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지 그리고 양지> '미친소' 파동, 정육점과 식당을 찾아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논란으로 육류업체들이 난항을 겪고 있다. 정육점에서부터 식당까지 쇠고기 매출액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돼지고기가 갑자기 잘 팔려서 쾌재를 부르느냐? 그것도 아니다. 쇠고기 문제와 조류독감 문제로 원가가 폭등해버렸다. 이렇듯 육류업체는 다면적인 문제점에 직면해 있다. 

어느 정육점 주인은 한우만 다루는 자기 가게마저 피해를 본다고 호소한다.
"왜 언론에서 이렇게 떠들어대서 더 힘들게 하나요. 방송에서 이럴수록 손님이 줄죠. 우리 가게는 국내산 한우만 취급하거든요. 그런데 소비자들은 못믿는거죠. 아직 미국 쇠고기 본격적으로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이미 모든 정육점과 식당에 미국산 쇠고기가 장악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나 봐요. 돼지고기는 괜찮나? 그것도 아니죠. 돼지고기 원가가 많이 올랐어요. 40%나 올랐죠. 그렇다고 1만원 받던걸 1만4000원에 팔면 누가 사가나요. 1만원치 사가면 500원에서 1000원 정도 더 받는 걸로 만족해야죠. 부담스럽지만 더 받지도 못해요. 그런데 이렇게 팔면 본전이나 제대로 건질지…. 본전 찾으면 다행이죠." 



근처 다른 정육점 사정은 다소 여유로왔다. 
"우린 별로 달라진 게 없어요. 쇠고기야 어차피 많이 안먹으니요. 주로 돼지고기 먹잖아요.
늘 오던 단골들이 찾아주니 크게 피해보는 건 없어요. 우리는 또 쇠고기나 돼지고기 들여올 때 농장에 직접 가서 확인하거든요. 손님들이 믿고 먹죠. 대부분 그렇게 장사할겁니다."

원산지를 속여서 파는 가게 주인들의 경우 방송이나 신문에 자신들도 속았다고 하소연하는 일이 많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여기 주인은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을까. 한마디로 `속여 파는 사람들`.

"원산지 다 알죠. 방송 나와서 `우리도 속았다`고 말하는 정육점이나 식당 주인들 죄다 거짓말하는 거죠. 방송에서 `우리도 알고 있었다`고 말하기엔 부끄러우니 그렇게라도 둘러대는 거죠. 모른다는 게 말이 안돼요. 어떻게 들여오는지 다 알거든요. 그거 모르면 장사 못하죠. 우리 경우는 정말 소나 돼지 농장 가서 직접 확인해요. 안심하고 드실 수 있으니 몇 근 사가시죠?"



정육점에서 나와 일반 식당으로 향했다. 소머리국밥집이다. 손님이 가득차 있다. 손님들은 얇게 썬 머리고기를 된장에 찍어 먹기도 한다. 광우병 공포를 무색케하는 대목이다.

"설마 이 집 고기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겠나요. 여기서 몇 년째 먹고 있는데…. 믿고 먹어야죠."

주인도 고기 재료에 대해 자신한다.
"우리 집은 한우 소머리에요. 농장 가서 직접 확인합니다. 몇 년째 같은 곳에서 고기를 들여와요. 장사하는데 아무런 지장 없어요. 매일매일 이렇게 손님들이 붐비지요."    



반면 쇠고기 식당은 울상이다. 텅텅 비었다. 이른 더위 때문인지 벌써부터 부채로 끓어오르는 속을 달래는 쇠고기 가게 주인은 "말도 마라"며 속상해 한다.

"당장 망하게 생겼어요. 지금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없잖아요. 하긴 대책 내놓을 뛰어난 사람들 같았으면 일을 그런 식으로 하지도 않았겠죠. 그 사람들 자신들이 무슨 짓 벌이고 있는지 알긴 할까요. 그냥 이렇게 당하고 있어야 하는지 원. 청문회나 TV 토론회 보면 어이가 없더라고요. 이번에 촛불문화제 가서 사람들한테 욕도 했습니다. `야 x같은 놈들아 너네들이 찍어놓고 여기와서 시위 하냐! 다 너네 때문이야 이 멍청한 것들아` 하고 말이죠. 그리고 청와대 사람들 그냥 확…."



주인은 청와대도 문제지만 그런 정권에 표를 던진 촛불을 든 시민들에 대한 흥분도 감추지 못했다. 촛불문화제에서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볼 정도로 그렇게 욕을 퍼부어도 화가 가시지 않는단다.       

주변 설렁탕 가게들도 파리만 날리고 있다. 소뼈에 대한 공포가 국민들에게 강렬하게 각인됐나보다. 쇠고기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가게 몇몇은 문을 닫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 돼지고기는 어떨까. 돼지고기만 파는 식당을 찾았다. 쇠고기 때문에 매상이 오르겠다는 예측은 말라고 한다. 한참 숯불을 정리하던 식당 주인은 정육점 주인과 마찬가지로 원가 걱정에 여념이 없다.

"언제 쇠고기 먹기나 했나요. 일반 사람들 주로 닭고기나 돼지고기 먹잖아요. 우리같은 서민들이 언제 쇠고기 입에나 댔나요. 그래서 쇠고기 먹던 손님이 돼지고기 먹으러 몰린다? 말이 안되죠. 쇠고기가 잘되건 안되건 돼지고기랑은 연관이 없나봅니다. 다만 요즘 돼지고기 원가가 많이 올라 걱정이에요. 손님들이 줄어든 건 아닌데 돼지고기 원가는 계속 상승중이거든요. 가격을 올려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입니다. 가격 올려버리면 손님들이 안올까봐요. 쇠고기 문제로 괜한 돼지고기 원가만 올려버리는 격이 돼버렸으니 돼지고기 가게들도 고민이 많을 거예요."



알다시피 수입산 쇠고기 문제는 비단 쇠고기 자체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많은 음식들이 쇠고기 추출물에 의존하고 있고 이런 음식들은 대형마트에서부터 동네 구멍가게까지 침투해간다. 특히 가공물인 햄이나 소시지는 수입쇠고기를 갈아서 제조될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마트의 사정은 어떨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쇠고기 문제 때문에 큰 타격을 입은 것 같지는 않다. 햄이나 소시지는 여전히 잘 팔린다고 한다. 조미료나 각종 과자, 라면도 마찬가지다. 아무런 변동없다.



"미국산 30개월 쇠고기만 아니면 된다"라는 인식에서일까. 쇠고기 가게들은 울상인데 쇠고기로 만들어지는 각종 물품들은 큰 논란이 되고 있지 않다. 어차피 입으로 들어가는 건 마찬가지인데 말이다. 하긴 광우병 걸리기 전에 굶어죽진 말아야 하니, 뭘 먹긴 먹어야 하니 어쩌겠는가. 우리 국민은 이미 `선택`이 아닌 강요에 의해 미국산 쇠고기를 마음껏 소화해 내고 있는 지도 모를 일이다. 저항할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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