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전반, 1년 사이에 삽으로 완전히 파헤쳐져"
"교육 전반, 1년 사이에 삽으로 완전히 파헤쳐져"
  • 승인 2009.01.1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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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윤숙자 회장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겠다는 정권이 등장한 2008년, 우리 사회는 경제 위기를 포함한 사회 모든 분야에서 엄청난 혼란과 갈등을 겪었다. `잃어버린 10년 되찾기`는 결국 우리 사회의 모든 사회 구조와 정치 지형을 10년, 20년 전으로 후퇴시켰다는 비난에 휩싸이게 했으며 이에 대한 국민적 저항 또한 해를 넘기면서도 이어지고 있다. 

교육계 또한 험난한 시련의 연속이었음은 물론이다. 교육 개혁 진영은 공교육 틀을 그나마 고수하고 교육기회의 형평성 제고를 위한 최소한의 국민적 합의사항인 `고교평준화`와 `대입 3불 정책`을 현상유지하기 위해 교육현장 곳곳에서 비판의 날을 세워왔다. `5.31교육개혁`으로부터 시작된 시장주의 교육정책을 완결하기 위한 제도적, 법적 기반 구축에 주력하는 새 정부의 교육 정책에 저항하며 2008년 한해를 보낸 것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지지하지도 막지도 못한 채 한해가 끝나고 말았다. 교육 개혁 진영의 반발과 저항에도 불구,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일정부분 목표한 성과를 거두며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구체적인 폐해가 지적된다. 일제고사 부활, 국제중학교 설립 등으로 교육의 서열화, 획일화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학생 인권 문제를 비롯 이로 인한 사교육비 폭등에 학부모들이 큰 부담을 지게 된 현실도 문제다. 역사교과서, 도덕교과서 수정 논란도 파장이 그치지 않고 있다.
이는 이명박 정부 출범 1년 사이에 본격화됐다. <위클리서울>은 지난 한해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과 관련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를 찾아 윤숙자 회장의 얘기를 들어봤다. 윤 회장은 "이명박 정부가 근본적으로 `5.31교육개혁`을 주춧돌로 삼았다지만 이 정도로 개악을 시도할지는 몰랐다. 1년 사이 교육 전반을 삽으로 완전히 파헤쳐 놨다"고 일갈했다.
윤 회장은 일제고사와 국제중 설립 등의 폐해를 지적하며 "현재 학생들의 인권은 무참히 짓밟히고 있으며 학부모들은 사교육비로 등골이 휜다"며 "좀 심하게 말하자면, 이제는 초등학교 때부터 대입을 준비해야 하는 시대"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윤숙자 회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윤 회장은 현재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를 둔 학부모이기도 하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윤숙자 회장

- 2008년 한해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해 평가한다면.
▲ 학교교육 만족 2배, 사교육 절감을 부르짖었던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교육비는 폭등했고 학부모와 학생들은 교육으로 인해 폭발 직전 상황까지 와있다. 2009년에는 혼란과 갈등이 더 심화될 것이다.
현재 경쟁교육으로 인한 폐해만 양산되고 있다. 이를 공론화해서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데 이명박 정부가 민주주의의 절차와 과정을 무시하니까 교육 문제 역시 극복되기가 힘들다. 교육문제 역시 사회적 논의와 합의 과정을 통해 고쳐나가야 한다. 2010년에 지자체선거와 교육감선거가 동시에 열린다. 현 정부는 그때 새로운 심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현재 어떤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나.
▲ 우선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교육비, 등록금 문제 등이 현실적으로 가장 곤욕스러웠던 점이 아니었나 싶다. 사교육 문제가 컸다. 아울러 학생들은 방학 기간 새벽 6시부터 12시까지 기숙사 생활을 한다. 국제중과 특목고를 가기 위해서다. 특목고 준비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초등학생들까지도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중3이면 대학 입시를 대비한다. 방학기간 5주에 250만원을 내고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이때 외출은 일절 금지되고 부모님 면회는 1회 주어진다. 결국 어려서부터 경쟁교육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학교간 경쟁도 부추기는 현상이 일어날 것이며 각 학교의 학칙은 강화되면서 명품학교를 지향할 것이다. 이는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벌점제도가 더 촘촘해지고 퇴학이 증가했다. 학교가 입시학원화 돼 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새 정부 들어 전면적으로 노골화되고 있다.  

- 지난 한해 일제고사 부활로 논란이 많았다. 뭐가 문제라고 보나.
▲ 명품학교를 지향할 수밖에 없고 경쟁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사교육비 증가는 불보듯 뻔하다. 일제고사는 현재 미도달·도달·우수 등 3단계로 나눠서 평가한다. 이후 더 세분화될 것이다. 더불어 각 학교들은 성적 결과를 두고 교사도 도마 위에 올릴 것이다. 좋은 교사와 나쁜 교사를 나누는 것이다. 결국 교장은 교사를 족치고, 교사는 학생들 족치고, 학부모는 학생을 학원으로 보내며 사교육비로 등골이 휘는 악순환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 속의 경쟁은 대단히 비교육적인 획일화 정책을 대변한다.

- 일제고사 징계 파문은 어떻게 보나.
▲ 일제고사 사태 이후 학생과 학부모가 나서 교사를 보호해왔다. 해당 반 학생들 학부모는 물론 해당 반이 아닌 학부모들도 학교로 쳐들어갔다. 그만큼 말도 안되는 사건이었다. 전교조에 대한 정치적 보복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급식비 빼돌리는 교사, 폭력과 성추행으로 얼룩진 교사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게 교육청이다. 정황상 유신독재와 별반 차이 없는 현실이다. 이른바 명품학교에서는 일제고사를 일부러 못치게 하는데 아무도 징계받지 않는, 정반대 현상이 일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 그런 일도 있었나.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나.
▲ 일제고사가 치러진 지난해 여러 문제들이 나타났다. 강남에서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한 학부모의 얘기다. 학교측은 이 아이에게 일제고사를 치지 말라며 체험학습을 보내버렸다. 왜? 학교 평균 성적을 깎아먹는다는 이유라고 볼 수밖에 없다.
수원의 또 다른 중학교에서도 일제고사와 관련해 문제가 있었다. 그 학교 1학년 학생 수는 325명, 그 중 운동부 학생은 6명이고, 도움반(특수학급) 학생 수는 5명이었다. 운동부 학생들은 시험을 봤음에도 재적수와 응시수에도 제외되었으며 답안지는 폐기됐다. 특수학급 학생들은 시험 자체를 보지 않았다. 재적수와 응시수에 미포함됐다.
일제고사가 학교성적을 높이기 위한 과열양상으로 치닫는 등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피해자는 학생들이다. 결국 진단평가라고 하는 명목이 학교에서는 전국단위 서열화, 학교간 비교로 인식되면서 교육기관에서 있어서는 안 될 비교육적인 일이 학생들 대상으로 일어났다. 애초에 학교간 개인간 성적을 비교하지 않겠다고 한 시도교육감협의회 지침 자체가 허구로 드러난 사례이므로 일제고사 자체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이 학교는 또 교육부 주관의 중 2, 3학년을 대상으로 한 교과학습진단평가도 운동부 학생과 특수학급 학생들을 제외하고 치러졌다. 아울러 그 결과를 학내에서 교과별로 자체 활용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제외된 학생은 운동부 9명, 특수학급 11명이다. 
이같은 방식은 교육부와 교육청이 밝히고 있는 진단평가 목적이나 시험의 기본방침과도 어긋난다. 교육부는 1% 표집 대상이 아닌 학교의 경우 교과학습 부진학생 판별용으로 활용하며, 지난해 5월초 분석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교육청 또한 `중 1학년 학생의 학력신장 도모`를 목적으로 시행계획에서 명시한 바 있다.

- 성적이 평균을 웃도는 경우 학교측은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하는가.
▲ 성적이 평균적인 아이들 역시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 현재 대다수 아이들은 자신의 성적을 두고 자신의 미래를 일찍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예전엔 초등학교 중학교때 공부를 못해도 고등학교때 따라갈 수 있었는데 현재는 그렇지 않다. 초등학교때 영어실력이 떨어지면 고등학교까지 그 실력으로 성장하게 되는 구조다. 돈이 많은 집 자식들은 미적분을 중학교때 마스터하는 경우도 있다. 없는 집 자식의 학부모로서는 자식에게 투자할 사교육비가 없기 때문이다. 경제가 살려면 중소기업들이 튼튼해야 하듯이 80%의 소외 받는 아이들에 대한 교육적인 배려도 이루어져야 한다. 상위 몇 프로에만 집중 투자한다면 우리 교육 전반적인 틀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 학생 신분으로서 아무리 교육의 질이 개선된다 할지라도, 이를테면 일제고사를 폐지한다 할지라도, 본질적으로 경쟁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교육의 전반적인 성장을 위한 특별한 대안이 있다고 보나.
▲ 경쟁은 어디서 오는가? 똑같은 잣대, 획일화, 서열화에서 온다. 일제고사를 제쳐두더라도 우리사회는 아직 교육철학이 부재해 있다. 따라서 당장은 힘들겠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교육에 있어 학생 각자의 개성을 살려주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핀란드가 좋은 사례다. 학생들의 적성에 따라 평등하게 교육시킨다. 국·영·수만 잘해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는다. 수업은 대부분 1대 1 형식으로 진행된다. 교사가 학생 각각의 개성을 분석해서 학생들 개개인의 재능을 이끌어 낸다. 수학을 잘하면 수학자로, 문학을 잘하면 문인으로, 예술에 소질이 있으면 예술가로, 운동에 소질이 있으면 운동선수로 키우는 것이다. 학년이 있지만 사실상 `무학년제`다. 같은 학년에서 곱셈을 3개월 후에 마스터하는 학생과 1주일 안에 마스터하는 학생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렇듯 다양한 개성을 관리하려면 교사의 능력이 중시된다. 그래서 석사 이상 학력 소지자들이 교사를 맡는다. 물론 정책도 무시할 수 없다. 핀란드는 사민주의 국가임과 동시에 모든 국민들에게 교육, 의료, 그리고 대학교육까지 무료로 제공한다.   
결과적으로 학생들은 성장하면서 자신의 개성을 최대한 살린다. 이런 나라들은 대학 입학비율도 저조하다. 대학을 나오고 안나오고의 차별도 없고 대학을 가지 않아도 자신이 맡은 분야에 최선을 다하면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이 백년대계이듯 핀란드의 경우 최근 다방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 만약 한국에서 그렇게 교육하면 다들 연예인이 되려고 하지 않을까.
▲ 이는 한국 교육 시스템 속에서 선망의 결과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만큼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갇혀 있다는 얘기다. 영상으로 보여지는 화려한 것들에 쏠릴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정상적인 교육을 받는다면 이런 일은 없을 것이다. 교육 시스템 전반이 바뀌지 않는 한 악순환은 계속 될 것이다.

- 윤 회장을 비롯 참교육을위한학부모회라는 소속과 직책 때문에 해당 학부모 자녀분들이 학교로부터 불이익을 받는 경우는 없는가.
▲ 제 경우는 중학생, 고등학생 두 아이가 있는데 아직까지 학교로부터 불이익을 받은 적은 없다. 임원진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녀들이 부모의 소속과 직책 때문에 불이익을 받은 적은 없다. 다만 일반 회원 분들은 혹 자녀가 걱정돼 학교 교사들과의 상담중에 밝히기를 꺼려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일부러 드러낼 필요는 없지 않은가.

- 마지막으로 2009년 이명박 정부에 바라고 싶은 점이 있다면.
▲ 얼마전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이 교육 정책을 두고 `기존 대나무를 뽑아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10∼20년 정착해온 시스템을 모조리 뽑아버리고 다시 시작하자라는 의미에서 던진 말이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경제 논리로 모든 걸 바꾸려고 한다. 이주호 의원 같은 경우 경제학자 아닌가. 전문가도 아니면서 얄팍한 아이디어 몇 개로 교육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선진국의 교육 정책의 경우 한번 시행하면 적어도 5∼6년간 지속적으로 끌고 간다. 문제가 생기면 어느 정도 시행한 후에 고치는 것이다. 우리는 매번 개정하니 국민들과 학부모, 학생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만약 교육 정책을 바꾸려면 국민적 합의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국민들 목소리가 전혀 수렴되고 있지 않다. 앞으로 정부여당은 올바른 절차와 토론을 통해서 향후 정책을 이끌어 갔으면 한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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