선체 사용을 꺼리고 있지만 이들의 연간 순이익을 감안하면 이는 극히 적은 부분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추가비용 부담에 이중선체 사용 꺼려

한편, SK 에너지, GS 칼텍스, 에쓰오일, 현대 오일뱅크, SK 인천정유 등 국내 5대 정유회사는 지난달 단일선체 유조선 이용률을 입항 횟수 기준으로 지난해 52.4%에서 올해 42% 미만으로 10%포인트 가량 낮추고, 내년에는 30% 미만까지 낮추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는 2011년 1월 1일 우리나라 해역에서 단일선체 유조선의 운항을 전면 금지하기에 앞서 단일선체 유조선의 운항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해양부 관계자는 "당초 단일선체 유조선의 운항을 금지하는 시점을 2011년보다 앞당기려 했으나, 준비에 시간이 모자라다는 정유사들의 의견에 따라 적어도 정유사들이 빌려 기름을 실어 나르는 배의 경우 가능한 한 단일선체 유조선 이용을 삼가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정유회사들은 SK에너지와 SK인천정유가 계열사의 유조선을 이용하는 것 외에 GS칼텍스나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은 100% 다른나라 국적 유조선을 빌려 기름을 실어나르고 있다.
이들 정유회사 중 GS칼텍스는 내년부터 모든 이용 유조선을 이중선체로 바꾸기로 했고, 나머지 업체들은 단계적으로 단일선체 유조선 용선율을 줄여나가기로 했다고 해양부는 밝혔다.
이후 2010년부터 국내외 단일선체 유조선 소유자는 선박이 얼마나 오래됐는지에 관계없이 해당 선박을 인도받은 날이 되면 이를 국내 해역에서 이용할 수 없게되고, 2011년 1월 1일 부터는 국내 해역에서 단일선체 유조선 운항이 전면 금지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해역을 오간 유조선 437척 중 단일선체 유조선은 52.4%에 달하는 229척이
나 됐다. 올해도 같은 숫자의 선박이 입항한다는 가정 하에 단일선체 이용률을 42% 이하로 낮추려면 최소 450척의 선박을 이중선체로 교체해야 한다. 김범석 기자 kimb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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