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악!" 도심 한복판 들려오는 까마귀 소리
"까∼악!" 도심 한복판 들려오는 까마귀 소리
  • 승인 2009.02.1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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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상의 삶의 향기 폴폴> 일본 여행기

지난 1월 말 몇몇 일행들과 3박4일 일정으로 일본에 다녀왔습니다. 다음 글은 그때 여행기를 쓴 것입니다. 이번 여행기는 두차례에 걸쳐 연재됩니다.

도쿄에서의 첫날

"도쿄 제1청사입니다. 맨 위층에 시민들을 위한 전망대를 마련되어 개방하고 있습니다. 시민을 위하는 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라고 하겠습니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서 도쿄 제1청사를 올려다보았다. 제2청사는 바로 옆에 있었다. 태평양 시대의 주역으로서 대비하기 위하여 설계되었고 건축되었다고 한다. 동북아 시대의 주역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비교가 저절로 되었다. 도쿄도 청사의 웅장한 모습에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까∼악!" 귓가에 들려오는 까마귀 소리에 놀라서 바라보았다. 광장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는 새카만 새를 발견할 수 있었다. 까마귀였다. 후각이 아주 예민하여 죽음의 냄새를 가장 잘 맞는다고 한다. 그래서 죽음을 알려주는 새라고 하여 우리는 흉조라 여기고 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길조라고 한다니, 조금은 의외였다. 그것도 시내 한 복판에서 자유를 누리고 있으니,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전망대까지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니, 금방 올라갈 수 있었다.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시 전체가 널따란 평지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상자 곽처럼 고층 빌딩으로 꽉 차 있어 답답하게 보였다. 어디를 보아도 여유 공간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시 전체를 팔면 미국도 살 수 있을 정도로 땅값이 비싸다고 하니, 그럴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시내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우리의 몸을 생각해본다. 꽉 차버려서 더는 채울 것이 없을 것이란 생각이 먼저 든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순간순간 거듭 태어나지 않으면 노쇠해진다. 음식이 공급되지 않으면 살 수 없다. 숨을 쉬지 않으면 죽는 것이다. 그렇다면 음식이나 물 등의 재료를 통해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서는 비어 있어야 한다. 비어 있지 않으면 거듭 태어날 수가 없다. 다시 말하면 장이 쉴 수가 없게 된다. 장이 쉴 수가 없으면 새롭게 태어나지 못하고 노쇠해질 수밖에 없다. 새롭게 태어난다는 것은 신체적인 변화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정신적인 문제도 함께 수반될 때 가능해진다.

꽉 차버린 도쿄 시내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더는 채울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더는 새로운 얼굴로 변신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마음을 잡았다. 물론 거대한 고층 빌딩이 웅장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우리 몸의 장기가 숨을 쉴 수 없게 할 정도로 답답하다.

지구촌 전체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자투리라고는 찾아보기가 어려운 시내의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도구를 바꿔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도쿄 시내의 모습은 묵은 시대의 얼굴이란 생각을 해본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도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유난히 좁은 도쿄 시내의 도로를 달리면서 인생의 길을 생각한다. 평탄한 길이 있으면 굽은 길도 있고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기 마련이다. 장자의 말이 새로워진다. 비워내는 것이 도에 이르는 지름길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꽉 차 있는 시내를 바라보면서 비어 있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거대한 도시 도쿄의 첫 인상은 "크다"와 "너무 꽉 차 있다"라는 느낌이다. 이국적인 느낌은 조금도 느낄 수 없었다. 하는 말만 틀릴 뿐 생긴 모습은 우리와 닮아 있어 조금도 낯설다는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무엇이라고 콕 꼬집어 표현할 수 없이 애매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그렇게 일본의 첫날밤을 보냈다.

쇼군의 사찰 증상사

"이게 무엇이지?" "벚꽃인가? 벌써 꽃이 피지는 않았을 텐데…." "매화예요, 매화!" "정말 매화네요."

정말 매화였다. 오래된 나무에 피어난 꽃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많이 피어나 있지는 않지만 한 두 송이가 활짝 피어 있었다. 우리나라는 한 겨울인데, 도쿄는 매화가 피어나는 계절이라니, 묘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꽃이니, 정말 곱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앞서니, 가슴이 설레였다.



일본에서의 첫날밤을 보내고 찾은 곳은 증상사다. 묵은 호텔도 원래는 사찰의 땅이었다고 한다. 호텔 옆에 있는 사찰은 쇼군의 사찰이라고 한다. 쇼군이 안치되어 있는 곳이라고 한다. 사찰의 건물이 웅장했다. 우리나라 사찰과는 대비가 되었다. 증상사라는 현판이 본전에 걸려 있는 것이 이국적이었다.

코끝을 자극하는 향은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안으로 들어서니, 참배객들이 앉을 수 있는 의자가 마련되어 있는 점이 우리의 사찰과는 달랐다. 그리고 시내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는 점도 달랐다. 의자에 앉아서 고개를 숙이고 기도하는 사람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밖으로 나와서 다시 자세하게 살펴보았다. 단청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 절에 익숙해져 있는 나의 눈에 절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란 생각도 해본다. 우리나라 절에는 대웅전을 중심으로 명부전 산신각 등 다양한 전각들이 있다. 그런데 이곳에는 그런 부속 건물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증상사 뒤에는 거대한 철탑이 있었다. 도쿄탑이라고 했다. 6.25 전쟁을 수행하다 부서진 탱크의 철을 이용하여 만든 탑이라고 한다. 전쟁으로 고통으로 받고 있는 우리와는 달리 그것을 활용하여 경제를 부흥시킨 그들의 능력은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성공적인 인생을 위해서는 꼭 가져야 할 능력이다.

성공한 사람을 보면 우리는 대개 운이 좋다고 말해버리곤 한다. 그러나 그 운이란 아무한테나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아니 누구에게나 오지만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사람은 소수일 수밖에 없다. 그 운을 잡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만이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도쿄탑도 곧 헐릴 예정이라고 한다. 이보다 더 큰 탑을 새롭게 조성할 계획이라고 하였다. 도쿄의 얼굴을 태평양 시대의 주역에 맞게 바꿀 계획이라는 것이다. 난세를 극복할 수 있는 비법이란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끈기요, 집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도 동북아의 등불을 켜기 위한 노력을 더욱 더 해야 한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증상사에는 작은 돌 인형에 울긋불긋한 옷을 입힌 상들이 줄지어 서 있다. 복을 구하고 안정을 원하는 기원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쇼군의 절을 믿고 의지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보는 것 같아서 정감이 갔다. 도심 한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는 증상사에서 우리의 절과 비교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였다.

도쿄항의 멋과 면진공법

출렁이는 태평양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도심 안에 있을 때에는 항구가 있다는 것을 조금도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나 다리(레인보우 브리지) 위를 달리면서 이곳이 틀림없는 항구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항구 변에 들어서 있는 고층 빌딩을 바라보면서 이곳이 정말 지진의 나라인지 의심이 갔다.

오다에바에 오기 전에 우에노 시장을 둘러보았었다. 우에노 시장은 우에노 공원을 떠올리게 하여 귀에 익은 지명이다. 대학 시절 양주동 박사의 사상 강연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때의 내용 중에 우에노 공원에서의 사랑을 나누었던 대목이 잊혀지지 않는다. 강연의 주제는 꽃이었다. 달도 뜨지 않은 우에노 공원에서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달이요, 별이었다고 하였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슴에 꽃을 한 송이 피우고 살아간다면 아름다운 인생을 만들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한 송이 꽃은 사랑하는 연인이 될 수도 있고 국가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하신 양주동 박사님의 말씀이 귓가에 생생하다.



시장은 우리나라의 그것처럼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 활기 넘치는 모습을 보면서 무상을 떠올린다. 진정한 사랑은 다른 모습의 사랑으로 변해가는 것까지도 받아들이고 포용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믿는 것은 착각일 뿐이라는 것을 확인한다.

덕대사. 우에노 시장 안의 과자 판매점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는 절이다. 일본에서는 도심에 절이 있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조금은 의외였다. 도를 닦는 절과 세속의 극치를 보여주는 시장과는 극과 극이다. 그럼에도 함께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낯설게 느껴지기만 하였다. 가슴 속에 무엇을 간직하고 사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누구나 가슴 속에 무엇인가를 간직하고 살아간다. 아직 가슴에 그 뭔가가 담겨지지 않은 사람은 미래에는 틀림없이 담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인생이 아닐까. 문제는 담고 싶은 사람인가 아니면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람인가의 차이일 뿐이다. 누구나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람보다는 가슴 속에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사람이 많기를 바란다.



시장 한 가운데 위치한 덕대사를 보면서 가슴에 간직하고 있는 사람을 꺼내보게 된다.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대가 없이 사랑을 주는 사람인가, 아니면 상처를 주고 아픔을 주는 사람이냐의 차이일 뿐이다. 부딪히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 마음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일 뿐이란 생각을 해본다.

동경만은 매립하여 만들어진 곳이라고 했다. 오다에바도 바로 그런 곳의 대표적인 곳이라고 하였다. 쇼핑몰 이층의 환상적인 하늘을 바라보면서 자연의 아름다움과는 또 다른 멋을 느끼게 된다. 사람의 힘이 어디까지인지 새삼 감탄하게 된다. 시내를 꽉 채우고 있는 고층 빌딩을 바라보면서 지진을 극복한 사람의 위대성을 실감한다.



면진공법. 지진을 감지하게 되면 건물 스스로 지면에서 약간 뜨게 하여 지진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공법이라고 한다. 내진공법은 많이 들어보았지만 면진공법은 처음 듣는다. 지진이 많은 나라에서 발달될 수 있는 공법이란 생각을 한다. 사람의 능력에는 한계가 없음을 고층빌딩을 바라보면서 생각하였다.  <춘성(春城) 정기상님은 전북 완주군 봉동초등학교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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