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총선 막바지 3대 변수

총선이 불과 일주일 남짓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 모두 승부를 장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초까지만 해도 200석 안팎의 압승을 기대했던 한나라당의 꿈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정치권에선 과반수 의석을 조금 넘는 수준에서 멈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대선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통합민주당은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의 활약으로 그나마 `재기`의 불씨를 되살렸다. 이회창 대표의 자유선진당과 문국현 대표의 창조한국당도 4월 총선을 계기로 파란을 꿈꾸고 있다.
진보진영에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피할 수 없는 일전을 벌일 전망이다. 무엇보다 관심을 모으는 것은 여야 공천에서 탈락한 뒤 독자 출마를 선언한 무소속과 친박 진영 탈당파의 활약이다. 최근 들어 불거진 북풍과 `대운하 구상` 논란도 막판 선거 판세를 뒤흔들고 있다. 총선 결과를 가름할 변수들을 살펴봤다.


■ 대운하 구상 논란

총선 막판으로 흐르면서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운하 구상`이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야당들은 공조체제를 구축하며 한나라당을 향해 총공세를 펼치는 모습이다. 일부 지역에선 `대운하 구상`을 막기 위해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통합민주당과 자유선진당, 창조한국당 등 야권은 한나라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할 경우 대운하 건설 특별법을 만들어 강행할 것이라며 연이어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는 "이명박 독재가 나타나고 있다"며 "대운하 구상을 구국의 결단으로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순형 자유선진당 선대위원장은 "한나라당이 대운하 구상을 총선 공약에서 빼는 건 꼼수일 뿐"이라며 "당 차원에서 대운하에 대한 입장을 당당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창조한국당과 진보신당 등에선 당간의 공조도 논의되고 있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와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운하 반대를 위한 정당대표 회담을 제안했다.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고진화 의원은 최열 환경재단 대표와 함께 대운하 반대 서명운동에 들어가기도 했다.
대운하 구상에 대한 청와대의 의지는 여전히 확고하다. 청와대는 "총선이 끝난 뒤 국민 여론 수렴 작업에 나설 것"이라며 `추진`에 무게를 뒀다. 실무 차원의 검토 작업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은 "총선이 끝난 뒤 원점부터 다시 차근차근 검토하기로 했다"며 `원점 검토`를 주장했다. 반대 여론이 높은 만큼 고민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문화일보>가 `디오피니언`에 의뢰한 국민 여론조사에 따르면 운하 반대여론이 63.9%로 찬성여론(20.9%)보다 세 배 이상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조사에서도 반대 의견이 찬성을 압도하고 있다.
서울 은평을의 경우 `대운하 전도사`를 자처하는 이재오 의원이 문 대표와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것도 한나라당의 입지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 신북풍, 불똥은 어디로?

북한의 개성공단 남측 인력 추방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촉발된 `북풍`도 최대 이슈로 떠 올랐다.
북한은 이례적인 강경책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비난하고 나섰다.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 등 여야는 일제히 북한을 비판하면서도 이번 사태가 몰고올 이념 구도에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북측의 행동에 대해 총선을 앞둔 `길들이기 전술`이라는 판단이지만 선거 결과에 미칠 영향은 예측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당 관계자는 "보수층이 결집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중도성향 지지층이 돌아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 성향의 보수표 결집에 무게를 두면서도 현 상황이 새 정부의 판단 미스에 기인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이와 관련 "현 정부가 지난해 남북 정상선언 합의 이행을 거부하는 것은 유감"이라며 "경제를 살린다면서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새 정부 주요 인사들의 적절치 못한 발언이 지난 10년간 발전된 남북관계의 기저를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는 얘기다.
정 전 장관과 서울 동작을에서 맞붙는 정몽준 의원은 `신북풍`을 언급하며 긴장감을 조성했다. 그는 "개성공단 일도 걱정되는 일인데 북한이 서해바다에서 서울까지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을 발사했다"며 "북한이 우리 선거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있다면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의 군사논평원은 지난달 말에도 "김태영 합참의장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 북한의 핵공격 대책 관련 답변에 대해 취소·사죄하지 않으면 모든 남북대화가 전면 차단될 것"이라며 "우리식의 선제타격이 일단 개시되면 불바다 정도가 아니라 모든 것이 잿더미로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도 높은 표현을 사용했다.
신북풍이 보수층의 결집을 불러올지, 아니면 진보진영의 새로운 `이슈`를 제공할지 이번 총선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 `무소속 부대` 돌풍

여야 모두 공천 쓰나미로 인한 `무소속` 부대의 선전에 고민이 많다.
유권자들도 무소속 출마를 이번 총선의 가장 큰 변수로 꼽았다. CBS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유권자의 45.1%는 `무소속 출마자의 당선이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초반에만 선전하다 당선되지 못할 것`(31.1%)이라는 의견보다 14% 높게 조사됐다.
특히 친박연대 지지층의 76.1%가 무소속 당선자가 많이 배출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한나라당 지지층 역시 41.7%로 조사됐다.
한나라당은 공천에서 탈락한 뒤 탈당한 박근혜 전 대표쪽 인사들이 대거 `돌풍`을 준비 중이다. 부산 남을의 김무성 후보가 선봉장으로 나선 가운데 유기준 김세연 김명주 후보 등이 부산·경남 지역에서 뛰고 있다.
대구·경북에선 이해봉 김태환 이인기 후보 등이 한나라당 후보들과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암묵적으로 이들을 응원하고 있어 당 지도부의 고민이 적지 않다.
통합민주당도 상황은 여의치 않다. 텃밭이라 할 수 있는 광주, 전남 지역에서 무소속 후보들의 돌풍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광주의 강운태 송병태 한화갑 후보 등이 무소속이지만 민주당 후보들과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전남의 박지원 김홍업 후보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후광을 통한 경쟁력이 만만치 않다. 전북에선 강현욱 전 전북지사(군산)와 이무영 전 경찰청장(전주완산갑) 등이 민주당 후보를 맹추격중이다.
수도권에선 친 민주당 성향인 이상수 신계륜 후보, 한나라당을 탈당한 이규택 이원복 이경재 함승희 후보 등이 선두권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진석 기자 ojster74@naver.com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