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튀기는 대우조선해양 M&A, 결과는...

올해 기업 인수 합병(M&A)의 최대 화제인 자산 9조4000억원짜리 대우조선해양 매각 작업이 급물살을 타면서 누가 새 주인이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의 반대로 실사작업을 한동안 중단됐던 산업은행이 조만간 매각공고를 낼 것으로 알려졌고, 지난 12일에는 금융위원회가 국회 공기업특별위원회에서 공적자금 투입 기업 중 대우조선해양과 쌍용건설 매각을 연내 마무리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빅3 인수시 재계 판도변화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반대로 중단됐던 산업은행 실사작업이 8월초부터 재개되고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추진으로 산은의 민영화가 급물살을 타면서 매각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13일 현재 정부는 잠수함 제조기술을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지분의 해외매각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공적자금 투입된 기업의 조속한 매각방침은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 "대우조선해양 같은 경우, 대주주 지분이 외국 해외투자로 넘어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내업체 매각에 방점을 찍고 있으나 산은 민영화와 맞물려 공적자금 투입 워크아웃 기업의 조기 매각에 대해 강한 의지를 피력키도 했다.
더욱이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 및 삼성중공업과 더불어 `조선업계 빅3`를 형성하고 있는데다가 오는 2010년 영업이익이 1조원대를 넘을 것으로 전망돼 인수전 성공여부에 따라서 국내재계의 일대 판도변화가 예고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따라서 포스코, 한화, GS 등 인수희망 업체들은 태스크포스팀(TFT)을 정비하면서 구체적인 자금동원 계획까지 수립하고, 치열한 정보전을 벌이고 있다.
산업은행은 실사가 마무리되면 조만간 매각공고를 낸 뒤 인수의향서 접수, 예비 입찰, 실사, 본 입찰 등을 거쳐 10월 초께 새 주인(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계획이다.
특히 산업은행은 인수의향서를 받아 인수희망 업체의 적격성을 따진 뒤 예비입찰을 받아 인수 의지를 확인하고 9월 초순부터 약 3주간은 입찰에 참가한 기업들에 실사를 허용할 예정이며 본 입찰은 9월말로 잡혀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은 역시 실탄을 얼마나 확보했느냐가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를 위한 제1 요건이 `얼마를 썼느냐`에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시가 총액은 약 7조4000억원으로 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를 합친 지분 50.4%를 사려고 해도 산술적으로 3조7000억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인수전이 본격화되면 주가는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고, 경영권 프리미엄이 100% 가량 붙는다고 가정하면 동원해야 할 자금은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인수 희망 기업들은 "그 정도는 자신 있다"는 반응들이다.

포스코 자금력 가장 유리, 한화그룹 역량 집중

포스코는 자금력 부문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철강 경기 호조로 6조원에 가까운 현금성 자산을 쌓아둔 것으로 알려졌고, 외부 차입도 문제가 없다는 것.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포스코의 부채비율이 24%밖에 안 되는데 안 빌려 줄 곳이 있겠느냐"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특히 최근까지 이사회가 인수를 막을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켰는데 이구택 회장은 지난 11일 "포스코 이사회 역시 대우조선해양 인수 필요에 공감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케빈 러드 호주 총리 초청 경제 4단체장 만찬에 참석, "대우조선과 같은 기업을 인수하는데 이사회가 왜 반대하겠느냐"며 오너체제인 다른 인수희망자에 비해 불리한 여건이 아니냐는 질문에 "절차는 거쳐야겠지만 문제될 것은 없다"란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한화그룹은 대한생명, 한화건설 등 비상장계열사의 상장을 추진할 경우, 최대 3조~4조원을 확보할 수 있고, 한화건설의 매립지 개발 등과 그룹 자산 매각 유동화를 통해 2조원 이상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더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8 15 특별사면`을 받으면서 이번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그룹의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한화그룹은 아예 올해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계기로 2017년에 매출 10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잡았다.
GS그룹은 6월말 현재 지주회사인 GS홀딩스가 자기자본 2조9000억원에 부채가 7600억원으로 부채비율이 26%에 불과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GS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다수의 전략적 투자자들과 접촉하고 있으며 이들 또한 GS와 공동인수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M&A시장에서 두각을 보이지 못했던 GS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의 해외 영업력 확대 등 확실한 비전을 제시, 반드시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광고 등 통해 인수 전쟁 이미 스타트

포스코, GS, 한화 등 인수 희망업체들은 광고 등을 통해서도 이미지 경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을 앞두고 지난달 말부터 TV를 통해 `세상을 움직이는 방법을 압니다`라는 제목으로 광고를 시작했다.
`30년을 투자해 세계 1위 기업이 될 수도 있고, 세계 1위 기업을 인수해 30년을 단축할 수도 있다. 우리는 후자를 선택했다`는 내용의 이 광고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서 두산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M&A 성공 경험을 강조하고 있다.
GS그룹의 주력사인 GS칼텍스의 `에너지 강국의 꿈을 키워갑니다`라는 제목의 광고 역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염두에 둔 광고로 분석된다. 광고 화면 내내 초대형유조선(VLCC) 선단을 부각시켜 GS칼텍스의 강점인 대우조선해양 인수시 조선 및 에너지 산업의 결합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를 부각시켰다는 분석이다.
김승연 회장이 직접 인수 의지를 다지고 있는 한화도 적극적이다. 한화는 지난달 초부터 `세계로 가는 또다른 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라는 신문광고에서 대한생명과 한화석유화학 등의 사진 다음에 `The Next?`라는 물음표를 달아 목표가 대우조선해양임을 암시하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앞으로도 비슷한 내용의 광고가 몇 개 더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금동원능력 등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포스코는 `오늘을 가꿔 미래를 만들어갑니다` 등의 우직한 기존 광고를 고수하고 있다.

참여 그룹사 올인에 풋백옵션 변수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이 갈수록 점입가경인 가운데 금융당국이 풋백욥션을 통한 M&A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달 31일 금융당국에서는 풋백옵션을 통한 M&A에 대해 규제를 강화에 나선 것은 과도한 풋백옵션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한화 두산 등은 대우조선 인수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인수 여부에 따라 제계의 순위 재편도 예상되기 때문에 인수전 참여 그룹사들은 `올인` 전략도 불사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풋백옵션을 통한 M&A에 규제 방침을 밝힌 것은 금호아시아나의 영향이 크다.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2009년 12월까지 3만4000원 이하로 대우건설 주가가 떨어지면 회사가 다시 되사주는 조건으로 풋백옵션을 맺었다. 문제는 대우건설의 주가가 반토막이 나면서 유동성 위기로 치닫고 있다는 것.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31일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할 때 인수 기업들이 풋백옵션으로 인수대금을 조달하면 정부의 자금 회수에는 도움이 되지만 이는 1~2년 뒤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전광우 금융위원장 또한 은행권에 대출 자재를 요구한 상태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뿐만 아니라 하이닉스 현대건설의 M&A도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새어나오고 있다.
한편 이번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는 총수들의 직접 나서는 등 자존심까지 걸려 있어 오는 10월로 예상되는 우선협상대상자가 누가 될지 주목된다. 김범석 기자 kimb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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