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지 그리고 양지> 문 연지 한달 반 된 서울풍물시장

시장이 진화했다. 동대문운동장 풍물시장 상인들이 신설동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이전문제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서울풍물시장이 개장, 두 달이 다 되어가는 것이다. 지난 4월 26일 개장한 청계천 8가 서울풍물시장의 한달은 일단 산뜻해 보였다. 평일 오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연령대들의 손님들이 오고 가는 모습이다.



간혹 외국인 관광객들도 눈에 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무엇이 그렇게 신기한지 어린아이처럼 풍물시장의 각종 품목들을 꼼꼼하게 살펴본다. 그도 그럴 것이 풍물시장은 `전통과 현재의 공존`이라는 타이틀을 내걸었다. 한국의 토속적 소비문화가 현대적 건축물 속으로 이전해온 결과에서다. 백화점형 시장이랄까.



상가들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 각 상가별 도입부부터 노랑·파랑·초록 등의 색깔을 입혀 구분해놓은 것도 독특한 점이다. 이를테면 노랑은 주로 옷을, 파랑은 장식품을, 초록은 가전제품을 판다는 설명이다. 물론 아직 개장 초기라 모호한 부분들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이에 서울풍물시장 장용모 총무부장은 색깔별로 분류해놨는데 아직은 미숙한 단계라며 조금씩 조금씩 정정해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미숙한 단계라도 시장은 활기찼다. 가방을 파는 한 상인은 이날 팔 가방을 다 팔아버렸는지 앉아서 담배만 피우고 있다. 팔 가방이 없는 것도 고민인가보다.



"지금까지는 좋아보이네요. 그런데 더 두고봐야 합니다. 6개월 정도는 있어봐야 앞날이 어찌될지 감이 오겠죠. 동대문에 있을 때 매상이랑 풍물시장으로 옮겨와서 매상이랑 지금 비교하기엔 이르지요. 사진은 찍지 마세요. 빚진 게 많아서. 허허…. 그나저나 희망이 엿보이기도 합니다. 서울시에서 검토했었고 외국인이 다녀가야 할 코스로 선정하기도 했어요. 시장측에서는 최근 홍보에 주력을 다하고 있고 아울러 셔틀버스 운행도 준비중입니다."



장 부장도 옆에서 거든다.
"앞으로 개선해야 될 문제는 주차장 문제입니다. 주차장 문제만 해결되면 모든 게 술술 풀릴 것 같네요. 현재 주거지우선권으로 인해 당연히 신설동 주변 주민들에게 주차권이 있지요. 그게 주민들의 불만이라면 불만일 거에요. 다른 건 다 좋습니다. 여기 시장상가 들어서고 주변 땅값도 많이 올랐거든요. 동네 이미지도 좋아졌고요. 여기 시장이 들어서면 동네 이미지 안좋아질 것으로 예상했던 주민들도 흡족해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화려하게 들어설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요. 주말이면 문을 닫던 주변 상가들도 여기 시장덕을 봐요. 유동인구가 불어나서 주말에도 문을 열거든요."

장 부장은 교통문제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가장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주민들로서는 주차장 문제만 해결되면 시장에 대한 민감한 부분들은 해결되는 겁니다. 아울러 교통문제도 해결해야죠. 이곳이 역이랑 버스 정류장이랑 거리고 떨어져 있어서 나이 드신 분들이 오고가기에 불편하거든요. 이런 외적인 문제만 해결된다면 세계적인 명소로 인정받을 날이 올 거에요. 보시다시피 외국인들도 눈에 띄잖아요." 



돌아다니다보니 백화점에서도 볼 수 없었던 명물이 눈에 띄었다. 한국 최초(?)의 손으로 직접 만든 수제초다.

"이거 사진 찍어서 광고 좀 해주세요. 드라마나 영화에 소품으로 사용되면 좋지 않겠어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작품이라고 보는데…. 우리나라 아니 세계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초 일거에요. 앞으로 이초 만드는 것 전념해서 체인점도 낼 생각이랍니다. 기자분한테는 공짜로 하나 드릴테니 기사 나오면 홍보효과 좀 기대해 봅시다."

기자에겐 딱히 필요 없는 물품이나 양초치곤 특이하게 보여 선뜻 손이 갔다.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을 것 같았다. 하지만 시장에 선보인지 얼마 되지 않아 주목받지는 못했다. 방송이라도 타면 소품담당하는 스탭들의 눈에 띌 수도 있겠다는 평가만 내려본다.



음식상가들이 추구하는 컨셉도 만만치 않다. 현대식 백화점에서는 이미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그래도 시장의 진화하는 과정에서 이런 형식과 접목했다는 부분은 꽤 고무적이다. 서구적 카페구조와 우리 음식문화의 접목. 맥도날드에서 순대국밥을 먹는 기분이랄까.



노천카페도 마찬가지다. 생맥주 생각이 나다가도 막걸리가 오가는 모습을 보면 막걸리도 어울려 보인다. 막걸리가 놓인 테이블 머리 위 2층에는 위엄에 찬 신식 구조물의 지붕이 엄습해 있다. 평생 시장에서 장사만 한 상인들에게는 미래적인 광경이 아닐 수 없다. 바쁘게 장사를 하다가 어느덧 뒤돌아보면 상인들 스스로도 끔뻑끔뻑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으메. 장사하다가 틈만 나면 가끔씩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이런 건물에서 장사를 할 수있다는 게 신기롭기만 하네요."



그러나 한가지 우려스러운 부분도 없지는 않다. 바로 자본의 속성이다. 이제 막 꽃피운 이 곳이기에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지만, 시장이 이렇게 커지면 상인들의 마음도 동하기 마련. 현대식 백화점의 `시장논리`를 뒤쫓다가 혹여나 정이 넘치던 동대문 시장의 방향성과는 동떨어진 모습으로 변모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다. 서민들이 시장을 찾는 이유가 가격을 떠나 일단 마음의 부담을 덜어내는 것인데, 발전한답시고 현대식 백화점의 논리로 상인과 소비자의 관계로 전락(?)하는 우는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이제 이들은 노점의 상인들이 아니다. 세를 놓고 장사를 하기 위해 서울풍물시장 사무실을 찾는 미래의 상인들도 눈에 띈다. 시장이 거대해지고 신식 건물로 치장했을지라도 서민들과 같은 서민인 상인들간에 알게 모르게 흐르는 `정`만은 여전하기를 기원하는 바다. 그 부분, 없는 자들이 누릴 수 있는 위안이라면 위안이랄까. 그 정이라함이 꼭 가격을 깎는 둥의 자본논리는 아니다. 발을 들여놓으면 푸근해지는 우리 고유의 정서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그런 정서를 느껴보고 싶은 `논리적인` 외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아닐까. 어쩌면 `강남`에서는 잊혀진, 소중한 우리 유산이 아닐까. 그러나 저러나 서울풍물시장의 미래는 밝은 것 같다. 청계천 하류를 밝혀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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