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때 얘기하지, 왜 이제와서 카드를 주는 거야?"
"탈때 얘기하지, 왜 이제와서 카드를 주는 거야?"
  • 승인 2008.07.02 13: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음지 그리고 양지> 택시비 카드결제의 두얼굴

서울시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택시요금 카드결제 활성화 방안`이 시행중이다. 카드 결제기 고장 등으로 택시 운수종사자가 요금을 징수하지 못하는 경우 카드결제시스템 책임기관인 KSCC가 승객 대신 택시회사나 개인택시 사업자에게 택시요금을 지급하는 `택시요금 대불제`도 6월부터 시행중이다. 그러나 택시 카드 결제 단말기 때문에 시민과 운전자 양자 다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실정이다. 장점보다는 단점이 부각되고 있는 현실이다.



한 시민의 얘기다.
"택시 타고 교통카드 내면 기사님들이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 택시에는 온통 카드 사용하면 할인된다고 사용권장 하는 것처럼 써있어서 카드 냈더니 안 좋아하는 눈치더라고요. 지금은 아예 교통카드 낸다고 미리 말하고 타고요. 또 기사님 인상 봐가면서 카드 써도 좋을지 고민해야 돼요. 잔돈 거스르기 귀찮아서 교통카드 내는 게 전 좋은데 왜 그럴까요? 그래서 요즘은 눈치 보기 싫어서 그냥 돈으로 내고 있어요. 처음부터 교통카드 권장을 하지 말던지…."



이를 확인하기 위해 기자는 카드 단말기가 부착된 택시를 잡아 타봤다. 요금이 2500원 가량 나왔는데 카드를 들이밀자 운전사가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아니 처음 탈 때부터 얘기를 하지. 왜 이제 와서 카드를 주는 거요?"

운전사는 현금이 정말 없느냐며 보채기 시작했다. 기자가 동전을 세며 부족할 것 같다고 말하자 카드 단말기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운전사에 따르면 결제시스템을 조작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걸린다고 한다.



단말기는 계속 오류신호를 보냈다. 운전사는 짜증을 내며 있는 돈이라도 달라고 한다. 하는 수 없이 기자는 2000원 정도 지불하고 택시에서 내렸다. 이후 도로에서 대기중인 택시의 운전사에게 다가가 이러한 상황에 대해 구체적인 얘기를 들어봤다.     

"택시요금 결제는 교통카드는 물론 일반 신용카드로도 가능합니다. 결제기가 고장나면 서울 4대 권역에 서비스 센터를 둬서 24시간 항상 출동할 수 있도록 했어요. 또 고의로 카드결제를 거부할 경우 택시회사는 60만원, 개인택시 사업자에게는 과징금 30만원이 부과됩니다."

대략적인 상황이다. 그런데 카드결제를 싫어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었다.
"서울 시내 택시 가운데 카드로 요금을 받을 수 있도록 카드 단말기를 부착한 차량은 36%가 넘습니다. 석 대 중 한 대 꼴입니다. 하지만 실제 카드로 결제되는 요금은 전체의 8%에 불과합니다. 택시업체나 택시기사가 수수료 등으로 인해 카드 결제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택시업계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5000원 미만의 소액요금에 대해선 카드 수수료를 지난달부터 전액 면제해 주기도 했는데 아직 시행하지는 않고 있어요. 말뿐이죠. 그러니 특히 개인택시 운전사들은 카드결제를 싫어하죠."



또 다른 운전사의 불만이다.
"카드 결제하면 내릴 때 시간을 많이 잡아먹거든요. 한국 사람들이 어때요? `빨리빨리` 좋아하잖아요. 뭐든 급하죠. 택시 타려고 기다리는데 기존 손님이 카드 결제한다고 늦장부리면 뒤에 있는 택시 타버려요. 그러면 결제한 손님이야 상관없지만 다음 손님 받아야할 택시운전사 쪽에선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죠. 그런 적이 어디 한 두 번인 줄 아세요. 결제하다보면 늘 그래요."
그는 단말기 때문에 짜증스러운 일도 한 두 번이 아니라고 얘기한다. 

"한 번은 아침부터 콜택시 부르길래 저 산중턱에 있는 아파트까지 차를 끌고 올라갔어요. 그런데 택시요금이 3000원 나올 거리더군요. 한참 장거리 손님 많을 아침 출근시간이었는데 `아, 재수가 없구나` 싶었죠.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손님이 뒤통수를 한 대 더 치더이다. 카드를 주더군요. 얼마나 혈압이 오르던지…."
얌체 손님들도 많다.



"카드 회사서 카드 단말기 고장나면 손님은 돈을 안내도 된다고 법제화했죠. 단말기에서 오류가 뜨면 무엇 때문에 오류가 떴는지 다 나오거든요. 카드에 문제가 있는지 카드 단말기에 문제가 있는지 말이죠. 그런데 가끔 손님 카드에 문제가 생겨 결제가 안되는 경우도 있어요.
만약 카드 단말기에 문제가 있고 손님이 현금이 없다고 우기면 그냥 보내드려도 돼요. 그 오류가 카드 단말기 오류라는 게 확인되고 카드회사에 전송되면 그 요금 택시운전사 쪽으로 고스란히 돌아오거든요. 그런데 손님 카드에 문제가 있으면 우리가 물려야죠. 이를 모르고 악용하는 손님들이 종종 있어요. 일부러 고장난 카드 주고 공짜로 택시 탈 요량인 거죠. `손님 카드에 문제가 있습니다` 하고 얘기해도 막무가내에요. 처음부터 작정하고 탄거죠. 그것도 몇만원씩 나오는 장거리 손님인데 말이죠."

대부분 손님은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반면 반신반의하는 손님들도 있단다.
"`손님, 손님카드에 문제가 있습니다` 하고 오류 뜬 내용을 공개하죠. 그럼 별 수 있겠나요. 현금내야죠. 현금도 있으면서 또 그렇게 고집스럽게 우기다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내립니다."

택시운전사들이야 밥줄이 걸린 일이라 오류가 뜬다 싶으면 안전한 길을 택해 되도록 현금으로 운임료를 받는다. 그렇다면 과연 택시운전사 대부분은 카드 단말기에 익숙하다고 볼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카드 단말기에 익숙치 않는 오류에 민감한 택시운전사의 무지 때문에 피해를 본 손님도 있다. 

카드 단말기 때문에 피해를 봤다는 어느 손님의 얘기다.
"웬만하면 돈으로 내려고 합니다. 무서워서 못찍겠어요. 저번에 택시를 탔는데 한번 사용해보고 싶어서 지하철 출입구에서 카드 찍듯 단말기에 갖다대고 찍어봤어요. 순간 계산이 되는 것처럼 나오더니 `에러`신호가 뜨더라고요. 제 기억으로 카드에 분명 2만원 가량 들어있었는데 단말기의 숫자가 1만5000원 대로 떨어졌거든요. 그런데 택시운전사도 오류 떴다면서 몇 번이고 다시 찍어보라고 하더라고요. 택시운전사한테 `이거 계산된거 아니냐?`, `방금 단말기에 현금액수가 요금 나온만큼 떨어졌다`고 얘기했는데 `그럴리 없다`며 능글맞게 웃으시더라고요. 계속 오류 뜨길래 결국 현금을 지불하고 내렸어요. 다음날 지하철 타는데 교통카드에는 어제 낸 택시요금만큼 그 액수가 줄었더라고요."    

택시운전사나 손님이나 하나같이 불평 투성이다. `카드 세상`이라고 하는데 이렇듯 시민들에겐 아직까지 카드 단말기가 익숙치 않다. 이왕 시행할거면 많은 실험을 통해 문제 제기된 부분들에 대한 보완을 마련해놓고 시행했어야 했다는 게 택시운전사나 카드 단말기 택시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공통된 불만이다.
"답답해요. 버스나 지하철처럼 바로 결제됐으면 좋겠어요." 이 역시 공통된 바램이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 뉴텍미디어 그룹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 다 07108 (등록일자 : 2005년 5월 6일)
  • 인터넷 : 서울, 아 52650 (등록일·발행일 : 2019-10-14)
  • 발행인 겸 편집인 : 김영필
  • 편집국장 : 선초롱
  • 발행소 :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목로 72(신정동)
  • 전화 : 02-2232-1114
  • 팩스 : 02-2234-8114
  • 전무이사 : 황석용
  • 고문변호사 : 윤서용(법무법인 이안 대표변호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리
  • 위클리서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05 위클리서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aster@weeklyseoul.net
저작권안심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