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넘긴 2MB 외교전략

지난 3일 취임 100일을 맞이한 이명박 대통령이 `잃어버린 100일`, `실패한 100일` 등의 거센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에서 쇠고기 수입 문제로 연일 비판대에 오른 것과 마찬가지로 한반도 문제와 국제 정세 파악에 있어서도 날센 비판에 시달리는 등 외교안보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문제 역시 정책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쇠고기 문제와 별반 차이 없는 헛점투성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치권에서도 여야 불문하고 동일하게 인식되고 있다. 다만 외교안보 문제는 `먹거리`라는 민감한 사안이 아니기에 지금까지 비교적 잠잠했던 게 사실이다.
100일을 넘긴 이 시점에서 청와대는 어떤 사안에 대해서도 자축할 수 없었던 눈치다. 이런 동향은 그동안 북한, 미국, 중국, 일본 등과의 외교정책에 있어서도 국익과 관련해 딱히 내세울 게 없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공외교의 혹독한 결과

`강부자`, `고소영`으로 대변되는 인사정책, 여론 무시, 고유가 및 경제 불안, 한반도 대운하 등 안그래도 문제가 많았던 이 대통령은 결정적으로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개방이라는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넉다운` 됐다.
정부는 한미간 `21세기 전략적 동맹관계` 구축이라는 성과가 있다고 강변하지만, 국민들은 그에 대한 대가가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이냐며 반발하는 추세다. 쇠고기 수입개방이 이 대통령 방미기간 중 급작스럽게 처리되면서 캠프 데이비드 숙박비 차원에서 미국에 `조공`을 바친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난도 나온다. 게다가 PSI, MD 가입설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비록 낮은 단계에서 진행중이라고 하나 남북 충돌, 남측내 국민저항을 급격히 고조시키는 미국숭배 정책의 전개과정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과 정부가 한·미 정상회담 이전부터 `잃어버린 10년`을 되돌리고 한미관계를 `복원`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필요 이상의 양보를 했다고 지적한다. 정치권과 보수 언론의 비판도 만만치 않다. `실패한 100일`이라는 혹평은 야당을 비롯한 비판세력 뿐 아니라 박근혜 전 대표와의 치열한 당내 경선 때부터 `이명박 후보`의 든든한 우군이었던 보수언론에 이르기까지 공통된 평가다.
이는 급기야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에 대한 평가로 이어졌다. 중앙일보가 지난달 30, 3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매우 잘했다`고 답한 이는 불과 0.9%밖에 되지 않는다. 18.8%의 `잘한 편이었다`고 답한 이들까지 포함해도 20%가 안된다. 여타 여론조사에서도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10% 중반대에 머물고 있다.

실용성 없는 방문 외교의 한계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일본,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각국과의 관계를 격상시키고 신뢰를 증진시킨 것은 적지 않은 성과라 본다. 미·일·중과의 정상외교를 통해 각각 `21세기 전략적 동맹`, `성숙한 동반자 관계의 신시대 개척`,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관계를 격상시키기로 했다는 점에서다.
전문가들은 특히 남북분단과 북·중 관계의 특수성 속에서 한·중 관계를 `전면적` 관계에서 `전략적` 관계로 격상시킨 것은 높이 평가할만한 대목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한·일 관계는 일본의 교과서 해설서 `독도는 일본 영토` 명기 검토, 한·중 관계는 중국의 `외교 결례` 등으로 빛이 바래고 말았다.
특히 일본과의 관계에서는 한·미 정상회담에서와 같이 한·일 관계에서도 "크게 사고 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목이라는 거침없는 비판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국방연구원 김진무 연구위원은 "일본은 내부적인 문제에 취약하다"며 "그건 일본 정부가 우익에 기대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제기했다. 외교정책에 있어 어느 나라건 결국 좌우를 떠나 국내정서와 직결해서 정책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는 현실에서다.
아울러 한·미 동맹을 강조하면서 중국으로부터 쓸데없는 오해를 샀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중이던 지난달 27일에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한·미 군사동맹은 지나간 역사의 산물"이라고 말해 `외교 결례` 논란을 낳았다. 일각에서는 미국, 일본에 극단적으로 매몰되어 있는 이명박 정부의 기형적 정치성향이 한·중 관계에서도 가장 큰 골칫거리임이 드러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선행해서 풀든가 또는 계속 환기시키는 가운데 한·중 협력점을 찾아야 하는 대상으로 부각됐다는 비아냥이 시시때때로 이는 이유다.
결국 `명분`은 얻었을지 모르지만 `실리`에서는 잃은 것도 적지 않았던 전혀 `실용`적이지 못한 외교였던 셈이다. 이와 관련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배성인 교수는 "이 대통령은 CEO로서의 경험을 강조하면서 정치적, 외교적 국제관계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배 교수는 이어 "쇠고기 문제가 심각해지자 `추가협상`이라는 표현을 통해 사실상 `재협상`을 추진하는 듯한데 미국과 또 다른 마찰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서 "이명박식 `실용주의`가 과연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틀었다.

통일은 없나?

이 대통령은 100일전 취임사를 통해 "남북관계는 이제까지보다 더 생산적으로 발전해야 한다"면서 "이념의 잣대가 아니라 실용의 잣대로 풀어가겠다"며 남북관계에서도 `실용주의`를 전면에 내세우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3월 27일 개성의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에서 남측 인원이 철수된 이래 남북대화는 단절됐고 남측 당국자의 방북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중이던 지난 4월 17일 남북의 지속적인 대화를 위해 서울과 평양에 연락사무소와 같은 상설대화기구를 설치하자고 제안했지만 북한으로부터는 `알짜 무식쟁이`, `정치몽유병자`라는 비난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은 이후에도 이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비난을 지속하면서 `제2의 6.25`, `제3의 서해교전` 등을 운운하고 있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 경색국면은 좀처럼 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결국 민간차원의 교류협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청와대는 북한이 긍정적 태도로 나올 경우 최대한 도와주고 지원할 용의가 있다며 향후 북한도 진정성을 이해해주고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 대통령의 취임 100일을 이틀 앞둔 1일에도 대남기구인 조국통일연구원을 통해 "지난 100일은 북남관계를 파탄으로 몰아넣은 죄악의 100일이며 우리 민족의 머리 위에 대결과 전쟁의 검은 구름을 몰아온 범죄의 100일"이라는 강도 높은  비난을 일삼았다.
조국통일연구원은 특히 "실용주의를 통치구호로 내들면서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난도질 했다"면서 "10여년 전 아랫급에서 이뤄진 합의서만 내세우는 것은 선언들을 백지화해보려는 고약한 심보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며 남북기본합의서에 중점을 두는 이 대통령을 비난했다.
물론 북한의 주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지만, `잃어버린 10년`과 ABR정책(노무현 정책에 반대) 에 얽매여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했던 이 대통령이 자초한 면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최근 서해안이 불안한 원인도 이같은 이유와 궤를 함께 한다.

줘도 안먹는다?

대북 식량지원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옥수수를 받지 않고 있는 실정.
정부는 원칙적으로는 대북 식량지원을 해야한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의 요청, 심각한 식량난, 재해 등을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현실적인 지원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북핵문제와 북미관계가 진전되고 미국마저 대북 식량지원 의사를 밝히면서 `통미봉남`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동국대 사회학과 강정구 교수는 "이 대통령이 실용주의, 상호주의, 한미공조라는 대북정책은 있지만 평화통일 정책은 없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이어 "그러나 북핵문제가 상당히 진전되고 북미관계가 개선되면 어쩔 수 없이 뒤쫓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실용적이지도 못하다"고 꼬집었다. `비핵개방3000`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단순히 핵문제, 인권문제 수준에서 제기된 것이 아니라 이명박의 대북적대체질, 집요한 흡수통일노선에서 비롯된 것임을 열심히 드러내 온 100일이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쇠고기 파동과 같이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문제에 있어서도 어지러운 시국이다. 이 시국을 어떻게 풀어나갈수 있을까. 청와대가 `정치판`와 `공사판`의 차이를 깨닫는 것에서 이 급박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성공회대 김수행 석좌교수는 "여론 수렴 과정 없이 먼저 도장 찍어 놓고 삽질하라고 전달하는 식의 `공사판 정치` 성향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이 난국을 헤쳐가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미국이 전쟁경제를 통해 군산 복합체를 먹여 살리며 남북한 군사 경제 등 한반도와 관계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며 "이명박 정부는 국제정세와 한미동맹의 상관관계를 유념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앞으로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전하고 있지만 세간에서는 대통령 취임 100일 전과 다를게 없다고 얘기한다. 100일 전보다 더욱더 험난한 길을 갈 것으로 보이는 이명박 정부의 귀추가 주목된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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