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특집 지상토론회>이명박 정부 1년 평가와 새해 전망-1

이명박 정부 출범 1년이 지나가고 있다. 출범 이후 2008년 한해 무수한 일들이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경제, 남북 관계, 노동, 인권, 교육 문제 등 많은 사안들에 대해 절망적으로 평가하고 있고 2009년 새해에도 딱히 명쾌한 대안이 부재하다는 입장이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대통령의 공언도 대다수 국민들에겐 허언으로 들리기 시작한지 오래다. 경제는 여전히 곤두박질 치고 상황이 이러한데 정부여당은 역사교과서 수정, 국가보안법 부활 등 경제 살리기와는 무관하게 엉뚱한 곳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남북 관계도 파탄에 이르고 있다. 6.15, 10.4 선언 불이행, 북핵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심화되면서 정부 스스로 실행할 수 있는 정책이 부재하다는 평가다. 북·미 관계의 향방에 따라 대북 정책을 설정해야 하는 등 과거 10년 정부와는 확연하게 드러날 정도로 `선택지`가 줄어들기도 했다.       
악화일로로 치닫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각계 인사들의 평가는 어떠하며 2009년을 맞아 과연 어떤 대안이 제기될 수 있을까. <위클리서울>은 2008년 한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맞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통해 지난 한해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와 2009년 이명박 정부의 전망에 대해 `경제문제`와 `남북관계` `노동자와 농민` `역사교과서문제` 등 지난해 가장 논란이 일었던 분야별로 나누어 지상토론회를 가졌다.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 김병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센터장,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사회주의노동자연합 운영위원장), 한도숙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이신철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교수,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법학과 교수 등이 그 평가와 전망을 내놓았다. 

-경제 문제

"부자들 위한 정책, 불황 심화될 수밖에"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



세계적인 공황인데 이 공황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큰 화두다. 그러나 현 정부는 이미 실패한 부시 행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공황과 더불어 부자들을 위한 감세정책 등은 실제로 실업자를 많이 양산시키고 서민들 소득은 굉장히 낮아진다. 전체적인 구매력이 굉장히 낮아지고 국내시장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이른바 `부자들을 위한 정책`인 종합부동산세, 소득세 등을 동일하게 적용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쉽게 예를 들어 세금을 동일하게 2% 낮추면, 100만원 버는 사람은 2만원, 100억 버는 사람은 2억이 감세가 된다. 가진 자들이 돈을 안내니 불황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내년 우리 수출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는데 사실 선진국들이 전반적으로 경기가 나빠져 수출하기 힘들다. 국내시장은 부자정책으로 인해 서민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되니까 기업들이 생산해봐야 팔 곳이 없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규모를 지닌 국가다. 그러나 2010년까지 더 악화될 것이라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 미국을 상대로 한국이 수출규모를 늘릴 수도 없을 것이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부자들 소비는 줄어드는 마당에 부자정책만 쓰고 있으니 더 어려워진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국내 시장을 살리는 정책을 써야한다. 은행 스스로가 도산될지 우려하는 상황에서 은행을 살린다 해서 마냥 은행으로 돈을 투입시키는 것도 문제가 있다. 그동안 은행들은 대출을 많이 해줬고 남들한테 차입한 돈도 많아 이제 중소기업이나 서민한테 대출해줄 여력이 없다. 산업 전체랑 가계도 돈이 안돌아간다. 중소기업은 부채가 너무 많아 망하기도 하고 가계에도 부채가 많아 갚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돈이 중소기업과 서민에게 직접 전달돼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정부가 실제로 IMF때처럼 공적자금을 많이 만들고 부자들한테 세금을 많이 거둬서 중소기업에 직접적으로 돈이 들어가게 해야 한다. 실업수당도 늘리고, 빈민에게 생활수급도 해줘야 하며 의료, 학교 등을 지원하고 건설해야 한다.
대운하보다 이런 정책이 경제적인 면에서 파급력도 크다. 대운하 하면 실제 건설회사한테 돈 주는 것인데, 건설회사들은 사람을 쓰기 보다 기계를 다루기 때문에 기업가 주머니로 들어가는 돈이 많다. 이 대통령이 건설회사 어려우니 건설회사 도와주자는 건데, 건설회사 파산은 당분간 막을지 모르지만 이는 우리 산업 전체를 회복시키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미국은 경제와 더불어 사회보장제도가 엉망이다. 의료보험은 우리보다 훨씬 못하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사회보장제도를 하겠다` `실업수당 늘리고 학교나 병원 지원하겠다` 등의 공약을 내세웠다. 한국의 현 상태가 미국하고 별반 차이 없는데 그럼에도 현 정부는 아직도 신자유주의적인 사고에 젖어 있다.
최근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FTA도 문제다. 부시 행정부의 이러한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으로 한국이 자동차 수출해서 덕본다는 것에는 함정이 있다. 자동차로 재벌이 실제 이윤을 많이 남겼다. 그런데 그 이윤 때문에 세금을 더 내나? 그 돈이 누구 돈이냐? 실제로 노동자, 농민, 어민에게 돌아가는 돈인가? 전혀 아니다. 그저 대기업 자신들 호주머니 속의 돈이다. 결국 국내시장 없어지고 노동자, 농어민 다 죽는다.
금융산업에 있어서도 문제다. 미국은 금융산업 엄청 발달한 국가다. 키코 등의 금융산업이 한국 시장에 들어와, 그 산업이 커지면 커질수록 소득은 점점 더 불균등해지고 서민들은 서서히 몰락해 갈 것이다. 기득권 층은 좋은 정보 다 알고 가만히 앉아서 돈 줍고 있는데 그 틈에서 서민들이 버텨 낼 수 있을 것 같은가. 주식 사면 부자만 살게 되는 구조다.
국민들은 이런 FTA의 문제가 무엇인지 제대로 모른다. FTA 비준하면 잘 살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정부에서 거짓 선전을 일삼으니 국민들이 알 길이 없다. 물론 부자들은 현 정부가 무엇을 하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 

"촛불 배후? 새해엔 정부와 대통령이 될 것"
<김병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센터장>



글로벌 금융위기가 좀처럼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신용경색과 자산, 부채 축소과정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을 필두로 기준금리가 제로금리로 접근해가고 있는데도 유동성이 나아지고 있다는 신호는 없다.
더욱이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옮겨가면서 경제성장은 멈춰서 급기야 마이너스 시대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고용, 소비, 수출, 경제성장이 모조리 마이너스에 빠지면서 겨울 고용대란의 공포는 점점 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여전히 민간소비와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높고, 그 결과 일자리가 없거나 일자리가 불완전해 추가 취업을 해야 할 사람들이 현재 보다 더 늘어날 것이다. 다가오는 실업과 고용불안 공포를 느끼면서 국민들의 불안과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6일 그리스 아테네의 부유한 가정 출신 알렉산드로스라는 청년이 다른 친구들과 함께 경찰차를 향해 돌을 던지며 시위에 참여하다가 경찰관이 발사한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순식간에 청년들의 항의 시위와 폭동이 전국으로 확대돼 갔고 대학 휴교령이 내려졌지만, 수도 아테네를 포함한 4대 대학 도시로 학생들의 대규모 시위는 확산돼 갔다. 수백 채의 건물과 자동차가 불타고 은행이 공격을 받았다. 이 시위는 우파 집권당인 신민주당의 카라만리스 총리 퇴진요구로까지 발전했다. 신화와 관광의 나라 그리스에서 어떻게 국가가 마비될 정도의 대규모 시위가 이렇게 빠르게 확산되었던 것일까.
아일랜드와 함께 높은 성장세를 지속했던 유로권 국가인 그리스에서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생활난이 한 청소년의 사망을 도화선으로 폭발한 것이다. 특히 심각한 청년실업은 학생들의 불만을 증폭시켰고 시위를 주도하게 만들었다. 그리스의 청년 실업은 25%에 육박해 있는 상태다.
지금 국가 마비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그리스 시위에서 정부는 무엇을 교훈으로 얻어야 할 것인가. 지금처럼 국회 무능으로 정치 불신이 깊어지고 정부의 임기응변적 경제위기 대처와 노동자 책임 돌리기가 도를 넘어가면 촛불 말고 국민이 선택할 여지가 있을까. 그렇다면 2009년 촛불의 배후가 정치권과 정부와 대통령이 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남북 관계

"통일부 차원에서 남북한 회담 열어야"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



2008년도에는 남북한 관계가 실용이 아니라 이념이 지배했던 시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현 정부가 실용주의적인 접근을 하겠다고 표방했지만, 지난 정부와의 차별화만을 고수한 나머지, 김정일 총비서가 서명한 선언문인 6.15, 10.4를 무시하는 사태로 갔다. 결과적으로 남북 모두 남북한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는 커녕 방치하는 상황으로 몰고 갔다.
2009년에 가서는 남북 관계 후퇴를 바로 잡는 새로운 시도들이 남북 모두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까지 남측으로서는 남북 관계 개선에 의지가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한번도 구체적인 안을 낸 적이 없었다. 올해는 통일부 차원에서 남북한 회담을 갖자고 구체적인 방안을 내놔야한다.
우선 2월 25일 1주년 취임사를 통해 대통령이 대북 관계에 대해 언급했으면 한다. 이어 대북특사를 보내 북측 통전부장 등을 만나 남북한 관계 개선을 위한 합의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도 있다.
몇 가지 안을 제시하자면 첫째로, 남북 모든 기존 합의들을 존중하면서 특히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으로 채택된 6.15, 10.4에 대해 상호 긍정적인 검토방향으로 가겠다고 합의해야 한다.
둘째,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위해 국제무대에서 서로 협력하기로 해야 한다. 이런 합의가 도출되면 남측도 6자회담에서 과거처럼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셋째, 북한은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을 사과하고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넷째, 북한은 공식적인 매체를 통해 이명박에 대한 비방 자제하고, 남측도 민간단체가 북을 향해 뿌리고 있는 `삐라`를 차단해야 한다. 북한으로서는 최소한 한달 정도 이명박 대통령 비방 중지를 시범적으로 하고 여타 문제에 있어 상호 책임을 떠넘기는 게 아니라 조금씩 양보하는 입장을 취한다면 경색기를 벗어나는데 힘이 될 것이다. 
다섯째, 이산가족 문제와 인도적 지원 부분 등의 문제를 다시 논해야 한다.
여섯째, 2009년부터는 과거처럼 이념 대립으로 몰고 갈 것이 아니라 진정한 실용주의가 대두돼야 한다.
남북 모두 미국과의 관계도 빼놓을 수 없다.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관련 엘리트들 구성이 어떻게 돼 있는지 중요하게 고려하면서 소통에 임해야 한다. 현재 힐러리가 국무장관이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북·미공동코뮤니케는 북·미 관계를 이끌어 가는 중요한 기준이 됐었다. 그 당시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한 점을 고려해보자. 현재 북미 관계보다는 좀 더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핵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핵폐기 검증문제까지는 이루어 질 것 같다. 핵폐기로 가는 핵심문제가 올해 출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다소 낙관적이다. 불능화 이후 핵폐기 단계로 가면 지금까지보다 훨씬 복잡한 논의들이 제기 될 것이다. 새로운 흐름이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 본격적인 `핵폐기 로드맵`은 2010년까지 이어질 것 같다.   

"진전될 북·미 관계, 많은 준비해야"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전반적으로 한반도 지형이 당장은 바뀌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러 가지로 분석이 가능하지만 그 누구도 북한 내부사정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에 속단할 수 없다. 남북 관계가 악화되더라도 북·미 관계에 희망을 거는 북한이다. 이명박 정부에 섭섭한 게 쌓여있기 때문에 그게 풀리지 않는 한 풀리기 힘들다. 김정일 위원장 건강문제도 관심사다. 이런 부분이 먼저 풀려야 실마리가 마련된다.
지난 한해 굳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자면 지난 10년간 해온 소위 `퍼주기`라는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시도`했다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호의를 베푼 점을 보완하려 했다는 것. 그럼에도 부정적인 부분은 현재 남북 관계가 악화돼 있기 때문에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사안들을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지금 상태로 지속될 경우,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장기적인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장기적으로 이명박 정부가 북한을 어디로 끌고 가려는지 솔직히 모르겠다. 올해 중후반 무렵 북·미 협상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오바마 행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대북안이라는게 파격적인 부분이 별로 없다. 핵에 관해서는 굉장히 엄격한 입장이고 그렇다고 북한을 포용한다는 입장도 아니다. 행동 대 행동에 집중돼 있다. 정말 북한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포괄적으로 보는 시각이 체계화돼 있지 않다. 1∼2년내 미국이 준비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협상단계 들어섰을 때, 한국에게 아무런 대안도 마련돼 있지 않다면 경색기는 장기화될 것이다.
북한은 동북아에서 자신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이 주요국들 사이에서 합의될 때에만 핵을 포기할 수 있을 것이기에, 북한의 미래는 물론 한반도 평화구조에 관한 전략적 밑그림을 미리 만들어 제시해야만 오바마 행정부는 북핵을 새로운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핵문제를 미국에 기대고 남북 관계가 현저히 악화된 현상황이 지속될 경우,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할 수 있는 북한에 대한 포괄적 접근방식에서도 한국은 또다시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여하튼 협상을 시작할 때이고, 부시 후기와는 달리 북·미 관계는 어느 전도 진전될 것이다. 북·미 양자의 문제를 떠나 북한의 구조적인 문제가 지난번 보다 좀 나아질 테지만, 남측에서는 지금까지 준비돼 있는 게 없다.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면 남측으로서는 많은 준비를 해야한다.
북·미 관계가 잘될 가능성에 대비하는 건, 남측이 많은 것을 준비하지 않아도 괜찮지만 북·미 관계가 만약 진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남측은 지난 대선때 나왔던 구호수준을 넘어서서 비핵·개방·3000을 좀더 구체화시킨다면 북한도 섭섭하지는 않을 것이다. <기사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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