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짙은 어둠 밝히는 단 하나의 별
이 짙은 어둠 밝히는 단 하나의 별
  • 승인 2008.11.0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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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YTN 기자들 격려 시민문화제 그리고…

`낙하산 특수부대`를 거느린 이명박 사단의 언론장악 시도는 거침이 없어 보인다. 이명박 정부는 YTN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고 향후 언론 문제에 있어서는 신중히 다뤄야 하는 게 마땅할지언정 YTN 사태도 해결되지 않은 이 시점에서 그 행보가 브레이크가 고장난 폭주기관차를 연상시키고 있다.



임은순 전 이명박 대선 후보 언론특보가 지난달 29일 신문유통원 후임 원장으로 제청되었고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에는 같은 언론특보 출신인 최규철 전 동아일보 논설주간이 내정됐다는 설도 퍼지고 있다.

임은순 씨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주자를 지지하는 중견 언론인 모임 `세종로 포럼`의 창립 멤버로 활동했고, 지난해 한나라당 경선 당시엔 이명박 후보 경선대책위원회 언론특보단으로, 경선 이후에는 이명박 대선캠프 언론특보단으로 활동한 전형적인 이명박 대통령의 사람이다.



최규철씨는 지난 8월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으로 내정됐다가 낙하산 시비 끝에 물러난 일이 있고, 최근 사퇴 의사를 밝힌 박래부 한국언론재단 이사장의 퇴진 압력이 한창이던 지난 6월에도 신임 이사장 후보로 거론된 바 있다. 그야말로 안하무인이다.

5개월 남짓 지속된 YTN 사태는 여전히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구본홍 사장은  기자들의 10월 임금지급 마저도 미루고 있다. 이로 인해 YTN 기자들과 그 가족들은 엄청난 고통을 당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이쯤 되면 지 풀에 꺾이겠지` 하고 여길 찰나, YTN 기자들은 그때마다 `오뚜기 정신`으로 버텼다.



지난달 30일 저녁 서울역에서는 한국언론노동조합 주최로 YTN 기자들을 격려하는 시민문화제가 열렸다.

이날 YTN과 타 언론사 기자들은 무대에 올라 시민들의 환호에 보답하기 위해 노래도 준비했다. 이은미, 노래를 찾는 사람들 등의 가수들도 무대에 올랐다.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 배우 권해효 씨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줄지어 무대를 찾았다.
정윤철 감독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캐스팅인데 이명박 정부는 YTN 사장에 구본홍씨를 캐스팅하는 최악의 잘못을 범했다"며 "고려대 출신, 대선캠프 언론특보라는 부적절한 이력, 신선하지도 않은 이 캐스팅은 흥행실패"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이명박 정부는 대중을 위한 스토리를 구성했어야 하는데 언론탄압·공안탄압과 같은 20∼30년 이전의 새마을 운동 시절 스토리텔링을 하고 있다"며 "관객들에게 100만불 짜리 감동을 줄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해야 한다"고 얘기해 좌중의 갈채를 받았다. 

서울역 광장을 메운 400여 명의 시민들은 때론 엄숙하게 때론 활발하게 호응했다. `진보신당`, `비정규직 철폐`, `애국촛불시민연대`, `안티 이명박`이라고 적힌 깃발과 `구본홍 아웃`, `이명박 아웃`이라고 적힌 손팻말은 좌우로 흔들리며 밤하늘을 갈랐다. 작지만 대학 축제와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 이날 행사에서는 미리 와 대기중이던 경찰 병력과의 마찰도 없었다.



서울역을 바쁘게 지나치던 일반 시민들의 귀도 즐거웠다. 길을 걷다 멈춰서는 시민들도 있었다. 귀에 익숙하면서도 포근한, 가을밤의 쌀쌀함을 뒤로한 대중가요들은 시민들의 가슴속을 파고들기에 충분했다. 

"우리는 YTN 기자들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YTN 기자 여러분, YTN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배우 김유석 씨의 얘기다.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을 안본지 오래된 거 같습니다. 가을 하늘의 별이 보고 싶습니다. 여러분! 저와 함께 밤하늘의 별을 찾아봐요."

YTN 한 여기자의 호소다.

하늘의 별은 찾기 힘들었다. 별은 어두울수록 밝아 보이는 법. 밤하늘 보다 짙고 기나긴 그날 밤 YTN 이라는 별은 유독 빛이 났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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