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위 넘어선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 기도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 시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언론의 공정성`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전두환 정권의 `땡전 뉴스` 시대로 역행하려는 듯한 현 정부의 움직임에 세간의 우려는 크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일부 언론들이 가뜩이나 "오랜 세월 정부의 편에 서서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았고 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식의 비판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YTN 구본홍 사장 취임안에 연이어 KBS 정연주 사장 퇴임안으로 대표되는 정부의 언론사 개입안은 그 수위가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기도와 관련 통합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나 현 정권은 마치 점령군처럼 행세하고 있다"며 최근 일련의 사태들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했다. 정 대표는 "이명박 정권이 무엇이 부족해서 언론을 장악하려 하는가"라고 의문을 표하며 "결국 실정을 감추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 때문"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한국 언론의 어제와 오늘

한국 언론의 역사는 일제시대부터 기초가 다져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몇몇 대형 언론사 초대 사주들은 친일 인사였고, 민족 언론인들은 폐간되거나 쫓겨났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해방후 이승만 정권에서 이에 대한 잘못을 바로 잡지 않고 고착화해 친일 언론사 사주들이 대부분 현재의 수구 언론을 장악하게 되었고 동아투위 사태와 같이 유신 및 전두환 정권 시절 양심적인 기자들이 모두 해직되는 일도 발생했다.
수구 언론의 친재벌 정책도 간과할 수 없다. 과거 언론사의 열악한 재정에서 비롯된 재벌 등 기득권자를 위한 일관된 논조가 지금은 완전히 고착화 됐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은 전세계 공통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한국 언론의 경우 그 수위가 훨씬 높다고 지적한다.
이렇듯 정치권과 기득권 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왔던 수구언론들은 이제 정치권과 기득권 층의 지원을 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성장했다. 오히려 그 역전 현상이 일어나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대형 언론들은 정치권과 재벌세력들을 들었다놨다 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쥐게 됐다는 평가다. 하물며 이들 언론사들은 과거 10년 자신들에게 눈엣가시와 같았던 두 대통령과 `맞짱`을 뜰 정도였고 국정원조차 고개를 숙이고 들어갈 정도라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리영희 교수(한양대 명예교수)는 4.19 당시 조선일보의 행태를 폭로·비판한 바 있다. 당시 리 교수는 "마산 앞 바다에서 김주열 열사의 시신이 떠오르기 전까지 조선일보는 이승만 편에 섰었으나 얼굴에 최루탄 맞은 김주열의 사진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돌변했다"며 "김주열의 시신에 온 국민이 분노하자 조선일보는 눈치껏 이승만 하야에 앞장 선 것"이라고 얘기해 충격을 주었다. 리 교수는 "만약 조선일보가 이승만을 끝까지 호위했더라면 생존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리영희 교수가 지적한 수구언론의 이러한 행태는 촛불집회에서도 드러났다. 과거와 차이가 있다면 국민들의 인식수준이 높아져 수구언론들의 레퍼토리에 그대로 속아 넘어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근까지 촛불집회를 왜곡하고 이명박 정부의 가정교사를 자처했다는 조롱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행보는 거침이 없어 보인다.
정부는 이런 가운데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앞세워 KBS, YTN 사장 취·임명안에 개입,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행태를 일삼고 있다는 비난에 휩싸였다.

지금 이대로라면… 

"KBS는 현 정부의 국정철학을 담아야 한다"는 청와대 박재완 정무수석의 발언도 끝없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성공회대 사회과학정책대학원 김민웅 교수는 "공영방송을 권력의 선전도구, 프로파간다의 확성기로 전락시킬 의도를 밝혔던 것"이라며 "이러한 사태가 벌어지면 단지 공영방송의 위기로 그치지 않는다. 민주주의 자체의 위기가 된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정권의 도구가 되어버리는 방송으로서는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며 "민주주의는 침묵 당하고 만다"고 우려했다.
또한 "공영방송의 운명이 실로 지극히 위험한 기로에 서 있다"며 "YTN에 이어 KBS가 그 다음 차례로 `권력의 전리품`으로 겨누어 지고 있는 찰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기가 보장된 대통령에 대한 퇴진 주장이 외쳐진 촛불집회는 불순한 것이라고 내세우던 집권세력이, KBS 사장의 임기는 도대체가 눈에 보이지 않는 모양"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김 교수는 "이런 식으로 가면, 이명박 정권의 국정철학을 담는 KBS는 지금 내세우고 있는 것처럼 `국민의 방송`이 아니라 `민주주의 싫어요 방송`이 되고 `생방송 시사 투나잇`은 너절해진 `시사저널`이 되고, `미디어 포커스`는 `미디어 블라인드` 가 된다"며 아울러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기도는 신자유주의체제의 동요와 모순을 극복하려는 21세기 한국형 파시즘 구축을 겨냥한다"고 비꼬았다. 
김 교수는 흔히 신자유주의 체제는 시장·자본이 그 사회를 압도하고 정부의 정치적 역할은 축소된다고 여기지만, 실상은 정부권력이 보다 노골적으로 자본의 지배기구가 되는 것을 뜻한다고 얘기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프렌들리한 친구들`을 위한 잔치에 필요한 자본의 주도권에 반기를 드는 일체의 개인과 세력은, 이러한 권력의 탄압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즉, 방송은 그 탄압을 은폐하거나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된다는 얘기다.
전북대 언론정보학과 강준만 교수도 "이명박 정부의 시장편향적 언론정책이 사회적 공론장과 여론다양성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한다. 강준만 교수는 "미디어 정책은 이윤창출이 강조되는 시장 논리로만 지배돼선 안되는데 이 정부의 잘못된 국가경영 철학과 독선이 미디어 공공성 훼손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언론장악을 통해 실정을 호도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행태에 대해 강한 경고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언론은 현대사회의 대표적 공론장으로서 공적영역을 대표하기에 시장의 논리로 지배되어서는 안되고 정부의 언론통제가 이뤄져선 안된다"며 "비판적 언론에 대한 광고탄압, 광우병을 다루는 방송과 비판적 토론이 오가는 인터넷 포털에 대한 압박, 국민의 목소리를 괴담으로 치부하는 행태에 언론자유의 위협을 감지한다. 그동안 피땀 흘려 일궈온 민주주의마저 후퇴시키는 양상"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대통령 정치적 멘토의 방송통신위원장 임명, 후보 시절 방송특보의 YTN·아리랑TV 사장 임명, 임기가 끝나지도 않은 공영방송 사장을 내쫒기 위해 감사원과 대학을 앞세워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행태 등을 지적하면서 "고위 공직자를 당파적 충성도나 이익에 의해 임명하는 엽관제에 다름 아니다. 친이명박 인사를 언론계에 포진시켜 언론장악을 시도하며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신문고시 재검토, 신문방송 겸영, 신문법 개정과 신문지원기구 통폐합, 공영방송의 민영화 등 현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언론정책에 대해서도 "언론의 공공성 위축과 여론다양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대안 언론의 대두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 한편으로는 최근 그 수효가 불어난 대안 매체로 인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제기된다. 성공회대 사회학과 이종구 교수는 "현 정부의 언론 장악 시도는 유신 시절에 비하면 수위가 낮은 편"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비록 `조중동`을 비롯한 페이퍼 언론과 방송 언론을 장악할지라도 디지털 시대에 도래한 `뉴미디어`의 권력 앞에 힘을 발휘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언론의 영향력보다는 일상적으로 활용되는 인터넷 매체, 문자 메시지 등으로 네트워크가 형성되면서 시민 권력이 언론 권력을 추월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이들 대안 매체는 과거 언론 권력의 영향력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으며 정보 수집 능력에서도 월등히 앞선다는 평가다.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새로운 소통의 장을 통해 공론장 문화의 진화를 엿볼 수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얘기다.
수구언론과 방송 매체 영향력의 노령화로 인한 `자멸론` 과 관련 이종구 교수는 "근본적으로 노령화 문제는 대안 언론에 대한 대안이 될 수도 큰 의미도 없다"고 지적하면서 "현재 고령세대로서 주름잡고 있는 70대들은 4.19 세대들이라 언론에 대해 무조건적인 맹목성을 띄고 있지만은 않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 이들 70대의 이메일, 문자 메시지 등 정보수집 능력과 소통 능력은 신세대들과 별반 차이 없다는 분석이다. 차이가 있다면 `속도`의 문제이지 근본적인 마인드에 미루어 짐작컨대 젊은 세대들의 지향점과 동일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현재까지 상황을 돌이켜보면 결국 이명박 정부의 `막강 배후세력` 이었던 `조중동`도 이명박 정부를 지켜주지 못했다. `조중동`의 고군분투에도 불구 10%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에서도 알 수 있듯 수구 매체권력은 이미 역사적으로 실효를 다 한 듯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KBS, YTN의 장악이 이명박 정부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오히려 긁어 부스럼이 될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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