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 위한 시험, 가장 큰 피해는 농촌이…"
"상위 1% 위한 시험, 가장 큰 피해는 농촌이…"
  • 승인 2009.01.16 14: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일제고사 관련 중징계 장수중학교 김인봉 교장

일제고사 문제가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8명의 학생들에게 체험학습을 승인한 전북 장수중학교 김인봉 교장의 중징계가 내려져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전북도교육청은 지난 15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장수중학교 김인봉 교장에 대해 정직 3개월의 중징계결정을 내렸다. 최규호 도교육감은 김인봉 교장이 지난해 10월 14,15일 실시한 일제고사 때 학생 8명이 신청한 현장체험학습을 승인했다며 징계위에 넘겨 ‘중징계’ 결정을 요구한 바 있다.

징계위는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복종과 성실의무 위반과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업성취도 평가에 응해야 한다’는 초중등교육법 조항을 어겼다며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징계위는 “중요한 국가시책에 충실히 따르지 못한 책임을 엄중히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김교장이 시험을 고의로 거부하지 않은 점, 교장에게 체험학습을 허가한 권한이 있는 점, 도교육청이 사전에 충분히 지도하지 못한 측면이 있는 점을 고려”해 정직 3개월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사건은 지난해 10월로 올라간다. 당시 일제고사를 앞두고 장수중학교 3학년 학생 61명 중 15명이 현장 체험학습 신청서를 냈고, 김 교장은 `학부모 의사가 분명하고 학습계획이 확실한` 8명에게 승인을 내려준 바 있다. 그러나 전라북도 교육감은 이 행동이 "국가 공교육에 대한 사회적 우려를 초래한 비위 행위다"라며 인사위원회에 김 교장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그럼에도 불구 12월 23일 중 1·2학년 대상 전국연합학력평가, 이른바 `일제고사`를 보는 날 장수중학교는 일반 학교로는 유일하게 시험 대신 정상 수업을 진행했다.

12월 시험마저 거부한 장수중학교는 시·도 교육청으로부터 순식간에 `반골` 학교로 낙인이 찍혔다. 조용하던 장수읍내에 언론사 차량이 연이어 들어왔다. 김 교장은 종일 인터뷰에 시달렸다. 격려 전화와 항의 전화가 번갈아 걸려왔다고 한다.

그러나 장수중학교는 시험을 거부하는 학교가 아니다. 1·2학년만 해도 9월 전북도교육청 주관 학력평가, 10월 중간고사, 11월 장수군교육청 주관 학력평가, 12월 기말고사까지 2학기 동안 한 달에 한 번 꼴로 시험을 치렀다.

3학년은 거기에 10월 전국일제고사와 고입 연합고사, 모의고사 다섯 번까지 포함해 모두 열한 번 시험을 봐야 했다. 장수중학교는 시험 칠 때마다 아이들 성적을 점검하고 중간·기말고사 때는 학급·학년 전체 석차까지 매겨 통보해준다.

장수중학교 구성원들이 반대하는 것은 시험 자체가 아니라 전국의 모든 학생이 같은 문제를 풀어 등수를 매기는 방식인 `전국 일제고사`이다. 군·도내 학력평가로 충분히 학생 자신의 실력과 위치를 파악하고 있을뿐더러, 도시 아이들과 비교하면 뻔히 학력 차이가 날 텐데 굳이 `전국에서 4등급`을 확인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이번 중징계 조치에 `법적 대응`을 준비중이라는 김인봉 장수중학교 교장. <위클리서울>은 이번 사태를 두고 그와의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3개월 정직 중징계 처분을 받은 김인봉 교장

- 징계 내용이 무엇인가.  
▲ 공무원법에 `성실의무`, `복종의무` 등이 있는데 교육청에서는 이를 어겼다고 한다. 그러나 일제고사 거부와 관련해 이러한 조항을 적용하기에는 애매하다.

- 10월 일제고사 때 체험학습을 승인한 게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얘기인가.
▲ 하자 없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한 경우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교외 체험학습을 허가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2008학년도 장수중 학업성적 관리규정 제23조도 "현장 체험학습으로 인해서 출석하지 못한 경우, 출석으로 인정한다"라고 돼 있다. 독단으로 결정한 것도 아니다. 시험 전 몇몇 학부모가 체험학습을 가도 되는지 묻더라. 교직원 회의를 열어 신청서가 들어오면 어떻게 할지 논의했다. 계획이 확실하고 학부모 동의가 분명한 선에서 인정해주자고 결론 내렸다. 학부모 선택권을 존중한 결과였는데, 사실 원칙대로 하자면 `학생 선택권`까지 보장해줬어야 한다.

- 지난해 10월과 12월 일제고사와 관련한 학교측의 입장에 차이가 있다. 12월에는 학교 차원에서 치르지 않았다는데….
▲ 10월 일제고사는 교과부가 주관하는 시험이다. 3학년만 시험만 쳤다. 61명중 8명만 현장체험 학습을 신청했고 이를 인정했다. 12월 일제고사 때는 시·도 교육감협의회에서 학교 자율에 맡겼다. 따라서 12월 건으로는 문제가 안된다. 전라북도교육청으로 자율적으로 결정하라며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10월 일제고사를 두고 문제시 하는데 당시 교육청에서 `전원 다 봐야 한다`는 식의 공문을 보낸 적도 없다. 현장체험학습과 관련해 공무원법을 들먹이는데 앞서 말했듯 체험학습을 인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다 있다. 당시 거기에 근거해서 현장체험학습을 인정한 것이다.  

- 10월과 12월, 학교 내에서는 어떤 절차를 거쳤나. 
▲ 제 혼자 결정한 게 아니다. 학교운영회의와 교직원회의를 열어 결정했다.  

- 일제고사를 치르고 싶어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도 있을 텐데.
▲ 12월에는 학교별로 응시여부를 결정하라고 했다. 따라서 일제고사를 치르고 싶은 학생들을 배려해줄 수 없었다. 그래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
12월 일제고사는 1, 2학년에 해당되는 것이었다. 만약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주었더라도 150여명 중 10명도 안나왔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 이번 사태로 장수중 학부모와 학생들의 반응은 어떤가.
▲ 한 학교의 교장이 이런 일로 징계 받는다는데 누가 좋아하겠나. 적어도 제 주변 사람들은 문제가 무엇인지 인지하고 있다. 그리고 장수에서는 농민회나 공무원위원회 등을 비롯해 10여개의 위원회가 꾸려져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일제고사 거부를 `틀렸다`로 받아들이는 현실에서 제 판단은 불온한 가치로 전락돼버렸다. 하지만 장수중 학부모들은 교과부나 교육청 지침보다는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한다`라는 제 교육철학을 믿고 있는 것 같다.
징계 계획이 알려지자 가장 먼저 들고 일어난 것도 학부모다. 전교생이 215명인데 며칠 만에 전교생 전체 해당 학부모들이 `중징계 반대`에 서명했다. 학부모들은 징계 철회를 외치며 끝까지 나서서 싸울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 원론적 질문이다. 일제고사, 뭐가 문제라고 보는가.
▲ 일제고사는 다섯 가지의 화(禍)를 가져온다. 서열화 문제, 학교의 학원화, 교육의 양극화, 교육의 획일화, 사교육비의 고액화 문제 등이 그것이다.
일제고사란 전국의 모든 학교 모든 학생이 똑같이 시험치는 것을 말한다. 획일화되면 등수가 매겨진다. 그러려면 거기서 1등급이라도 올라가기 위해서 사교육비는 자연스레 증가한다. 학교별로 정부지원도 달라진다. 양극화 될 수밖에 없다. 학교는 학생들로 하여금 `지덕체`를 골고루 갖추게 해야하는 의무도 있는데 일제고사는 학생들의 인격 향상에도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 일제고사의 장점은 없다고 보나.
▲ 개인적으로는 반대하지만, 제 개인적인 소신을 모든 학생들에게 강제하고 싶지는 않다. 보기 싫은 사람에게는 선택권을 줘야 한다. 그러나 비교나 경쟁을 통해서 자기 실력을 알고 싶은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학생들에게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런 학생들은 치르게 해주면 된다.

- 분위기를 봐서는 일제고사가 계속 시행될 것 같다. 이런 가운데 교육 당국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보는가.
▲ 개인별로 선택권을 줘야한다. 참고로 장수중은 모의고사 많이 봐왔다. 3학년이 61명인데 대체적으로 30% 정도 응시한다. 다른 학생들 귀가하고 자신의 실력 알고 싶은 사람은 오후에 남아서 시험을 치른다.    

- 지난번 일제고사 거부를 유도했다는 이유로 징계당한 7명의 교사들 문제와 관련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 정말로 이 시험이 중요하고 필요하다면 그런 징계 안하더라도 시험 보고 싶은 학생들은 다 본다. 정부 여당을 비롯해 교육청은 이 시험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험에 대해 자신이 없는 것이다. 장수중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8명이 체험학습 간 것 가지고 징계를 내리나. 이 시험에 자신 있으면 그런 결정 내릴 수 없다. 

- 정부 여당과 교육청이 무리하게 일제고사를 강요하는 원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 상위 1% 교육정책을 강요하는 것이다. `계속 밀고 나가겠다`는 식인데 결국 1% 정책이다. 가장 피해를 보는 게 농촌이다. 10등급은 농촌이 도맡는다.

- 징계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전교조 탄압 등의 정치적 이유를 들던데.
▲ 냄새가 난다. 저와 비슷한 사례로 지적받고 있는 6개 학교 교장에게는 `견책`이라는 경징계를 내렸다. 7명의 교사들과 마찬가지로 전교조 출신인 저 역시 해면이나 파면 등의 중징계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 지금까지 상황으로 봐서는 일제고사의 폐해가 큰 것 같다. 그렇다고 이 문제만 해결된다고 해서 우리 교육 환경이 나아진다는 보장은 없을 것 같은데 다른 문제들을 지적한다면.
▲ 일제고사가 중단되더라도 상황이 악화되는 것만 막는 것일 뿐이지 상황을 개선시키는 것이 아니다. 이것을 계기를 해서 농촌교육과 공교육 강화 등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 현재 우리 교육 환경을 평가하고 대안을 제시한다면.
▲ 현재 우리 교육 현장은 평가를 위한 교육을 하고 있다. 교육을 위한 평가가 아니다. 본말이 전도 됐다. 이게 바로 잡혀야 한다. 교육의 주체가 교사와 학부모라는 것을 인정해 줘야한다. 정부에서는 교육의 주체를 자신들을 보고 있다. 이제 이런 문제를 확실히 정리해야 한다.

- 3개월 정직이라는 중징계가 내려졌다. 어떻게 할 것인가.
▲ 법적 투쟁으로 대응할 것이다. 시험 다음 날인 10월 16일 장수군 교육청에서 장학사 둘과 일반직 두 명이 학교로 조사하러 왔기에 경위서를 써서 줬다. 그 후 세 번 더 방문을 오고 도교육청 감사담당관실에서도 두 번 출석 요구를 받았는데 모두 응하지 않았다. 내 행동이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비판과 논란의 대상은 될 수 있을지언정 징계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행정소송 등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 정부 여당과 교육청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 일제고사 중단하고, 앞서 말했듯이 평가를 위한 교육을 그만 해야 한다.

-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란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 뉴텍미디어 그룹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 다 07108 (등록일자 : 2005년 5월 6일)
  • 인터넷 : 서울, 아 52650 (등록일·발행일 : 2019-10-14)
  • 발행인 겸 편집인 : 김영필
  • 편집국장 : 선초롱
  • 발행소 :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목로 72(신정동)
  • 전화 : 02-2232-1114
  • 팩스 : 02-2234-8114
  • 전무이사 : 황석용
  • 고문변호사 : 윤서용(법무법인 이안 대표변호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리
  • 위클리서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05 위클리서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aster@weeklyseoul.net
저작권안심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