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노조원 무더기 해고 극으로 치닫는 YTN 사태

지난주 절반이 넘는 조합원들이 단식투쟁을 벌인 YTN 사태에 대한 사측의 조치가 YTN 노조원에 대한 무더기 해고로까지 이어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무더기 해고 사태와 관련 청와대 개입 의혹이 증폭되는 가운데 조합원들은 상복을 입고 보도를 진행하는 등 극단의 조치로 맞서고 있다.  
얼마전 `멜라민` 사태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을 꼬집었던 YTN의 인기프로그램인 `돌발영상`도 도중 하차하게 되면서 각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더욱이 YTN의 전반적인 문제가 정치권까지 번지면서 앞으로 뜨거운 공방이 예고되고 있다.
 


정부, 언론자유에 도전

지난 6일, 민주당 내 민주연대 위원을 포함한 100여명의 시민들은 서울 남대문로 YTN 본사 앞에서 언론장악저지 및 민주주의 사수를 위한 촛불집회를 개최, 구본홍 사장의 퇴임을 강력 촉구했다.
저녁 8시부터 두 시간여 동안 진행된 이날 촛불문화제에서 민주연대 창립준비위원회 지도위원인 김근태 전 의원은 YTN 노조 무더기 중징계 조치를 `언론자유의 중대한 도전` 이라 규정하고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이 지나쳐도 한참 지나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정감사에 구본홍 사장과 노종면 YTN 노조 위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국민들 앞에서 증언하고 설명하면 해법이 보일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국감을 나흘 앞두고 YTN과 정부는 노조원 33명에 대한 중징계를 단행했다"며 "이는 국민에 대한 도발이자, 국회 무시로 정부가 막가자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현 국회 문화관광체육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는 천정배 민주연대 창립준비위원회 지도위원도 이날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자리에서 "청와대가 `YTN 노조원 징계는 우리와 관계없다, 민영방송이 스스로 한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완전히 오리발을 내미는 것"이라며 비판을 가했다. 아울러 천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이러한 반민주적 행태에 굴복할 수 없다"며 "국감에서 구본홍 사장에게 YTN 사태를 규탄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꼭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연대는 `YTN 징계사태에 대한 진상조사`에 적극 참여할 뜻을 밝히고, 앞으로 징계가 철회되는 순간까지 촛불문화제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주연대 출범 이후 첫 공식일정인 이날 집회에는 민주연대 창립준비위원회 김근태·천정배 두 지도위원을 비롯해, 최규성, 노웅래 공동 창립준비 위원장, 설훈, 김상희, 강기정 위원 등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무더기 징계, 청와대 개입의혹

지나가던 시민들도 발길을 멈추고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음모를 규탄, 구본홍 사장의 사퇴를 연호하는 가운데 YTN 무더기 노조원 중징계 조치로 해고된 돌발영상 임장혁 담당 PD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밤이 된 이 시간처럼 언론자유도 암흑으로 변하고 있다"며 "현 정부가 민주주의를 죽이려하고 말살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본홍 사장도 노조원과 대화로 풀고자 했고, 노조원도 이를 환영하는 순간 갑자기 무더기 징계 조치가 내려진 것으로 이는 구본홍 사장 독단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청와대의 개입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임 PD는 "회사 내에서 징계가 이뤄지려면 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 사유가 매우 추상적으로 분명하다. 징계 받은 노조원이 구두로 진술기회 달라고 했음에도 33명 중 일부만 구도진술 받고 일부에게는 아예 서면 진술 기회만 줬다"고 밝혔다.

임 PD는 이어 "그 과정에서 해고나 징계 사유를 조작한 흔적이 있다"며 "10여명이 받은 징계 통보 사유가 몇 월부터 몇 일까지 어떤 행위를 했다는게 아니라 몇 월 몇 일 사장 출근, 몇 월 몇 일 업무 방해라고 써놓았고 그 중에는 당초 통보했던 날짜와 맞지 않은 부분도 있다" 고 말했다.

임 PD는 특히 "어떤 노조원은 공식 연차 휴가로 제주도 휴가 다녀온 날에, 증거로 비행기표도 있는데 사측에서는 그가 휴가 간 그 날에 업무 방해를 했다고 해서 조작 아니냐고 항의 했더니 그럼 그것은 빼겠다하고 말더라"고 구체적 사례까지 들며 "이런 점들을 상당부분 확보했으니 법적 절차를 통해 밝히겠다"고 했다.



이번 징계에서 해임 통보를 받은 현덕수 전 노조위원장은 "24시간 뉴스만을 다루는 전문 채널에 이명박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몸으로 뛴 특보 출신을 사장 자리에 앉히는 것이 과연 이 사회에 도덕적 기준으로 합당한 것인지 누가한테 물어봐도 같은 대답이 나올 것"이라며 구 사장의 `자질론` 을 거론했다.

현 전 노조위원장은 8일 열릴 문방위 국감 현장에서 ▲낙하산 인사인 구본홍 사장 임명의 부당성 ▲터무니 없는 징계 조치 ▲징계조치에 관한 정부 개입 등을 반드시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촛불집회 현장에서 보여줬듯이 정치권과 YTN노조들의 반발이 극에 달한 가운데 현 전 노조위원장이 언급했듯이 청와대가 YTN사태에 적극 개입됐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 돼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번 징계에서 역시 해임통보를 받은 우장균 YTN 청와대 출입기자는 박선규 청와대 언론 2비서관으로부터 "구씨를 YTN 사장에서 사퇴시키지 않을 것이며 그것이 대통령의 뜻"이라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돌발영상` 하차에 네티즌 분통

그동안 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던 돌발영상에 대한 우려도 크다. YTN 제작기획팀 상수종 팀장은 "`YTN 사태` 의 빠른 해결만이 `돌발영상`의 문제를 풀 수 있을 걸로 본다"며 "현재로써는 특별한 대책이 없으며, 새로운 제작진을 `돌발영상` 팀에 투입할 계획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YTN `돌발영상`이 잠정적으로 방송을 중단하자, YTN 홈페이지에 있는 `시청자게시판` 에 수백 개의 네티즌 게시 글이 이어졌다. 아이디가 `DAVID45` 인 한 시청자는 "다른 어떤 프로보다 민초들과 소통의 강도를 높여왔던 `돌발영상`을 부활시켜 달라"며 "인고의 기간이 금방 끝날 것 같지 않지만, 우리시대의 최고의 역발상과 재치의 달인인 `돌발영상`과 다시 소통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TYU7890`인 시청자는 "`돌발영상`이 없으면 YTN도 없다"며 "내일부터 `돌발영상`을 TV에서 볼 수 없다고 하는데, 정말 섭섭함하고 이젠 YTN과 안녕"이라고 말했다.

아이디가 `PTMONO` 인 네티즌은 "지금 눈이 퉁퉁 붓고, 귀가 가려워 죽을 지경"이라며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어 꼬 끝이 시렵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동안 돌발영상을 보면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는데,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 돌발영상을 볼 수 없다고 하니, 분하고 원통해서 말을 이어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아이디가 `GKR000`인 네티즌은 "사측이 3명의 제작진 중 두 명에게나 중징계를 내렸는데, 이는 `돌발영상`을 없애 버리겠다는 것 아니겠냐"며 "우리 모두 힘을 모아 `돌발영상` 지킴이가 되자"고 강조했다.

`돌발영상`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식약청에서 "(과자봉지에) 왜 `멜라민` 함유량이 적혀 있지 않느냐"고 격앙한 부분을 카메라에 담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노조, 상복으로 응수

한편 YTN 노동조합은 6일 이뤄진 전·현직 노조위원장 등 6명의 해고조치를 포함한 노조원 33명에 초강경 징계에 대한 반발로 `상복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8일, 오후 5시경 YTN `뉴스Q` 프로그램에서는 김영수 앵커 등이 검은 넥타이를 매고 뉴스를 진행했다.
이날 오전 5시에는 `굿모닝코리아`의 두 진행자인 김문경 앵커와 김정아 앵커가 검은 상복을 입고 방송했고, 날씨를 전하는 김지현 앵커도 검은 블라우스를 입고 일기예보를 전했다.



노조의 `상복 투쟁`이 본격화되자 사측은 크게 당황하며 이를 저지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YTN기자협회장인 호준석 앵커가 검은 넥타이에 검은 정장 차림으로 `오늘 뉴스`를 진행하려하자 이재윤 앵커팀장이 넥타이 색을 바꿀 것을 요구하며 호 앵커의 방송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호 앵커가 이를 거부하자 결국 이 팀장이 직접 `오늘 뉴스`를 진행했다. 앵커 교체 사실이 알려지자 노조 조합원 50여명은 앵커실로 올라가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에 사측은 "간부회의에서 검은 옷을 입고 방송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결론이 나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노조측은 "앵커의 개인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해고조치 된 노종면 노조위원장은 "회사의 징계 단행 이후 YTN의 `공정방송` 의지가 꺾였다는 것을 시청자에게 알리는 투쟁"이라며 "이날부터 조합원들은 검은 정장, 검은 넥타이를 입기로 했다"고 밝혔다.

YTN 노조 소속인 정치부 황보연 기자는 "오늘 아침 상복 투쟁 지침이 내려왔다"며 "YTN 노조는 이번 사태를 최대 언론 학살로 평가하고 있고 그에 대한 항의 표시로 검은 옷을 입었다"고 밝혔다. 황 기자는 "사측에서 노리는 것은 이번 인사조치로 딜을 하자는 것"이라며 "인사조치를 거둬들이는 대신 노조에게도 구본홍 사장을 인정해달라는 딜을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는 "하지만 YTN 노조로서 기본적으로 인사 조치가 전혀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중징계 당한 사람들이 원상태 돌아와야 한다"며 "그런 식의 딜은 절대 용납 안한다"고 말했다. 황 기자는 이어 "다만 사측에서 징계를 철회하고 대화하자, 이야기를 해서 풀어가자고 하면 대화 테이블에 나갈 수 있지만 징계를 먼저 철회하는 것이 전제조건이다"고 밝혔다.

시간이 지날수록 논란의 불길이 크게 번지고 있는 YTN 사태다. 이명박 정부와 YTN의 힘겨운 줄다리기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그 여파는 일파만파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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