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YTN노조 박경석 위원장

YTN 사장에 구본홍 이명박 대통령 전 선거캠프 특보가 임명돼 파문이 커지고 있다. 구본홍 특보의 사장 취임만은 막아야한다는 게 YTN 기자들과 촛불을 든 시민들의 바람이었다. 지난 17일 구본홍 사장 취임여부를 결정하는 주주총회에서 YTN 노조는 이날 `날치기` 취임안을 막기 위해 본사 주주총회실로 진입을 시도했지만 용역업체 직원들의 물리력에 끝내 저지당했다.
그러나 이날 눈물을 흘리던 YTN 노조 박경석 위원장은 "투쟁은 지금부터"라며 사장 임명안을 무력화시키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박경석 YTN노조위원장

MB, YTN도 `찌라시` 방송 만들려나?

YTN 노조가 구본홍 사장의 취임을 거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향후 언론의 공정성에 위배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이명박 정부는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선거캠프 최시중 자문위원을 임명해 비판을 면치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 YTN 사장에 구본홍 특보를 임명한 것은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청와대 나팔수 페이퍼에 이제 방송이라는 날개를 달겠다는 심보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는 정부 여당의 KBS 정연주 사장 퇴임압박과도 궤를 함께 한다. 전문가들이 정 사장 퇴임후 청와대 최측근중 하나가 KBS 사장 자리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박경석 위원장은 <위클리서울>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YTN도 대선 승리의 전리품으로 전락했다"며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에 대한 야욕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언론에 대한 현 정권의 태도는 지극히 정치적인 논리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정권의 언론 특보는 공정성이 생명인 YTN의 사장이 될 수 없다"고 얘기했다.
구본홍 사장의 취임을 인품이나 능력으로 보아야지 `낙하산 인사`로 보면 안된다는 여당의 입장에 대해 박 위원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헛소리"라며 "구본홍 씨는 말 그대로 정치권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 캠프 특보 출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 14일 YTN 집회에 참석한 민주당 최문순 의원도 "구본홍 사장 문제는 진보,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구본홍 씨의 인격문제가 아니고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 그 자체이기 때문에 양보하거나 타협할 수 없는 문제다"며 "무릎 꿇을 수는 있어도 물러날 수는 없다"고 지지한 바 있다.
YTN조합원들은 구본홍 사장 내정자를 반대하며 지금까지 한 달 넘게 YTN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또한 청와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도 이어갔다. 시민들도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을 우려하며 YTN 앞에 모여 함께 촛불을 밝히고 있는 실정이다.

YTN, 조작방송으로 전락하나

한편 YTN 노조 조합원 100여명은 18일 오전 6시 30분부터 서울 남대문로 YTN 사옥 정·후문 앞에서 연좌농성을 하며 온몸으로 구 사장의 출근을 저지하고 있다. 노조는 구본홍 사장이 출근을 하지 않자 사장실 앞을 점거하고 출입문을 못질해 봉쇄했다. 이날 정오까지 구본홍 사장은 출근하지 않았다.
박경석 위원장은 "구 사장이 출근하더라도 사장실엔 들어오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출근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 법정투쟁도 불사할 것"이라며 "구 사장의 퇴진안을 두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전했다.
박 위원장은 전날 주주총회를 주도한 경영기획실을 항의차 방문하고 진상옥 실장을 향해 "용역 직원을 동원해 후배들을 유린하고 날치기 주총을 이끈 경영기획실장은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보도국장실도 항의 방문, "간부들을 대동하고 주총장에 나타난 것도 모자라 공정방송을 왜곡하고 후배들의 수모를 묵인한 홍상표 보도국장 역시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홍 국장은 직접 나서 "간부로서 주어진 역할을 해야 할 책무가 있다. 노조의 충정을 이해한다"며 "인사권자가 오면 바로 사퇴를 표명하겠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며 약속을 지키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노조는 "마지막으로 기자로서 양심과 자존심을 지켜달라"며 즉각 사퇴를 종용하기도 했다.
노조는 홍 국장에게 "구 사장이 선임된 17일 관련 기사를 처리한 `스크롤` 에 사측 입장만 반영됐으며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했다는 보도가 왜곡, 편파적이었다"며 "보도의 공정성이 벌써부터 크게 침해받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경석 위원장은 "우리의 결의를 담아 사장실을 못질하고 봉쇄했다. 힘으로 이 문을 열 수 있어도 우리의 결의까지 뽑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조합원들은 YTN의 자존과 공정방송을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YTN 노조의 향방에 귀추가 주목된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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