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철희의 바라래 살어리랏다>'위도띠뱃놀이' 현장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위도띠뱃놀이`가 28일 위도 대리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마을사람들, 김호수 부안군수를 비롯한 군관계자, 학계, 문화계, 언론계, 사진가 등 각계 인사들, 또 위도띠뱃놀이를 구경 온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신명난 축제 한마당을 열었다.

이수영 위도띠뱃놀이보존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위도띠뱃놀이’는 바다라는 삶의 터전에서 우리 조상들이 어떤 때는 신과 자연과 싸우고 화해하며, 어떤 때는 인간과 사회가 갈등하고 경쟁하며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세상을 꿈꾸었던 문화의 기록이다.”며, “2009년 위도띠뱃놀이는 그동안의 침체로부터 벗어나는 새로운 시작이 되어 대동과 나눔의 삶을 현재의 국면에서 새롭게 재발견하길 소망한다.”고 했다.

김호수 군수는 “위도띠뱃놀이는 새로운 한 해에 부디 불행한 일이 닥치지 않고, 마을 주민 모두가 건강하고 평안하게 살고자하는 생존과 번영의 열망이 바닷물결처럼 넘실댔던 축제였는데, 2009년은 이러한 위도띠뱃놀이의 의미가 더욱 뜻 깊어 지는 해인 것 같다.”며, “경제 한파로 더욱 어려워지는 서민의 살림살이에 붙은 체념과 절망의 어두운 그림자가 복과 신명, 그리고 희망에 놀라 멀리 달아나고, 새해에는 더욱 건강하고, 큰 성취가 있길 소망한다.” 했다.

특히, 부안문화원에서는 인간문화재 나금추 여사(부안농악)와 김봉기, 박선옥 외에 여러 예인들을 모시고 상쇠놀이와 풍물, 시조창, 가야금 병창 등을 공연해 이날 축제에 신명을 더했다.  



지난 해 12월 12일 개관한 `위도띠뱃놀이 다목적 전수관`/지상 2층(연면적 300㎡)에 전수활동실 6실과 전시시설, 다목적생활관, 주차장 등을 갖췄다. 전수관에서는 띠뱃놀이 행사와 전수생ㆍ관람객 체험프로그램 등이 진행되며 홍보관으로도 활용된다.


원당에 오르고 있다.






원당제


화장, 잡귀를 쫒기 위해 무섭게 꾸몄다.


위도에서 띄우는 ‘풍어의 꿈’

위도가 조기어장으로 성시를 누리던 시절, 정월 초하루부터 보름까지 위도 곳곳에서는 풍어제와 지신밟기, 줄다리기 등의 마을 공동제(共同祭)가 성대하게 치러졌다. 그러나 1970년대 중반이후로 조기가 칠산바다에서 자취를 감추자, 지금은 예전의 그 화려했던 시절을 뒤로하고 멸치잡이와 김양식 등을 주업으로 하는 한적한 어촌으로 변해 있다. 따라서 성대하게 치러졌던 풍어제도 그 맥이 끊기거나 간략해졌는데 대리(大里)마을의 ‘띠뱃놀이’만은 유일하게 원형을 잘 간직한 채 그 맥을 잇고 있다. 1978년 춘천에서 열린 제19회 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영예의 대통령상을 받아 부안의 귀중한 민속유산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고, 1985년 ‘위도띠뱃놀이`라는 이름으로 중요무형문화재 제82호로 지정되었다.

대리 마을의 위도띠뱃놀이는 해마다 음력 정월 초사흗날 치러진다. 원당제, 주산돌기, 용왕제와 띠배에 액을 띄워보내기의 순서로 이른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진행되며, 시종 ‘에해용 노래’, ‘가래질 소리’, ‘술배 소리’ 등 어부들의 삶 속에서 녹아 있는 소리와 풍물, 신명난 춤을 추며 축제분위기로 이어진다.

위도띠뱃놀이는 엄격하게 치러진다. 섣달 20일경이 되면 동네 어귀에 금줄을 치고 잡인의 출입을 금한다. 부정을 막기 위해서이다. 출산을 앞둔 임산부는 산막으로 옮겨가도록 하고, 부정이 없는 사람으로 화주(제주), 원화장(제물 준비하는 사람), 부화장(제물 나르는 사람)을 뽑는다. 뽑힌 화주나 화장은 일체의 부정한 것을 멀리 하고, 찬물로 목욕재계 한 후 제물을 정성껏 준비하는데 말을 해서는 안 되고 물건 값을 깎아서도 안 되며 최상품의 제수로 준비한다.

화장이 제물을 준비하는 동안 마을사람들은 지신밟기를 한다. 지신밟기는 정월 초하루부터 시작하여 초사흗날 띠뱃놀이를 끝내고도 대보름까지 이어진다. 흥겹게 굿을 치며 마을 곳곳, 집집마다를 돌며 지신을 진압하여 잡귀를 쫓고, 마을과 가정의 안녕을 빌어준다. 이때 집집마다에서는 쌀이나 돈을 내놓는다. 이때 모아진 쌀이나 돈으로 이듬해 제물은 준비한다.

정월 초사흗날, 날이 밝으면 영기를 든 기잡이를 선두로 무당, 화주, 화장, 선주의 뒤를 따라 굿패가 흥겹게 굿을 치며 뒤따르고, 오방기와 뱃기를 든 기수와 마을사람들이 그 뒤를 따라 마을 동쪽 높은 산 정상에 있는 원당에 오른다. 당집 안에는 산신상, 원당마누라상, 본당마누라상, 옥적부인상, 애기씨상, 수문장상, 장군서낭상 등의 마을과 바다를 수호하는 7위의 신상이 모셔져 있다.

원당제는 화장이 지게에 지고 온 제물을 내려 진설을 끝내면 화주의 독축을 시작으로 ‘성주굿’, ‘산신굿’, ‘지신굿’, ‘서낭굿’, ‘손님굿’, ‘깃굿’ 순으로 오전 내내 이어지는데 무당의 사설이 계속되는 동안 마을사람들은 차례로 엎디어 저마다의 소원을 축원하고, 굿 한 판이 끝날 때마다는 농악을 치며 신명나게 춤을 춘다. 당굿이 끝나면 제물을 당 앞으로 내다놓고 음복한다. 이 때 무당은 선주들에게 산(算)쌀을 집어주어 짝수가 되면 그해 무사안녕하고 고기를 많이 잡는다는 `산점`을 친다. 이 때 선주들은 성의껏 금전을 젯상 위에 놓아 준다.

원당굿이 끝나면 그 해에 배에 모실 신을 지정하는 깃굿을 하고 농악을 치며 내려온다. 오는 도중에 바다로 돌출한 용바위에 올라 제수로 쓴 음식을 바다에 던져 바다에서 죽은 무주고혼들에게 풀어먹인다. 이어서 마을 앞 당산나무 아래에 모여 주산돌기를 시작한다. 이는 육지의 당산제 성격인데 마을사람들이 용줄을 어깨에 메고 농악에 맞추어 에해용 소리를 부르며 마을을 돈다. 그러나 요즘은 마을 사람들 수가 적어 용줄은 생략하고, 영기와 오방기를 앞세우고 농악을 치며 마을을 돈다.

주산돌기가 끝날 시각이면 바닷가 선창에는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만든 폭 2미터, 길이 3미터 정도의 띠배가 먼 바다로 떠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 배 안에는 긴 백지 위에 동방청용장군(東方靑龍將軍), 서방백호장군(西方白虎將軍), 남방주작장군(南方朱雀將軍), 북방현무장군(北方玄武將軍), 중앙황제장군(中央黃帝將軍)의 오방신장에 맞춰 쓴 액을 쫓는 깃대를 세우고, 동네 우물가나 당산나무 아래 그리고 동네의 터가 센 곳에 액을 몰아가라고 세워 두었던 짚으로 만든 허세비(허수아비)를 거두어 싣는다.

이렇게 온갖 재액과 풍어의 꿈을 실은 띠배를 물에 띄워 모선에 연결시킨다. 농악과 선주기가 모선에 오르면 배치기소리를 더욱 우렁차게 부르면서 용왕님이 먹을 회식밥과 묵은 해의 재액인 허수아비를 가득 실은 띠배는 모선에 이끌려 바다 한 가운데로 나아간다. 농악소리도 점점 멀어진다. 재액에게 다시는 오지 말라고 전송하는 환호성도 점점 잦아든다.


원당제를 지내는 사이 마을 앞 부두에서는 띠배가 다 만들어졌다.




용왕제


떠나가는 띠배


배치기 노래

          닻케라(예) 노저라(예) 돛 달어라(예)
(메김소리) 돈 벌러 가세 돈 벌러 가세 칠산바다로 돈 벌러 가세
(받음소리) 에해해해해야 에해해해해야
(메김소리) 칠산바다 들어오는 조기 우리배 마장에 다 떠 실었단다
(받음소리) 에해해해해야 에해해해해야
(메김소리) 우리배 사공님 신수 좋아 오만칠천냥 단물에 벌었네
(받음소리) 에해해해해야 에해해해해야
(메김소리) 뱀제네 마누라 술동이 이고 발판머리서 춤을 춘다네
(받음소리) 에해해해해야 에해해해해야
(메김소리) 오동추야 달 밝은 밤에 정든님 생각이 절로나 나네
(받음소리) 에해해해해야 에해해해해야
(메김소리) 노자 노자 젊어 노자 늙고 병들면 못노나니
          그드럼 거리고 놀아나 보자
(받음소리) 에해해해해야 에해해해해야
(메김소리) 어기여차 닻 둘러 매고 연평바다로 돈벌러 가잔다
(받음소리) 에해해해해야 에해해해해야
(메김소리) 돈 실러가자 돈 실러가자 연평바다로 돈 실러가자
(받음소리) 에해해해해야 에해해해해야
(메김소리) 오동추야 달밝은 밤에 아남팟 네물에 불꼬리 떳다
(받음소리) 에해해해해야 에해해해해야
(메김소리) 칠산바다는 잔조기요 연평바다는 큰 조기란단다
(받음소리) 에해해해해야 에해해해해야
(메김소리) 구월산에 둘러싼 조기 서울 장안에 금빛이란단다
(받음소리) 에해해해해야 에해해해해야
(메김소리) 연평바다 깔린조기 우리배 사공님 애 태운다네
(받음소리) 에해해해해야 에해해해해야
(메김소리) 세월아 봄철아 가지마라 아까운 청춘이 다 늙는다
(받음소리) 에해해해해야 에해해해해야
(메김소리) 청춘은 가고 늙어만지니 이네 박발이 무정허고나
(받음소리) 에해해해해야 에해해해해야
(메김소리) 잘허는 동무는 상금주고 못허는 동무는 벌을 준다
(받음소리) 에해해해해야 에해해해해야
(메김소리) 입하소망에 날 못잡고 날싼 사공아 내꼬리 잡어라
(받음소리) 에해해해해야 에해해해해야
(메김소리) 우리배 뱀재님 재수좋아 오만칠천양 단물에 벌었네
(받음소리) 에해해해해야 에해해해해야
(메김소리) 우리배 사공 뱀재님네 술집마당에 농창그린단다
(받음소리) 에해해해해야 에해해해해야
(메김소리) 이물대 꼬작에 봉죽기 달고 허리대 꼬작에 장아발
          띠었단다
(받음소리) 에해해해해야 에해해해해야
(메김소리) 옥동도화는 만사춘허니 가지가지가 봄 빛이란단다
(받음소리) 에해해해해야 에해해해해야

<허철희님은 부안생태문화활력소 소장으로 `부안21`을 이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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