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논란 이어 美 쇠고기 위장 판매까지


지난 2006년 까르푸를 인수한 이랜드 그룹의 대형마트 홈에버가 비정규직 논란에 이어, 이번에는 미국산 쇠고기를 호주산 쇠고기로 둔갑해 판매해 오다 당국에 적발돼 큰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홈에버의 `미국산 쇠고기 위장 판매` 사건에 소비자의 분노가 극에 달해 있지만 정작 적발된 해당 기업들은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는 모습을 보여 기업 윤리의식 실종을 탓하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호주산으로 속여 시세차익 올려

홈에버 입점업체 `새아침`은 지난  홈에버 구월점 매장에서 150kg의 미국산 쇠고기를 호주산 쇠고기와 섞어 양념한 뒤 호주산 쇠고기라고 팔면서 차익을 거둬오다가 시민 제보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적발됐다
그러나 `새아침`이 지난해말 구입한 미국산 쇠고기가 무려 3200kg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번 둔갑 판매는 빙산에 일각이라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이 회사는 11월5일 미국산 쇠고기(살치살) 3200㎏을 매입, 이중 2100㎏을 수도권지역 12곳의 홈에버 매장에 입점한 지점에 납품했다.
인천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는 "문제의 새아침이 입점해 있는 수도권지역 홈에버 매장 12곳에 대해 모두 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가 호주산으로 둔갑해 수도권에 대량 유통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이 회사가 미국산 쇠고기를 구입한 시점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금지된 시기였다. 여서 호주산으로 둔갑해 팔렸을 가능성이 높다.
인천농관원은 12곳의 매장에서 미국산 쇠고기로 판매했는지 아니면 호주산이나 국내산 등 원산지를 속여 판매했는지에 대해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위장판매 뒤 책임회피에만 몰두 빈축

이에 대해 홈에버는 자기 브랜드의 매장에서 이같은 위장판매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엉뚱하게 임대 판매업체인 `새아침`에 잘못을 돌리며 책임 회피에만 몰두해 빈축을 사고 있다.
홈에버측은 "새아침이 임의로 자체 보유하고 있던 미국산 정육을 (우리측에) 통보없이 야간에 판매한 것"이라고 해명했던 것.
가뜩이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과 관련해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버젓이 호주산으로 둔갑해 판매되자 소비자들은 "우려했던 바가 현실로 나타났다"며 충격에 빠졌다.
최근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안전성 문제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진 가운데 불거진 이번 사건으로 소비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소규모 영세유통업체도 아닌 대형할인마트에서 발생한 사건이라 그 충격은 더 컸다.
그럼에도 홈에버는 지난 17일 발표한 해명자료에서 위장판매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대국민 사과는 하지 않았다. 오히려 협력업체에 잘못의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였다.
더욱이 이번 사건의 경우, 현행법상 대형마트는 각 매장에 1명 이상의 위생사를 채용해야 하고, 육류의 위상상태와 납품업체의 원산지 표기 상태 등을 점검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홈에버 내부 규정에 따르면, 협력업체는 원산지가 바뀐 제품을 판매할 경우 홈에버측에 통보하고 바뀐 바코드 라벨을 받아 제품에 붙여 판매토록 되어 있다.
사실상 협력업체가 홈에버측이 모르게 기존 바코드 라벨을 붙여 판매할 경우 육안으로 구분이 어려워 사실상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소비자와 국민을 무시하는 `홈에버의 배짱`에는 지난 5월 홈에버를 인수한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의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입장이 반영되어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홈플러스는 "(홈에버 인수에 따른)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받고 있어 아직 홈에버의 경영에 개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며 이번 사안에 대해 간섭할 수도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홈에버는 이랜드가 홈에버(옛 까르푸)를 인수하면서 주인이 바뀌었고, 2년만에 또다시 홈플러스에 넘어가면서 `주인 의식`이 실종된 지 오래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홈에버의 무책임 경영과 홈플러스의 나몰라라식 태도가 미국산 쇠고기 위장판매 사태를 악화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분노한 소비자들 불매운동 나서

이에 분노한 소비자들은 현재 홈에버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9일 인천소비자단체협의회(대표 이창운)에 따르면, 인천 구월점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호주산으로 속여팔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적발된 홈에버에 대한 불매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인천YMCA, 인천YWCA, 인천소비자연맹, 인천녹색소비자연대, 인천주부교실 등 5개 단체로 구성된 인천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 18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본격적인 불매운동 방식을 놓고 검토에 들어갔다.
협의회측은 "인천 홈에버 구월점의 미국산쇠고기 위장판매는 상인으로서 최소한의 윤리까지도 상실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들은 "홈에버는 전국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로 시끄러운 이 때에 미국산을 호주산으로 둔갑시켜 파는 몰염치한 행태를 보이는 등 비윤리적 사기행위를 해 더 이상 용서할 수 없다"며 "홈에버에 대한 불매운동에 돌입한다"라고 선언했다.
인천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홈에버가 올해 들어 불법 주류 유통으로 세금을 포탈하고 속칭 `카드깡`까지 조직적으로 개입해 오다 적발된 업체"라며 "특히 홈에버 인천 계양점은 편법으로 주류도매 행위를 하는 등 인천지역 소비자를 너무 우습게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소속 단체들과 실효성 있는 불매운동을 위해 방식과 내용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빠른 시일내에 직접적인 실력행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기업윤리 의식을 저버린 얄팍한 상혼으로 국민의 먹거리를 위험에 빠트린 홈에버와 홈플러스가 지금이라도 대국민 사과를 하고, 새롭게 출발하려는 사업 방침에 걸맞는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주는 게 사태 수습을 위한 최상의 해법이라고 제시하는 목소리가 많다.

엉터리 이벤트로 소비자 현혹도

한편 홈에버가 엉터리 이벤트로 소비자를 현혹하고 무책임한 대응한 사건도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시 중랑구의 심모씨는 지난 14일 홈에버에서 물품구매 후 집으로 돌아와 광고지를 살펴보다 `멤버쉽 회원 중 10만원 이상 구매고객에게 무료 사진 촬영권 증정`이란 행사 내용을 확인했다.
마침 가족사진이 찍고 싶었던 터라 전화로 문의해 "10만원 이상(복수구매 불가)의 물품 구매 후 영수증을 지참하여 고객만족센터로 방문하면 된다"는 내용을 한 번 더 확인했다. 이미 10만원 가량을 구매했지만 촬영권을 받고자 지난 17일 다시 홈에버를 방문했다.
매장내 고객센터에서 행사내용을 재확인 후 10만원이 넘는 제품을 구매해 계산대를 나오는데 홍보물 거치대에 놓여진 `무료 사진 촬영권`이 보였다.
무상 티켓을 집어들고 "무상 배부 티켓과 이벤트용 티켓의 차이가 뭐냐?"고 묻자 직원은 담담하게 "같은 거"라고 대답했다.
결국 심씨는 구매 영수증 없이도 무상 지급되는 `공짜티켓`을 받기 위해 몇 차례씩 확인해 가며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을 추가 구매한 셈이었다.
화가 난 심씨가 "구매금액 기준한 이벤트성 선물이라고 하더니 이게 뭐냐?"고 따져 묻자 업체 측은 "계산대에서 해당 소비자에게 나누어 주고 퇴근할 때 미처 수거하지 않은 것"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변명으로 둘러댔다.
심씨는 "기막힌 속임수로 소비자를 우롱하고 구차한 변명을 하며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촬영권 받자고 구매한 쇠고기는 또 미국산을 호주산으로 속여 팔았다고 보도되고… 참 기막힌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홈에버 측 관계자는 "행사 후 분량이 남아 필요한 분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비치해 둔 것으로 확인됐다. 소비자에게 사과드리고 앞으로 시정조치 하겠다"고 답했다. 김범석 기자 kimb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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