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불교도대회 다음날 대통령이 뉴라이트 목사들과 만찬?"
"범불교도대회 다음날 대통령이 뉴라이트 목사들과 만찬?"
  • 승인 2008.09.0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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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위적으로 번지는 불교계 정부 종교차별 법회

범불교도대회 봉행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오후 2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헌법파괴·종교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 범불교대회`를 열었다. 1200만 한국 불교도가 이명박 정부가 자행한 종교차별의 `끝`을 선언하고 국민대통합의 염원을 선포한 것이다.
이어 31일엔 전국 1만여개 사찰에서 정부의 종교 차별에 항의하는 법회가 동시에 진행됐다. 이 시기 할복을 시도한 스님이 있는가 하면 오체투지에 나선 스님도 있었다.
청와대와 정부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곳곳에 불심들이 모여 이명박 정부의 종교차별을 규탄하고 있음에도, 불교계의 불만에 대한 정부와 청와대 관계자들의 인식은 현저하게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와 불교계간 갈등의 골은 깊어져 가고만 있다.

할복 시도에 오체투지 돌입

지난달 27일 시청앞에서 열린 범불교도대회는 사상 유례가 없을 만큼 최대규모로 진행됐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소속 27개 종단이 모두 참석했고 전국 사찰의 스님과 신도, 불교단체 뿐 아니라 이웃종교계와 시민들까지 모두 함께 서울광장으로 운집했다. 봉행위는 스님 5000여 명을 포함, 20만명 이상이 모인 것으로 집계했다.
이날 모인 사부대중들은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이명박 대통령 공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경찰청장 등 관련 공직자 파면 및 엄중 문책 ▲시국 관련자 수배 해제 및 국민대화합 조치 실시 등을 재천명했다.

범불교대회 이후에도 이들의 외침은 이어지고 있다. 전 상원사 주지 삼보스님은 정부의 종교차별에 항의하며 할복을 시도했다. 스님은 30일 낮12시 40분경 조계사 대웅전 어간문 근처에서 "`범불교도대회`이후에도 정부가 사과나 종교차별 방지 대책 등 아무런 조치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할복을 시도했다.

스님은 조계사의 요청으로 출동한 119구급차량으로의 이송을 거부해 응급처치만 받은 상태에서 경내 모인 대중들을 향해 "이명박 대통령은 즉각 사과하고, 내각도 총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색 법복 차림에 걸망을 메고 있던 스님은 왼쪽 배에 깊이 1cm, 길이 15cm 상처를 입은 채 일산불교병원으로 이송됐다. 회색 셔츠에 피가 배어나고 있는 상태로 어간문에 앉은 채 스님은, 몇몇 언론매체와 대중들을 향해 "범불교도 대회 이튿날 대통령이 뉴라이트 목사들과 청와대 만찬이 될 소리냐"며 정부의 무성의한 태도를 질타했다.

스님은 그런 상태에서도 "불교가 경찰청장 한 사람이나 상대하고 있어야 하겠느냐"며 대통령 사과와 내각 사퇴를 거듭 주장했다.
스님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지 기독교공화국이 아니다. 27일 서울광장에서 20만 명이 모여 규탄대회를 했으면 무슨 답변이 있어야지. 국민 없는 대통령이 어디 있느냐"라고 개탄했다.
스님은 병원이송을 몇 차례 거부하다 총무원 호법부와 조계사 측의 설득으로 할복 40여분만인 이날 오후 1시20분 조계사가 마련한 승용차 편으로 동국대 일산불교병원으로 후송돼 현재 입원 중이다.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수경스님(서울 화계사 주지)은 4일부터 `사람과 생명, 평화의 길`을 찾아 오체투지 순례를 시작한다. 순례단은 지리산 노고단에서 출발해 계룡산 중악단까지 2개월에 걸친 1차 순례를 진행한다. 이후 2009년 계룡산에서 출발해 임진각을 거쳐 묘향산까지 순례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번 순례에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문규현 신부 등 10여 명이 동참하며, 오체투지 순례에 앞서 3년 넘게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기륭전자 비정규노동자 등과 만나고 새만금 갯벌 돌아보기 행사도 가질 예정이다.

이명박 정부 여전히 "배째라"

`헌법파괴 종교차별 이명박 정부`를 규탄하는 20만 불교도의 목소리가 서울광장을 흔들어 놓았고 불교계의 잇따른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정부 관계자들은 아직 성의 있는 대책을 내 놓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청와대와 정부 관계 부처의 일부 공직자들로부터 이 현안에 대해 신중치 못한 발언까지 흘러 나와 불자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청와대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은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불교문제를 얘기하겠냐"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수석은 지난달 28일과 29일 천안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연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불교문제 관련해서 청와대 수석회의 등에서 논의된 것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런 문제는 논의하지 않는다"며 "정무팀 회의에서 논의된 지는 모르겠지만 전체수석회의에서는 할 게 얼마나 많은데 경제, 외교, 안보 등 각 분야의 수석들이 모여 그런 문제로 시간을 뺏기면 안 되지 않느냐"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태와 관련 박 수석은 "와전된 것"이라면서 "어청수 경찰청장 파면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 정무팀 회의에서는 모르겠지만 전체수석회의에서는 시간이 빠듯해서 그런 문제는 논의된 바 없다고 말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지난달 29일 특별교부세와 특별교부금의 사용내역을 공개하는 방안과 관련해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흥덕사 특별교부세 편법지원 논란을 예로 들어 불교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걱정스럽다면서도 사태 해결을 위한 마땅한 해법 모색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최근 "종교편향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와 논란이 되고 있는데 대해 걱정하고 유감스럽다"며 "다만 이것이 특정 이슈로 증폭되거나 확대 재생산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종교가 사회통합이나 국민 정신적 통합을 맡아줘야 하는데 오히려 갈등이 증폭되는 쪽으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불교계가 이명박 대통령의 공개사과와 함께 핵심 요구사항으로 제시하고 있는 어청수 경찰청장 퇴진에 대해서는 "적절치 않다는게 청와대 내부의 주된 분위기"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한나라당 허태열 최고위원도 "경찰관 전체의 사기도 생각해야 한다"면서 어청수 경찰청장 퇴진과 관련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허 최고위원은 "어청수 경찰청장은 2년 임기가 보장돼 있는 자리이고, 그동안 불법 시위를 막기 위해 무척 고생한 경찰의 수장인 점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허 최고위원은 그러면서도 "우리도 계속 고민하고 있다"는 당내 분위기를 전한 뒤, "불교는 전통적으로 `호국 불교`의 전통을 갖고 있다. 불교계의 요구에 대해서는 종교 편향 방지 입법 등을 통해 진정성을 갖고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불교계는 승려와 불자들의 요구를 정부와 청와대가 수용하고 있지 않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 원장 지관 스님은 "가정의 가족을 차별하면 행복할 수 없듯이 사회도 마찬가지"라면서 "사회 구성원은 종교가 다르더라도 서로 존중해야 한다. 하나가 돼야 국가도 힘이 생기고 발전할 수 있다"며 이 대통령의 종교편향 행태를 꼬집었다.
불교계는 정부의 대응을 지켜본 뒤 지역별 불교도대회와 전국승려대회 등 향후 투쟁수위를 놓고 고민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정부의 무관심으로까지 비춰지는 태도를 고려했을 때 당분간 양측은 접점을 찾기 어려운 형국이다. 불교계는 향후 이명박 정부의 `대답`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뿐이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청와대 이러니 동사무소는 알아서 십자가 걸어야 할 판"
<인터뷰>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인권위원장 진관 스님


<위클리서울>은 지난 27일 범불교대회가 열리기 직전, 준비에 바쁜 한국불교종단협의 인권위원장 진관스님을 조계사에서 만났다. 다음은 스님과의 일문일답이다.

- 불교도가 이렇게 모인 적인 없다. 기분이 어떤가.
▲ 먼저 금일 대회로 인해 불편을 겪을 서울시민과 불교에 대한 애정으로 늘 걱정해 주시는 국민 여러분들께 머리 숙여 양해를 구한다.
범불교도대회는 종교화합과 국민통합을 위한 불교인의 실천을 알리는 자리였다. 그동안 불교인들이 제대로 된 사회적 역할을 못했던 것 같다. 따라서 이번 대회는 사회적 고통과 민족의 장래를 위한 논의와 실천에 적극 나서고자 하는 결심의 마당이다. 

-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어떤 일들이 벌어졌다고 보나.
▲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공직자의 종교차별과 불교폄훼로 인해 종교평화가 깨지고 있다. 이는 자신의 종교만 옳고 남의 종교는 사탄이라는 독선적인 신앙관을 가진 소수의 행동이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우리 불교인들이 감내할 수 없는 것은 위로는 청와대로부터 아래로는 동사무소와 어린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이르기까지, 공직자들의 종교차별행위가 관행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불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정체, 대한민국 헌법의 문제며, 납세와 국방의 의무를 균등히 지고 있는 국민의 권리에 대한 문제다.

- 지금 불교계가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 공무원의 공직수행에는 지역도, 계층도, 종교도 없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이 취임 직후 보란 듯이 공무처소인 청와대에서 예배를 올렸고, 청와대 관계자가 `정부 복음화는 나의 꿈`이라고까지 했다. 청와대가 이러니 동사무소에서는 알아서 십자가를 걸어야 할 판이다.
그래서 우리 불자들은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와 확고한 종교차별 방지대책을 촉구하는 것이다. 종교간 갈등과 대립은 민족적 불행을 낳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우리는 종교간 평화를 깨는 그 어떤 행위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입법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 이명박 정부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근본적으로 인권에 대한 마인드가 없다. 국민의 인권을 멸시하고 무시한다. 인간의 생명에 대해 존중하고자 하는 사상을 찾아볼 수 없다. 물질 지상주의에 젖다보니 인간도 하나의 상품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비단 불교 문제뿐 아니라 국가보안법을 무리하고 적용하는 것도 그러하고 아직까지 신음하고 있는 기륭 등의 비정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볼 수 없다.

-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 미국 보수파 정치방향과 행위가 닮아가고 있다. 종교를 떠나서 이 나라와 민족의 방향을 이승만 시대가 추구하던 모습으로 되돌리고 있다.

- 얼마전 한 목사가 불교가 존재하는 나라는 잘 살지 못한다고까지 얘기했다.
▲ 대응할 가치도 없는 망언이다. 기독교의 식민지, 침략 정책의 또 다른 모습이 언어로 나타났다. 과거 서구의 기독교 침략기에서 목사는 침략자였다.
한국에서 기독교와 불교를 비교한다는 발상부터 잘못됐다고 본다. 불교는 이 땅에 전래된 이래 1900년 동안 민족의 흥망성회와 함께 해왔다. 삼국과 고려시대에는 국가를 통일하고 나라를 다스리는 통치철학의 근간이 되었으며 찬란한 민족문화를 꽃피워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명성을 떨치기에 이르렀다. 조선 태종 600년 탄압 속에서 생존해온 불교다.
근현대에 와서 한국사회에서는 기독교보다는 불교가 더 많은 영향을 끼쳤다. 외세의 침략으로 국토가 초토화되고 백성이 도탄에 빠졌을 때에는 분연히 일어나 위기에 빠진 나나를 건져내는 역할을 했었다. 또한 정치권의 위험한 행보를 불교의 힘으로 방어해왔다. 이명박 정권 들어 80년대 이후 처음으로 불교가 다시 잠재된 힘으로 맞설 상황이다.

- 향후 계획은 어떤가.
▲ 세계 역사에 1만명의 승려가 모인 적이 없다. 세계 종교계·불교계 역사에 없는 일이다. 또 8월 27일은 불교가 이 땅에 들어온 1900여년의 역사 중 최초로 자주적으로 정부에 저항하는 날이다. 불교운동사의 기점이 될 것이다.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규모가 작든 크든 서울뿐 아니라 앞으로 지방 각지에서도 불교도들이 이런 대회를 꾸준히 가질 예정이다. 공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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