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시장 최대어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본격 막올라

2001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서 졸업한 이후 줄곧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대어(大魚)로 주목받아온 대우조선해양의 인수전이 인수의향서(LOI) 접수와 함께 본격화 됐다.
오는 10월에 우선협상 대상자가 결정되고 본계약은 연내에 체결될 것으로 보인다.



M&A 최대 규모 외국기업참여 차단 변수

GS, 포스코, 한화, 현대중공업이 지난달 27일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지분 인수 의향서를 제출함에 따라 이른바 `빅 4` 기업간에 인수전이 시작됐다.
특히 막판에 세계 조선업계 1위인 현대중공업이 뛰어들면서 인수전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치열한 경쟁이 될 전망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해당 기업이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으로서 결격 사유가 있는 지를 살핀 뒤 예비입찰 자격을 주는데 대부분의 경우 통과한다"고 말했다.
9월 둘째 주께는 예비입찰서를 제출받아 인수 의지를 다시 확인한 뒤 추석 연휴 직후부터 약 3주간 매수희망자 실사를 실시한다.
예비입찰 때는 경영 계획과 컨소시엄 구성 등을 통한 자금 조달계획, 인수 금액 등을 제출해야 하지만 구속성이 없기 때문에 본 입찰 때 내용을 바꿀 수 있다. 인수전에 진지하게 뛰어들 생각은 없으면서 실사에 참여해 경쟁사의 영업비밀 등을 들춰보는 행위를 막기 위해 인수 후보들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원매자 실사가 끝나면 10월 중순에 본 입찰을 실시하고 가격과 비가격 요소 등을 두루 검토해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한다. 우선협상 대상자에 대해서는 추가 실사를 거쳐 연내에 매각 계약을 체결한다.
당초 산업은행은 6월에 매각 공고를 내고 8월에 우선 협상자를 발표하려 했지만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매각 과정에 참여시켜줄 것을 요구하며 산업은행의 실사를 저지하는 바람에 2개월이 늦어졌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진행된 M&A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크다. 대우조선해양의 주가가 지난 26일 현재 3만5000원 선인 점을 감안할 때 매각 지분(50.4%)의 가치는 3조4000억원 대이며 여기에 경영권에 대해 웃돈까지 더할 경우 실제 몸값은 7조 8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과거 다른 기업의 매각 금액을 보면 LG카드는 7조2000억원, 대우건설은 6조5000억원, 진로는 3조4000억원 등이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는 포스코와 GS, 현대중공업, 한화 등 굵직한 기업들이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의지를 밝혔던 두산은 중도에 포기했다.
다만 외국기업의 참여가 사실상 원천 차단된다는 점이 기존의 M&A와는 다르다. 대우조선해양이 방위산업을 영위하고 있어 외국기업이 10% 이상 지분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재무적 투자자 이상의 지위를 차지할 수 없다.
대우조선해양이 M&A 시장의 오랜 화두였기 때문에 준비된 후보가 많다는 점도 차별화된다. 2001년 8월 워크아웃을 졸업한 이후 늘 잠재적 매물로 여겨졌기 때문에 인수 의향을 가진 기업들이 조선업에 대해 깊이 있게 연구하는 등 많은 준비를 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이 2002년 자본잠식 상태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2003년 해외 주식예탁증서(DR) 발행에 성공한 이후 언제든지 매물로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고 기업들이 대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기업들 인수 위해 발빠르게 움직여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들은 인수를 통해 얻게 되는 시너지(상승) 효과 외에 대우조선의 발전 및 육성 방안이 우선협상자 선정을 위한 주요 평가 사항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대우조선해양이 얻게 될 실익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속 가능한 경영과 성장을 도모하고 철강 분야에서 축적한 핵심역량을 유관분야에 투자하면 대우조선해양 육성에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포스코는 특히 철강분야에서 축적한 핵심역량을 확대할 수 있는 유관 분야로 조선해양과 에너지를 꼽고 있다.
조선산업을 보유할 경우 양질의 철강제품을 개발해 실제로 선박에 적용하고 상용화하는 데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에너지 부문에서도 연료전지산업에 투자하고 있다.
포스코는 대우조선해양의 해양 플랜트 부문이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인수에 성공한다면 이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GS그룹은 GS건설이 지상플랜트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의 해양플랜트 역량이 부가될 경우 경쟁력은 배가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의 주요 고객들이 해외 메이저 정유사라는 점에서 글로벌 석유기업인 쉐브론과의 40여 년간 합작 관계를 내세우고 있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을 그룹의 주력 겸 신성장 동력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한화는 특히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오는 2017년까지 매출 100조원을 달성하고 이를 토대로 해외매출 비중을 50%로 확대해 글로벌 한화를 달성하겠다는 장기 비전을 내세우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인수 의향서 제출 마감 하루 전인 지난 26일 돌연 이번 인수전 참여를 선언한 뒤 인수 당위성을 알리기 위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현대중공업은 특히 자사가 확고부동한 세계 1위 조선업체인 점을 강조해 누구보다도 대우조선해양의 역량을 제고하기 위한 노하우를 잘 알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방침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대우조선을 인수할 경우 조선 및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상당한 시너지가 발생할 것으로 판단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3조원대 현금보유 STX 인수전 주요 관전 포인트

이번 인수전의 다크호스로 부상한 STX와 어떤 인수 후보와 손잡을지도 이번 인수전의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STX그룹은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지는 않았지만 세계 6위 조선회사를 거느리고 있고 대형 M&A 경험이 많기 때문에 GS, 포스코 등 강력한 인수 후보들은 STX와 컨소시엄을 구성할 경우 상당한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제휴를 타진해 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이 이번 인수전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고 공언한 이상 다른 인수후보들로서는 조선 및 해운업종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동시에 3조원대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STX에 대해 더욱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아울러 대우조선해양 매각 건에 최대 1조5000억원까지 투자 의사를 밝힌 국민연금 기금을 잡기 위한 경쟁도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의 매각가격이 7조~8조원의 거액으로 예상되는 만큼 20% 안팎의 인수 자금을 보탤 수 있는 국민연금을 아군으로 만들 경우 인수전에서 매우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견 조선회사인 성동조선도 인수의향서를 내지 않았지만 인수전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어 인수전의 또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성동조선은 올해 7월말 기준으로 수주잔량 314만CGT(표준화물선환산 톤수)를 기록해 이 부문 세계 9위를 차지하고 있는 회사다.

인수 기업 도덕성·총수 비리 등 반영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대우조선해양 지분 매각에 대한 노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하고 인수 후보들의 부채비율, 자금 유동성 상태 및 고용 보장, 임금단체협상 인정, 기업 육성 방안에 대한 평가 기준안을 마련해 산업은행에 전달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노조는 특히 주요 평가 항목에 인수 참가 기업들의 도덕성, 총수의 비리 등 과거 행적을 상당 부분 반영키로 했다.
산업은행은 "노조는 당사자가 아니고 노사공동위원회도 매각과 관련해 내부적 문제를 다루는 곳일 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인수 후 성공적으로 경영하고 시너지를 창출하려면 노조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처음으로 규모가 큰 매각 건에서 외국계 투자은행(IB)을 끼우지 않고 단독으로 주간사 역할을 하게 된 산업은행 M&A실이 얼마나 매끄럽게 작업을 진행할지도 관심거리다.
한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대우조선해양의 매각과 관련, 지난 27일 성명을 내고 "조선업이 국가기간산업인 점 등을 감안해 매각심사위원회의 구성과 매각의 전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은 외환은행 매각과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시 등과 같은 과거의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투명하고 공정한 원칙 하에 매각심사위를 구성하고 매각의 기준과 원칙을 공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또 "대우조선해양의 인수 기업은 건전한 지배 구조와 대주주의 도덕성 등의 조건이 1차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며 "인수 기업의 대주주가 탈세나 횡령 등 도덕성에 있어 치명적 결합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인수 기업의 높은 자기자본 비율과 낮은 부채비율 등 건실한 재무구조 고려, 우리사주와 국민주에 대한 일정비율의 배정 등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김범석 기자 kimb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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