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갚지 않으면 집창촌에 넘기겠다!"
"돈 갚지 않으면 집창촌에 넘기겠다!"
  • 승인 2008.12.30 14: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각실태> 경제위기속 날고 뛰는 '무법천지' 대부업계

금융위기로 은행들이 점점 더 보수적이 되고 있는 가운데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상황도 나빠지면서 돈 빌리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제도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 중소기업, 자영업자, 서민들은 대부업체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다. 최대 연 49%의 엄청난 고금리이지만 당장 돈이 필요한 이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빌려써야 한다. 경제위기가 심화될수록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이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잘 알려져 있다시피 법에서 허용하는 금리를 뛰어넘는 살인적 고금리, 협박과 폭력을 동원하는 불법채권추심행위 등 대부업계는 `무법천지` 사각지대이다.

94만5000명, 금액 7조4000억 달해

경실련은 지난 17일 대부업체 관리감독 실태를 조사해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설문조사를 통해 등록대부업체 이용자는 94만5000명, 이용금액은 7조4000억원, 1인당 이용금액은 785만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최근 대부업체 이용자와 대부액이 더욱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말보다 제주도내 대부업체 이용자는 8.1%(760명), 1인당 평균 대부액은 6.3%(18만원) 증가했다. 다른 지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제도금융권에서는 금융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저신용층(신용등급 7∼10)이 720만명이나 된다는 점에서 경기불황이 심화될수록 저신용층은 늘어나고, 따라서 대부업체 이용자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부업체의 관리감독 체계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정부가 가뜩이나 서러운 금융소외자들을 또 한번 구렁텅이로 빠져드는데 일조를 하는 셈이다. 현행 법에 따르면 대부업체의 관리감독 주체는 각 시도 자치단체장이다. 대부업 관련 주요 정책수립은 정부의 금융위원회에서 담당하고 있다.
`대부업체=폭력`으로 연결되는 것은 조직폭력배 등의 대부업 진출을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폭력단체의 대부업 등록을 법적으로 막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와 관련된 별도 규정이 없다고 경실련은 지적했다.
현행 대부업법이나 시행령에 대부업체로 등록하기 위해 작성하는 신청서의 내용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대포폰과 임시거주지로도 등록이 가능하다.
경실련은 "강원도의 경우 강원랜드 근처 모텔에 거주하며 대부업을 등록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사를 위해 현장점검을 나가도 대부업자나 종사자와 만나기조차 불가능 하다는 것. 경실련은 "소재지 확인불가로 등록이 취소되는 업체가 최근 3년간 2595개나 됐다"며 "등록대부업체임에도 불구하고 행정적인 관리 감독의 사각지대로 방치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대부업체의 불법행위에 대한 벌칙이 유명무실하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과태료 미납에 따른 압류절차 과정을 수행하면서 대부업자의 재산내역을 파악할 길이 없어 과태료 미납율이 92%에 달해 과태료 부과로 대부업체의 불법행위를 제재하는 것은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또 실질적으로 미성년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성인이나 단체에 대부업 등록을 허용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경실련은 "충북 영동군의 5개 등록대부업체 중 4개 업체 대표자가 20대(최소 만 22세)로 다른 지역에서도 20대 초반의 대부업자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며 "이들 중 상당수가 사회경험이 적고 미숙한 탓에 대출금 전액을 손실하여 오히려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자체 75% 자체검사 안하고 방치

지자체가 담당하고 있는 대부업체 관리감독도 엉망이다.
경실련은 이번에 대부업체 관리감독 실태조사 결과, 일선에서 관리감독하고 있는 전국 16개 지자체 중 대부업 관리감독 업무만을 전담하는 부서와 인력을 확보하고 있는 곳은 서울시가 유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밝혔다.
나머지 지자체에서는 대부분 다른 업무와 함께 담당하고 있었으며, 충북도와 충남도, 전북도의 경우 담당부서나 인원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16개 지자체 중 대부업관계기관협의회(시도협의회)를 두고 있는 지자체는 12개 지자체였으며, 전남도의 경우 올해 한 번도 회의를 개최한 적이 없고 강원도와 경기도, 경남도, 울산시, 대구시의 경우 올해 한 번의 회의만 개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업정책협의회 등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정` 제6조에 따르면 대부업 관련업무의 효율적 수행과 위법행위의 효과적 예방 및 단속을 위해 광역지자체별로 시 도, 지방경찰, 국세청 등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시도협의회를 두도록 하고 있다.
지자체의 대부업 관련업무 인력 배치의 경우 올 7월 현재 전국에 등록된 1만8001개 대부업체를 관리감독하고 있는 전국 지자체 담당자는 총 161명으로, 평균적으로 담당자 1인이 112개의 업체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업 관련 업무를 직접 광역지자체에서 수행하고 있는 서울시와 부산시, 대전시, 울산시, 강원도, 경상북도 등 6개 지역은 평균적으로 624개의 업체를 담당자 1인이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업 관련 업무가 기초지자체로 위임된 10개 지역의 경우 담당자 1인당 평균 59개 업체를 담당하고 있었지만, 전담인력 없이 여러 중복업무 중 하나로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관리감독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전체 145개 지자체 중 서울시를 포함해 75%에 해당하는 109개 지역이 최근 3년간 한 번도 등록대부업체에 대한 자체검사를 한 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업자와 거래자 간의 분쟁을 조정하기 위한 분쟁조정위원회가 구성된 지역은 7개 지역에 불과했으며 이마저도 구성만 됐을 뿐 분쟁조정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지자체나 금융당국이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불법 무등록 대부업체가 68%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실련 관계자는 "대부업체는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과 그 시행령에 따라 16개 시 도지사가 관리감독을 해야 하지만 담당인력 부족과 업무소홀로 실질적인 관리감독이나 위법행위의 단속 및 예방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적절한 감독 인력 배치와 금융위원회 등 금융 정책당국의 지원 강화, 관련 법률 개정을 통한 등록규제 강화 등 개선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고 1000% 이자 협박 일삼아

한편 서울 남부지검은 10월부터 2개월간 불법 사채업자들에 대한 집중단속을 벌여 모두 29명을 입건하고 이 가운데 7명은 구속 기소, 나머지 22명은 불구속 기소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구속 기소된 김모(59)씨는 강동구 명일동에서 대부업체를 운영하며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이모(36.여)씨 등 40여 명에게 2억2000여 만원을 빌려주고 최고 연 1000%가 넘는 고율의 이자를 적용, 1억4000여 만원을 받아 챙겼다.
김씨는 돈을 빌려준 뒤 채권추심 과정에서 자신의 아내와 아들까지 동원해 "돈을 갚지 않으면 집창촌에 넘기겠다"는 등의 갖은 협박을 일삼았으며 이 때문에 한 여성 채무자는 자살까지 기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조모(29)씨 등 2명은 지난해 2월부터 1년간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던 미용실 업주 윤모(36.여)씨에게 10차례에 걸쳐 2억3000여 만원을 빌려주고 최고 연 2550%의 이자를 적용, 1억14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조씨 등은 일수로 돈을 빌려주고 매일 일정액을 갚지 않으면 다시 원금에 포함해 재대출을 하는 일명 `꺾기` 방식을 이용해 살인적인 이자를 챙겼다.
이들은 또 평소 알고 지내던 다른 대부업자에게 급전이 필요한 윤씨의 어려운 상황을 알린 뒤 고율의 이자를 적용해 불법 사채행위를 하도록 알선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김모(42)씨는 2006년부터 2년간 주로 영세상인과 유흥주점 종사자 등 모두 447명에게 21억1000만원을 빌려주고 원금보다 많은 25억6000여 만원의 이자를 챙긴 혐의로 역시 구속기소됐다.
그는 빌려준 돈의 이자를 받아내기 위해 직원을 채무자 김모(27.여)씨 집에 보내 빚 독촉을 종용했고 해당 직원은 김씨 자매를 성추행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들 외에 챙긴 이자의 규모가 비교적 적고 채권 추심과정에서의 불법행위가 경미한 김모(36)씨 등 22명은 불구속 기소 처분했다.
검찰 관계자는 "돈을 빌린 채무자들은 대부분 궁핍한 서민층으로, 불법 사채의 폐해가 심각함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며 "대부업 등록 요건을 강화하고 정기적인 감독을 하는 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kimbs@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 뉴텍미디어 그룹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 다 07108 (등록일자 : 2005년 5월 6일)
  • 인터넷 : 서울, 아 52650 (등록일·발행일 : 2019-10-14)
  • 발행인 겸 편집인 : 김영필
  • 편집국장 : 선초롱
  • 발행소 :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목로 72(신정동)
  • 전화 : 02-2232-1114
  • 팩스 : 02-2234-8114
  • 전무이사 : 황석용
  • 고문변호사 : 윤서용(법무법인 이안 대표변호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리
  • 위클리서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05 위클리서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aster@weeklyseoul.net
저작권안심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